산업부 채승혁 기자
산업부 채승혁 기자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다.

미래 성장을 위해 국내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칼을 빼들었다. 2016년 출시된 회사의 첫 작품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사 측은 부인하고 있으나, 현재 시프트업이 도모하고 있는 IPO(기업공개)와 이번 결정이 전혀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이로 인한 후폭풍이 적잖게 거세다. 최근까지 꾸준한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단행된 만큼, 서비스 종료와 관련된 어떠한 전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비스 종료는 예측하기 힘들었던 사안일까.

2019년부터 시프트업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330억원에 육박했으며 일본지사는 완전자본잠식 끝에 청산절차를 밟았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데스티니 차일드’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는 2022년 11월 4일(188위)을 기점으로 100위권에 복귀하지 못했다. 회사가 ‘승리의 여신: 니케’의 흥행에 회사가 사활을 걸었던 이유다.

사실 게임 업계를 출입하는 기자 이전에 게이머의 한 명으로서, 매출을 게임 평가의 유일한 잣대로 두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만 IPO를 앞두고 있다는 시프트업의 특수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를 오롯하게 평가하기 위한 ‘가지치기’는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절차다.

매출적인 부분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것에 대해선 이용자들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이다. 다만 상기했듯 인게임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차라리 게임의 지속적인 서비스를 당연시 여겨왔지 이 같은 이별을 쉽사리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시프트업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여타 게임들이 無 패치·無 공지사항·無 이벤트를 단행하는 소위 게임을 ‘유기하는’ 시점까지 어느 정도 예의를 다한 셈이다.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예정된 업데이트를 추진하고 ‘메모리얼’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즉 제 딴에는 ‘멋지고 아름답게’ 보일만한 이별 방법을 준비한 것인데, 오히려 이용자들에게 없던 배신감까지 안겨주게 된 꼴이 됐다. 오랜 기간 ‘데스티니 차일드’와 사랑을 나눠온 이들에겐 이 같은 이별은 너무나도 야속했나 보다.

‘데스티니 차일드’와 작별하게 된 시프트업은 사상 최대의 도약기를 앞두고 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 흥행 속 장기간 놓여있던 적자에서 탈출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차기 프로젝트인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미 글로벌 각지에서 콘솔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항상 새로운 시작과 출발만을 겪어왔던 시프트업이지만, 이번 ‘데스티니 차일드’와의 첫 이별을 시작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향후 수많은 사람들·게임들과 이별하게 될 것이다.

뭐든지 처음은 어렵고, 하고 나면 후회스럽다. 이별하는 방법을 몰랐던 시프트업에게 오늘날의 일이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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