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지한 기자
사진=한지한 기자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폐지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주도로 2018년 도입된 이후 4년 만이었다. 금감원 파견인력이 금융사에 한달가량 상주하며 기본업무부터 인사, 예산 등을 샅샅이 살피는 저인망식으로 진행됐던 종합검사는 금융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먼지 털기’ 방식으로 진행됐던 종합검사가 폐지되고 사전예방 위주의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정기·수시검사 체제로 전환되자 금융업계에서도 환호가 이어졌다.

다만, 최근 금감원이 NH농협생명(이하 농협생명) 대상으로 실시했던 수시검사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농협만의 특수성과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과거 종합검사 방식의 ‘잘못을 찾기 위한 검사’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금감원은 농협생명에 대한 검사에서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 제고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농협생명의 이사 대부분이 보험업과 관련한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라며 향후 보험업 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생명 전체 이사의 평균 보험 경력은 4.8년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표이사인 윤해진 대표를 비롯해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 등 이사 5명은 최초 선임 당시 보험업 경력이 없었다.

금감원의 지적처럼 추후 보험업을 보험 전문성이 부족한 점은 맞지만, 이것이 그토록 부적절한 인사인지는 의문이 든다. 윤 대표는 지난해 극심한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던 농협생명에 소방수 역할로 부임했다. 

관련해서 농협생명은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채권의 평가 손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자본잠식이 발생하고 위험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를 밑도는 등 심각한 재무 건전성 악화를 겪었다.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 보험업계 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로운 자본 건전성 지표인 K-ICS제도가 도입되는 등 과도기 속 자산운용과 투자 포트폴리오 개편도 시급했다. 특히, 농협생명은 금융당국의 K-ICS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하기도 해 K-ICS비율 유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이에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서 투자, 운용 등의 업무를 역임한 윤 대표를 대표로 선임한 것. 당시 NH농협그룹도 윤 대표에 대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략적 자산운용과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투자수익의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금융과 투자, 운용 등의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능력까지 보유한 윤 대표는 농협생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표가 농협생명을 이끈 결과, 농협생명은 1분기 만에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를 탈피했다. 올해 1분기 농협생명의 K-ICS 비율은 296.1%로, 주요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순이익은 보장성 보험 중심 영업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682억원) 보다 68.1% 증가한 1146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생명의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자 농협중앙회의 손자회사다. 또 생보사 중 유일하게 농업인 정책보험을 운영 중이며, 전국 협동조합을 판매채널로 두고 있다. 농축협 채널의 중요도가 높아 인사에서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금감원의 지적처럼 업(業)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금융사가 가지는 특수성의 이해이다.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검사는 소모품을 찍어내는 공장의 단순 품질 검열과 다를 바 없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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