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지한 기자
사진=한지한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악화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국내 목욕탕 960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에 수도 시설이 미비하거나 겨울철 수시로 동파 피해를 겪는 주거 취약계층들의 부담은 늘어만 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목욕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위해 설립된 저축은행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내림과 동시에 대출 금리를 올려 비판받고 있다. 다만, 맹목적인 비판보단 저축은행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1금융권과의 금리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통상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과의 예금 금리 격차를 1%가량 높게 형성하며 수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0%) 제한에 막혀 충분히 올리지 못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어왔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총순이익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1조9649억원)에 비해 18.8%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3.4%까지 오르며 건전성도 나빠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전년보다 0.7%p 상승한 4.1%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3분기 기준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115조50000억원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금리가 다시 안정세를 찾고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령으로 1금융권의 수신 금리가 안정세로 접어들자 최근 저축은행들도 그간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예금 금리를 다시금 낮추고 있지만, 대출 금리는 올랐다. 그간 올랐던 조달금리와 수익성 악화를 메꾸기에 대출 금리는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가 심각한 가운데 저축은행이 예대금리마진을 늘리며 수익을 취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다만, 그럴 때일수록 저축은행에서는 이같은 기조를 일부 유지할 필요도 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자칫 대출중단까지 이어진다면 또 다른 금융 취약계층으로의 피해로 이어진다.

대출 금리 인상은 이미 대출받은 고객의 부담을 높이지만, 대출 중단 및 승인률 하락은 대출받고자 하는 고객의 부담을 높인다. 특히, 저축은행처럼 주 고객층이 저소득·저신용자라면 대출거부는 그들을 자칫 불법사금융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도현 시인은 말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저축은행은 단돈 100만원으로 생사가 오가는 취약 계층에게 목욕탕이자 연탄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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