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 본부장, “한국의 산업별 에너지효율과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
원전이 가장 전력 단가 낮아…탄소 감축 40% 위해선 활성화해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업계와의 합의 형성 필요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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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정부가 설정한 ‘2030 탄소감축 방안’으로 인해 산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는 21일 ‘성장과 환경을 고려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 방안’을 주제로 제19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2030년 탄소감축 방안은 또 다른 차원의 산업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박근혜 정부시 설정한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탄소감축 목표도 우리 산업 현실 감안 시 너무 무리한 목표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국제 사회에 더 야심찬 감축 목표를 약속함으로써 기업의 경영이나 국민의 경제적 삶은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는 것이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정만기 회장은 정부가 설정한 2018년 배출실적치 대비 40% 감축목표는 ‘무리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 40% 탄소감축 목표 변경이나 여의치 않다면 부문별 감축 목표 대폭 변경이 필요하다”라며, “문 정부는 해외부문 3350만톤 감축도 목표에 포함함으로써 전체 40%감축분 중 4%를 해외에서 감축해야 하나, 이를 더욱 도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2030년 37% 감축 목표 중 11.3%는 해외에서 25.7%는 국내에서 감축하려 했던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제발표를 진행한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이미 우리나라 산업계의 에너지효율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추가적 탄소감축을 위한 한계비용이 매우 높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은미 본부장은 “한국은 산업부문이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의 54%를 차지한다”라며, “그 이유는 제조업이 활성화된 산업구조적 특성에서 비롯한다”라고 말했다. 즉 철강과 화학, 반도체, 전자 등 전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 하는 ‘글로벌 제조업부문’에서 경쟁 우위에 있기에,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별로 이미 설비의 최신화가 대부분 진행된 상태이기에, 산업별 에너지효율과 생산성도 최고 수준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당장 노후한 설비를 교체해야하는 유럽, 러시아 등과 비교해 한국은 대부분 최신의 설비를 갖고 있다”라며, “생산면적은 늘어났으나 에너지나 가스 등 사용량은 줄어들고 있기에, 산업별 에너지효율과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한 목표를 세워 산업의 위축이나 경쟁력 훼손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주장이다.

정 본부장은 “온실가스 배출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 가치창출 속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다”라며, “탄소중립 추진에서 국가별 산업구조의 특징, 제조업 성장 비전,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 경로에 대한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주력사업 대부분이 자본, 기술집약적 사업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생산·R&D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활성화도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광하 KIAF 미래산업연구소장은 “원전 활성화 정책에 따른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업과 수송 부문의 감축 완화에 활용한다면 과도한 감축부담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를 완화할 수 있다”라며, “탄소중립 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특성을 십분 고려해서 진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광하 소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발전원별 탄소배출 계수(g/KWh)는 원전 0g, 신재생 8.4g, LNG 399g, 석탄 852g 순으로 원전의 탄소 배출계수가 가장 낮았다. 게다가 한전의 전력구매 단가 또한 원전 59.7원, 석탄 82.1원, LNG 98.8원, 재생에너지 176원, 전체 평균 80.7원으로 원전 전력 구입단가가 다른 발전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한전의 실적에서도 잘 나타나있다는 것이 정 소장의 주장이다. 정 소장은 “문재인 정부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온실가스 규제강화 정책으로 영업이익이 축소했다”라며, “지난해에는 유가 급등 영향까지 더해져 5조86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원전 발전량을 늘리고 신재생 발전량을 감소시킨다면 2030년 발전 비용을 연간 11조6000억원(탄소세 1톤당 10만원 가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 소장의 주장이다. 이와 동시에 원전의 가동률을 제고, 수명연장과 추가건설까지 더한다면 2030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 감소량이 7920만톤CO2eq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 수명연장이 신규 건설 대비 약 38원/KWh의 발전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가동률 제고와 수명연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신한울 원전 3, 4호기가 2030년 이내에 완공된다면 2030 NDC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원전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박찬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또한 “한국은 청정 수소의 생산 단가 목표를 2030년까지 3500원, 2050년까지 2500원으로 잡고 있으며, 우리나라 원자력 수소는 수소 설비의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설비 가격의 하락으로 2030년 정부 생산 목표가인 3500원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며, “원전 계속 이용시 2050년 생산 목표가인 2500원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수소환원제철 등 잠재적 수소활용산업으로 확대 활용이 전망된다”면서 원전 계속 이용을 통한 수소 경제 도달과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박영구 에너토피아 대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산업부문 NDC 감축목표가 당초 2018년 배출량 대비 6.4%에서 14.5%로 대폭 상향되었으나, 8년의 기간 내 도달하기엔 대단히 야심찬 목표이며, 산업계혼자서 노력한다고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개발과 연/원료 수급체계 구축, 규제 및 기준 변경 등을 위해 산·학·연·관 등 각 분야의 유기적인 연계방안을 설계하고, 이들 그룹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 또한 정부가 철강업계 기술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탄소중립 기술개발사업을 2023년 정부예산에 반영해, 내년 본격적 연구개발 착수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2023년에 일정대로 기술개발에 착수한 이후, 철강업계는 2028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기반의 100만톤급 파일럿 플랜트 구축과 2030년대 중반까지의 상용화 기술 확보를 거쳐 2040~2050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기존 고로 설비를 수소 기반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골든타임’을 놓쳐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지원해야한다는 것이 남 실장의 설명. 그는 “스웨덴을 비롯한 EU 각국, 일본 등이 저탄소 제철공정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우리 철강산업 경쟁력 유지와 친환경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 기술개발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 정부 본 예타 심사 및 예산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 내년부터 R&D 사업이 본격 추진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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