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을 직면했다” 인사제도 혁신 통해 극복 박차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 발표
연공서열 타파·정년 이후 근무 제도인 ‘시니어 트랙’ 제도 도입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네트워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격적인 인사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을 둘러본 이재용 부회장이 “냉혹한 현실을 보았다”라고 한만큼, 시장 시류에 따르는 것에 더한 ‘혁신’을 단행해 ‘뉴삼성’의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하고 2022년부터 해당 혁신안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혁신안은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그동안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의 주류로 떠오르는 이른바 ‘MZ세대’의 목소리를 청취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적으로는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및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세부 방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이번 혁신안은 ▲연공서열의 타파 ▲경력개발의 터전 마련 ▲성과관리 체계 도입을 통한 조직 시너지 창출이 핵심이다.

우선 연공서열 타파의 경우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하며,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한다.

이와 함께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해 목표로 하는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에 배출한다는 목표다. 폐지하는 ‘직급별 표준체류기간’ 대신에는 ‘승격세션’을 도입한다. 이는 임직원의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의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로 정해져있었다. 해당 제도에 따라 승격을 위해서는 연한에 따라 8~10년을 채워야했으나, 이번 개편으로 기준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향후 30대 임원이 다수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당 제도에서 우수인력으로 인정받은 경우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도입된다. 삼성전자 측은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이번 혁신 이후에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향상의 기회도 제공한다. 삼성전자 측은 “인재 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통해 인재를 마련하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적으로 부여한다.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임직원 역량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 근무를 실시하는 ‘STEP 제도’도 신규 도입한다. 이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도 설치한다. 이에 더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만드는 등 ‘Work From Anywhere 정책’도 도입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고착화된 성과관리체제도 전격 개편한다. 삼성전자는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한다. 다만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한다.

기존 삼성전자의 평가체계는 ‘EX(Excellent)’와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 5개 등급으로 구성된 바 있다.

아울러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도 도입한다. 부서장 한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도 시범 도입하며,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임직원간의 상호 평가를 통한 방식의 다원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삼성전자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혁신안에 대해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동안 5G와 AI 등 다수의 글로벌 IT기업을 둘러보며 느낀 바를 반영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지만 이 부회장이 느낀 ‘냉혹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는 말이다.

오는 12월 초에는 삼성전자 및 계열사의 임직원 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인사제도 개편안은 내년부터 도입되지만, 이번 인사에서도 관련한 기조가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LG에서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상무급 임원을 대거 신규 선임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인사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그대로 고수한 바 있다.

이번 파격적인 인사제도 개편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2022년 인사에도 변화가 있을지에 시선이 모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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