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버라이즌 이어 MS와 아마존 경영진까지 만난 이재용 부회장
美 정계 인사들과도 회동…반도체 공급망 논의
가석방 이후 ‘민간 외교관’ 역할 박차
美 반도체 2공장 부지 곧 발표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 정재계 고위인사를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행보에 따라 삼성전자의 ‘굵직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을 통해 그간 지연됐던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제2공장 부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바이오 기업인 모더나와 세계 최대 이동통신 기업인 버라이즌의 경영진과 잇따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 CEO 등 경영진과 만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꼽은 바이오와 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제 2의 반도체’, 즉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8월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3년 간 240조원을 투자해 미래 산업을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미국 출장 이후 바이오, 통신 등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글로벌 기업 간의 협업이 활발해 질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연방 의회 의원, 백악관 고위 인사를 만나는 등 정계 핵심 관계자들과의 회동을 가졌다. 해당 회동에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공급망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귀국하는 23일에서 24일경에 반도체 제2공장 부지를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제2공장 부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오스틴과 테일러시로 꼽히는데, 현재로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한 테일러시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에서의 회동 이후 이 부회장은 미국 서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과 만남을 가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난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모바일, 메타버스와 VR·AR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을 방문한 것 또한 차세대 먹거리 발굴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이 부회장은 AI와 클라우드컴퓨팅 등 미래혁신분야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 부회장의 행보는 그간 챙기지 못했던 글로벌 네트워크의 점검과 함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를 통해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국가 경제 기여에도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앞서 지난 8월 이 부회장의 가석방 당시 정부 측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며 최근 논란이 됐던 반도체 공급망 이슈 등에 대응하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5년 만이지만, 글로벌 기업 CEO에 더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까지 회동을 가지며 현지에서 가지는 위상을 재확인했다”라며, “이번 연쇄 회동 이후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과 삼성전자, 한국과 미국 등의 기업·국가 간 협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25일 재판에 참석해야하는 이 부회장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거쳐 오는 23일에서 24일에는 귀국할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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