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최근 15분 차이로 비슷한 내용이지만 결과가 상반된 자료를 받았다. 공통점은 ‘강재가 급등’.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한쪽은 ‘적자전환’, 다른 한쪽은 ‘최대 분기 매출 경신’이 주된 내용이었다. 같은 ‘요인’이지만 결과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 나온 것이다.

철강업계가 올해 초부터 탔던 ‘훈풍’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감산, 원자재인 철광석과 철스크랩 가격의 상승 등이 마진 상승을 이끄는 것. 최근 실적발표에서 국내 대다수 철강업체의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다.

상반기 치솟은 철근, 강판, 후판 등 철강제품의 가격은 향후에도 한번더 오를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업계와 철강업계는 내수용 자동차 강판 가격을 4년 만에 톤당 5만원 올리는 것에 합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후판가격에 있어서도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합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도 이러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철강업계에는 화색이 만연하다.

국내 철강 산업이 호황을 맞은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철강업체들은 변변한 가격 상승도 꾀하지 못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이유로 철광석 등 원자재와 수출용 철강제품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를 사용하는 조선, 건설 등 업계는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 업계도 분명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손에 받아든 성적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재건축·리모델링 등 주택사업에서,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 및 플랜트 등에서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 수주량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호황세를 탔다. 각 수주현황만 보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선업계의 경우 신조선가지수가 140을 넘기면서 전년 말 대비 10% 이상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수주량이 많았던 만큼 선박가 상승은 조선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후판, 즉 철강재 가격의 급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다수 조선사가 이번 실적에서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할 정도다. 최근 협상한 후판가는 약 115만원으로 알려지면서, 각 조선사의 충당금은 수천억을 넘어서고 있다.

조선가 지수가 오르고 있지만, 철강재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반기와 내년까지도 후판가가 또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철근 가격도 톤당 120만원대를 넘어설 정도로 오르고 있기에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철강업계가 강재값을 낮출 수도 없다. 그들 또한 지금까지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시달려왔고, 이제야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에게 이를 감당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처사다.

‘윈윈(Win-Win)’하는 것은 좋지만, 각 산업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번 철강업계의 비상이 한구석에서 씁쓸한 미소를 자아내는 이유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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