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어떤 집단을 이끌거나, 무언가를 가르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자격요건이 충분해야 한다. 이는 ‘전문성을 가진 이’라는 말로 통칭되기도 하지만, 전문성에 더해 윤리적인 조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자라나는 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육자에 대한 평가, 국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에 대한 시선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대표하고 이끌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이 바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전KDN은 최근 중소기업의 윤리·인권 지원제도를 통해 민간 분야의 윤리·인권경영 문화 확산과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한전KDN은 2018년부터 ‘중소기업 윤리·인권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에서는 윤리·인권 경영체계 수립 지원과 교육지원, 그리고 참고 자료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참여 기업들의 사내 윤리·인권 경영체계 수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윤리·인권 분야를 지원해 이른바 ‘깨끗한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취지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나무랄 것은 바로 한전KDN의 ‘자격’이다.

앞서 한전KDN은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의혹에 휩싸였다. 한 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 심지어는 설계도면까지 요구했고, 이에 사업권과 사업비 등을 지원받아야 했던 한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사업비 축소에 이어진 입찰 탈락과 사업권 탈취. 당초 3억원이었던 사업비를 1억원까지 줄여가며 사업을 추진한 것에는 한전KDN이라는 기업의 이름값, 그리고 공기업이라는 자격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가질 수 있는 약점을 한전KDN이라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당초 사업비를 축소했던 이유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박성철 사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사업비를 축소했고, 이후에는 입찰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는 해당 기업이 진행하려 했던 사업이 다른 기업에게 넘어가기까지 했다.

소위 ‘갑’의 횡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도록 재검토까지 거쳤지만 돌아온 것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한전KDN이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중소기업 윤리·인권 지원제도’다. 중소기업과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가치 창출을 기존 한전KDN 협력사에서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상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사업권 박탈 등의 논란에 휩싸인 기업이 행하는 제도라기에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마치 학폭 가해자가 선도부를 맡는다는 말과 동일해 보인다.

하물며 ‘공인’에 대한 잣대도 엄격한 현 사회에서, 해당 분야 기업을 대표하는 ‘공기업’이 그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위를 벌였다. 심지어 그 반대편에서는 이들을 위한다며 동반성장을 논하고 있다.

공인은 티끌만한 잘못에도 자격을 박탈당할 지경에 이른다. 갑의 지위를 가진 기업이라고 해서 그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만 한다. 그 무게도 견딜 수 없는 이가,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 하는 것인가.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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