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 새로운 전개
금융시장엔 호재…추가 경기부양책 장기변수
금리상승 리스크, 미 연준 대응 태도 관건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선거에서 최종 당선됨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가 막을 내릴 거란 기대감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가 사그라들면 재정 부양 정책과 국제 협력 기조 강화 등으로 경기 회복이 나타날 거란 측면에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미국 우선주의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에 바이든 당선은 글로벌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원에서 공화당 의원의 수가 민주당 의원 규모와 비등하게 앞선 데다,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바이든 시대에도 새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바이든 당선이 가져올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변화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을 제외하고 다수를 적으로 돌리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서 다수를 친구로 맞이하되 강력하게 리더십을 행사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결국 큰 틀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유지하는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2017년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오늘부터 미국의 새 비전은 미국 우선주의”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통상과 외교, 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단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채택하며 ‘미국 희생론’을 펼쳤다. 지난 수년간 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희생해 다른 나라를 부강하게 했으며 국방을 궁핍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 군대를 지원하고 자국의 국경 방어는 포기하고 오히려 다른 나라의 국경은 지켜줬단 논리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새로운 도로와 고속도로, 다리, 항구, 공항, 철도 등을 미국 전역에 지을 것이라며 ‘바이 아메리카, 하이어 아메리칸’(buy america, hire american)이란 두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10년간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추진할 때 공사수주 기업과 부품 등 공급기업에 대해서와 근로자 채용과 관련해 미국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정책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이후 지난 4년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관세 이외 방법으로 외국 상품을 차별하는 비관세장벽 제도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의 공약을 보면, 미국의 경쟁력과 이익 제고를 최고 가치로 둔다는 점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미국 노동자 보호 조항을 기반으로 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화당 역시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공정거래법 제정을 공약해 자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최우선 보호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공통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해외부패방지법, 공정무역 등을 공약 사항으로 내걸어 사실상 자국이 손해를 입지 않겠단 태도를 보다 분명히 드러냈다.

◆ 시장 호재로 작용한 바이든 당선…주요국 완화 기조 강화

아직 재검표 우려 등이 남아있지만, 바이든 당선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더 나아가 주요국들은 통화량을 시장 수요에 맞춰 충분히 공급하는 완화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이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안도와 바이든 시대의 세계경제 안정 기대가 글로벌 자금흐름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인한 정국 불안정 요인이 남아 있지만 대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은 호재에 민감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3일 미국 대선 이후 나흘째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42.52포인트(1.95%) 오른 2만8390.18로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67.01포인트(1.95%) 올라 3510.45에 마감했다. 이들 지수가 4거래일 연속으로 1% 이상씩 상승한 건 198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00.15포인트(2.59%) 급등해 1만1890.93으로 마감했다. 특히 애플, 아마존, MS,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들이 2% 이상 올라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같이 대선을 둘러싸고 소송과 재검표 우려로 민감한 상황에도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시장이 호재에 목이 말랐단 반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한,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란 ‘블루웨이브’ 전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바이든 공약에 담긴 증세와 규제 우려가 완화된 것이 시장의 호재로 반영됐단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공약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법인세 인상안(기존 21%에서 28%)을 비롯해 연간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 폐지와 최고세율 39.6% 재도입, 대형 IT 기업에 대한 과세체계 변경과 최저임금을 시간당 7.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안 등이 담겨있다.

장기적으로는 바이든 시대 민주당의 경기부양책이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규모를 둘러싸고 평행가도를 달리는 양상이다. 공화당은 5000억달러 내외의 소규모 패키지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이보다 4배 가량 높은 규모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당이 어느 시점에 합의를 이룰지 미지수인 가운데, 추가 경기부양 기대는 유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인프라 및 친환경 투자 중심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점차 가시화할 것이란 기대에 따라 채권시장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호주와 영국 중앙은행은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한 반면, 미 연준은 아직 미온적인 상황이다. 향후 금리가 급등하면 자산매입을 확대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에선 기대를 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부양 필요성을 감안하면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기대와 이로 인한 물량 부담과 마찰적 금리 상승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며 “주요국의 완화정책이 금리 상승을 제한할 수 있지만, 아직 추가 금리 상승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국의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에서 0.10%로 인하하고, 향후 6개월간 5~10년 국채 1000억 호주 달러 매입을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으나 국채 매입 규모를 8950억 파운드로 1500억 파운드를 늘렸다.

미 연준은 아직까지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추가 자산매입이나 수익률 곡선 제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신 연구원은 “정책 수단은 모두 열어놓았지만, 현재의 미국채 금리 수준하에선 현실화된 가능성은 낮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시행 가능성은 존재하나 추가 완화정책이 현실화되기까지 국채 발행 부담에 따른 금리의 상승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