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최근까지도 12위에 오르는 등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문화계에서는 ‘BTS 열풍’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문화계를 BTS가 책임지고 있다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내도록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6위를 유지하면서 선전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성장이 눈부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이 80.8GWh(이하 SNE리서치 조사결과)인데, LG화학은 이중 약 20GWh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배가 넘는 급성장세로, 글로벌 에너지 총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했음에도, 이러한 감소세를 LG화학이 크게 만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이어 삼성SDI도 67.5%(전년 대비)가 증가한 5.0GWh를, SK이노베이션은 2.3배 이상 증가한 3.5GWh를 기록했다. 3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35.1%로 이는 전년 동기 16.2%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다만 급격하게 성장을 이뤄서일까? 그만한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해 대량 리콜 사태가 일어난 것에 더해, 일종의 책임 전가로 인해 LG화학과 현대자동차 간의 갈등까지 유발된 것이다.

화재가 일어난 코나 EV에 대해 국토부와 현대차는 배터리 셀 제조불량 가능성을 지목했지만, LG화학은 이를 부인했고 이로 인해 현대차와 LG화학 양사의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러한 상황으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그 대체재로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꼽히고 있는 상황. 실제로 삼성SDI는 현대차가 2024년 출시하는 ‘아이오닉7’용 배터리 사업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美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주재로 열리는 해당 소송전은 당초 지난달 5일 최종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26일로 연기됐고, 이후 또다시 내달 10일로 재차 연기됐다.

ITC에서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는데, 이같은 결정이 인용될 시에는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K-배터리’의 점유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업계도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서두에서 언급한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또한, 소속 가수들의 승승장구와는 별개로 최근 상장과 관련해 주가 거품 논란에 직면해있다.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청소년들이 키가 급격하게 자라면서 통증을 겪듯이, BTS도 전기차 배터리도 ‘큰 성장’에 그 통증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연스레 사라지는 성장통과는 달리 이들의 리스크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K-방역’, ‘K-드라마’ 등 이른바 ‘K’ 열풍이 불고 있다. ‘K-배터리’ 또한 이 열풍에 함께 하기 위해서는 각 사의 갈등을 풀고, 전기차 배터리와 엔진 등의 결함을 줄이는 등 여러 ‘숙제’를 풀어냄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주도권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넘보거나 험담할 수 없도록,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장통이 길어지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 성장이 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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