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관계자 “정식 채용 기회 준 것”
피해자 “무늬만 블라인드”
신생 대기업 카뱅, 부정적 선례 답습 말아야

카카오뱅크가 최근 진행한 정규직 채용에 대해 절차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흑자 기업 카카오뱅크의 계약직 돌려막기를 중단시켜주세요’라는 글이 청원인 100명 이하 동의로 비공식 게재됐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 A씨는 카카오뱅크 고객서비스 파트 계약직 직원으로 지난 3년간 근무했으며 최근 5월 채용과정에서 탈락했다.

A씨는 카카오뱅크가 공정성을 표방하고 정규직 채용기회를 제공했지만, 절차상으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몇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어느 기업보다도 공정한 과정을 통해 채용을 진행했단 입장이다.

◆ 피해자 “무늬만 블라인드 테스트”

A씨에 따르면 지난 3월과 5월 고객 서비스 분야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용 응시의 기회가 주어졌다. 채용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카카오뱅크에서 3년을 근무했고 파견에서 자체계약 전환 시 시험과 면접을 통과했으며, 1년 차에서 2년차 계약직 연장 시에도 시험과 평가들을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5월 채용평가에서는 레포트 제출이 과제였으며 이밖에 동료평가, 리더평가 등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합격이 되면 임원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이 진행되는 절차였다.

응시 대상자는 23명이었으며, 그중 17명은 1차 평가에서 탈락이 되면서 계약 종료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 최종 합격한 6명은 외환상담 2명, 여신상담 2명, 보이스피싱 1명, 심야 1명으로 팀별 인원별로 배분이 이뤄졌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앞서 지난 3월엔 레포트 제출 대신 필기시험이 이뤄지면서 나왔다. 필기시험은 동일한 문제로 응시인원 모두가 보게 됐지만, 레포트 제출은 각자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개선점을 적으란 내용으로 주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합격 비율도 크게 달랐다. 3월은 1차에서 10명 중 8명이 합격해 80%의 합격률을, 2차 최종 임원 면접에선 이들 8명 중 3명이 뽑혀 38%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4월의 경우엔 1차에선 23명 중 6명이 합격해 23% 비율로, 3월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4월 2차에선 6명이 모두 면접을 합격해 100% 합격률을 보였다.

A씨는 “코로나19 때문인지 4월엔 레포트로 평가가 진행됐는데, 말은 블라인드 테스트였지만 업무 분야별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누가 썼는지 알 수밖에 없다”며 “나머지 80%는 리더평가 등이었는데, 이는 모두 사람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만큼 주관적인 평가가 강했으며, 객관적인 평가는 단 한 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점수만 나온다면 모두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고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지난 3월에 비해 1차 시험에 대한 합격률 차이가 크다. 면접도 보지 못하고 떨어진 것은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 카뱅 관계자 “정식 채용 기회 준 것”

이밖에 A씨는 공채이면서도 가산점에 실효성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공무원 시험을 보더라도 장애인이나 유공자 등엔 가산점이 있어 시험에 유리한 점수를 부여받게 돼 그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내부에서만 진행되는 경쟁에서의 가산점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A씨는 “정규직 전환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표현 있는데, 고객 서비스 파트 해당 업무를 하는 채용공고 자체가 있어야 가산점도 의미가 있다”며 “내부에서 신청받아 진행하는 절차에서 가산점을 받은 사람끼리 경쟁을 하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회사가 이들이 담당하는 고객서비스 직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면서도 ‘계약직 돌려쓰기’만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이번 채용은 업무의 확장은 맞지만, 정규직만 하는 고유의 업무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일부의 정규직을 뽑아 인력을 재배치하고 나머지는 ‘계약직 돌려쓰기’를 유지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임을 재확인했다”며 “3월 자에서 여신업무를 하던 합격 직원은 심야 쪽으로 갔는데, 이는 사실상 일반 계약직과 같은 전화 업무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정규직 티오가 없다고 말했는데, 정말 없다면 회사가 처음 말한 것처럼 일정 점수만 넘으면 다 통과시켜준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을 볼 땐 티오가 없으면 업무 능력이 뛰어나도 탈락시키는 것 같다”며 “정규직이 되더라도 다른 파트를 가는 게 아니라 고객서비스 파트의 정규직으로 거의 고정돼있는 만큼, 전체 인원을 뽑고 팀 부서배치를 진행하는 회사의 일반적인 정규직 공채는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일반적인 대기업 응시 결과 떨어진 것이라는 관점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무조건 된다고 말한 적이 없고, 전환이 아니라 계약 2년 차 직원들에게 정규직 채용의 기회를 준 것인데 응시 결과 떨어진 것”이라며 “입사 시험을 보다 보면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럼 그럴 때마다 청원을 해야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전에 아무렇게나 채용절차를 거치진 않는다”며 “응시자 전원에게 평가 기준까지 설명하고 진행해 전혀 오해가 없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포트제출이 사실상 형식적인 블라인드 방식이 아니냐는 질문엔 관계자는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를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락자들 중엔 시험이 공정하다고 하면 신규채용에선 그러지 않더라도 최소 2~3년을 근무한 직원들에게 점수나 탈락 이유 등을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니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카뱅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에서도 시험에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말해주진 않는다”며 “평가 결과에 대해선 통보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티오가 이미 있었고 ‘계약직 돌려쓰기’를 유지하는 일부 정규직 전환이란 주장에 대해선,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채용이고 은행에서 소위 말하는 책임자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니 새로운 정규직을 뽑는 것”이라며 “실무역량을 봐야 하니 현업에 대한 지식 태도와 능력평가를 보고 리더·동료 서류평가를 다 했다. 이 프로세스는 어느 곳보다 명확게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사측은 국내 금융사들의 고객센터와 비교해 이런 제도 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카뱅 관계자는 “저희랑 같이 일했고 업무역량이 되는 분들은 전환 채용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사실상 ‘전환’의 형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사측이 새로운 정규직 채용을 하는 것이 아닌 일부 계약직에 정규직 전환을 허용하는 형태라는 A씨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기도 한다.

카뱅 관계자는 “기회의 평등은 줄 수 있지만 결과의 평등은 어렵다”며 “정규직 상담업무가 아니라 다른 정규직을 할 수 있는 전환 채용을 하는 것이다.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고용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같은 논란이 나와 아쉽다”며 “심사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난감하고 현업 담당자들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사진=카카오뱅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사진=카카오뱅크

◆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기존 은행권 ‘채용 잡음’ 답습할까

카카오뱅크 측이 탈락자 A씨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밝혔지만,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기회의 평등은 주었다고 말했으나 채용 절차 과정에서 3월 응시자와 5월 응시자간 시험 방법과 최종 면접에서의 합격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응시자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으로 거처를 옮겨간 전 이용우 대표가 최종 면접을 진행해 면접자 8명 중 5명이 탈락되면서 회사의 최고 결정자로서 판단의 변별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5월 윤호영 단독대표가 화상 회의를 통해 진행한 최종 면접에서는 100% 합격률이 나타나 ‘면접의 공정성’에 문제의 소지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실무진들이 올린 인원이 모두 합격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카뱅의 기존 리더들과 친하며 합격이 될 것 같다고 예상한 인원들 그대로 6명만이 모두 면접에서 합격했다”며 “다음 7월 응시자들에겐 절차상 불공정으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관적인 1차 평가에서 17명이나 탈락한 5월 시험은 문제가 있다”며 “이들에게도 최종 면접의 기회는 준다면 대표의 판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27일 설립된 이후 지난해 흑자전환을 하고 현재까지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37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이보다 26% 증가한 185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업계에서 빠른 성장세와 함께 잠재적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신생 대기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작은 불공정성의 논란이라도 되짚어보고, 정당한 절차로 오해를 불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최근 윤호영 단독대표 중심으로 바뀐 체제에서 최고 임원면접을 보게 되는 정규직 채용이 형식적이라는 논란은 자칫 두면 ‘큰 불’로 비화될 수 있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채용비리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그만큼 좋은 직장이란 인식하에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던 일이나, 관련 은행장들의 재판이 현재도 진행 중인 것은 반면고사로 삼을 점이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권에서도 발생해온 ‘채용 잡음’을 작은 일로 치부해 답습할지, 새로운 개선조치로 사람들의 신뢰를 유지할지 그 선택의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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