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민사조정 기일
피해자 A씨 “조정신청서 내용 문제 있다”
한화손보, “그분의 주장에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

한화손해보험이 고객을 상대로 부당하게 민사조정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화손해보험의 센터장이 교육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진=한화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의 센터장이 교육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진=한화손해보험 

지난 3월 27일자로 한화손해보험은 고객 A씨에게 법원 조정신청서를 보냈다. 본지가 A씨로부터 제공받은 신청서에 따르면, 그 취지는 피신청인 A씨의 2017년 5월 17일 위아전절제술 이후 발생한 후유장해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신청인인 회사는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A씨는 2013년 4월 19일 한화손해보험의 ‘무배당 한아름슈퍼플러스 종합보험’을 가입해 2018년 6월 27일까지 해당 보험을 유지해왔다. 그는 2004년 십이지장천공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 반복적인 장폐색으로 2015년부터 유착박리술 시술을 받았으며, 2017년엔 위아전 절제술 등을 받아 후유증이 심했다. 또한 덤핑증후군으로 인해 위장장애 및 구토 증상 등으로 일상생활의 유지가 힘들며, 독립적 배변은 가능하나 불규칙한 설사로 의료장치의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질병후유장해 특별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장해분류표에서 정한 지급률이 80% 미만인 경우 그 지급률에 보험가입액을 곱한 후유장해 담보로 최대 3000만원을, 지급률이 80% 이상이면 고도후유장해 담보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고도후유장해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보험기간 중 진단이 확정된 질병으로 인해 장해분류표에서 정한 지급률이 80% 이상에 해당하는 후유장해가 남았을 경우를 말한다.

그간 A씨는 한화손해보험을 통해 지급률 80% 미만에 해당하는 후유장해보험금 27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증세가 악화된 그는 지급률이 80% 이상인 고도후유장해에 해당하게 됐다.

A씨와 사측 간의 갈등은 지난해 A씨가 12월 ‘소견의뢰서’를 통해 이 같은 ‘고도후유장해’에 해당하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기존 70%에서 추가로 10% 늘어난 지급률로 질병후유장해의 담보 3000만원의 10%인 300만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더 컸다. 그에 따르면 보험사 측은 A씨가 고도후유장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50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한화손보 측이 요구한 서류를 모두 갖췄음에도 회사가 일체의 추가 보험금을 결국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받은 조정신청서 내용. 사진=취재원 제공 
A씨가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받은 조정신청서 내용. 사진=취재원 제공 

◆ A씨, 조정신청 내역 의문 제기

A씨는 한화손해보험 측이 오히려 그동안 지급한 보험료도 지급할 수 없다며 민사조정신청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는 사측이 보내온 조정신청서에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보험금 지급 내역과 관련해서다. 사측은 앞서 A씨에게 2017년 11월 3일 540만원, 같은 달 16일 600만원과 같은 해 12월 1일 360만원을 지급했다. 그후 A씨에게 사측은 2019년 8월 14일 덤핑증후군에 따른 정신과적 우울장해로 보험금 600만원, 그해 12월 30일 같은 원인으로 장해보험금을 청구해 600만원을 지급했다.

사측에 따르면, A씨는 보험계약을 2018년 6월 27일에 해약하고 이에 따라 해약환급금 62만3430원을 수령했다. 이와 함께 사측은 보험약관에서 ‘장해지급률이 결정된 후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은 질병 진단 확정일부터 2년 이내’로 제한한다며 질병후유장해보험금을 A씨에게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2017년 11월 3일 이후 동일한 원인으로 2년이 넘은 후인 2019년 12월 30일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고 말했다. 보험금이 질병의 진단 확정일로부터 180일이 지난 뒤 지급됨을 감안하면 기간은 이보다 더 지난 셈이다.

이어 “해당 내용을 ‘솔로몬 손해사정’을 통해 조사 의뢰했다고 하면서 그 이하의 조사내용은 사측의 주장만 실었다”며 “이에 대해선 회사 측은 ‘조사는 손해사정을 통해 진행했지만 회사 입장에선 지급 책임이 없는 거다’라고 입장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자신이 청구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회사가 마치 자신이 청구한 것처럼 작성한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정안에서 사측은 지난 2월 20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주치의와 면담해 진단서상 기재된 장해내용에 대해 일상생활동작제한(ADLs)소견 문의 결과 이동 동작 지급률 40%에 해당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기재했다. 이와 관련 A씨는 “당시 주치의와 보험직원 모두 함께 있던 상황에서 자신이 주치의에게 질문한 부분을 회사에 청구한 것처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배변배뇨 지급율이 20%에 해당한다는 소견에 사측이 ‘계속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구두소견을 확인했다’는 내용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련 항목은 사측이 본사를 방문했을 때 사측이 직접 요구해 주치의로부터 진단서를 다시 받아오기도 했다고 A씨는 강조했다. A씨는 사측에서 추가적인 진단·확인서 등을 요구할 때마다 주치의 등으로부터 소견의뢰서의 관련 항목을 받아 제출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정신과적으로 장해를 인정받은 부분에 대해 사측이 오히려 지급금액을 축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해의 분류 기준에 따라 A씨는 ‘정신행동에 심한 장해가 남아 감금상태에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나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있어서 부분적인 감시를 요하는’ 상태로 분류돼 지급률 70%에 해당했다. 하지만 지급 당시엔 지급률에 대해 알지 못했던 A씨는 후유장해 담보의 70%인 2100만원이 아니라, 이에 못 미치는 6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이 항목에 대해 회사에선 차액을 이미 줬다고만 설명한다”며 “센터장에게 이 항목 하나로 지급률 70%가 넘었는데 왜 인정을 안 해줬는지 묻고 기존에 청구했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모두 보내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배변배뇨 항목에 지급률 20%를 받 지난 3월 11일 A씨가 추가적으로 제출한 소견의뢰서 
사측이 A씨에게 배변배뇨 항목에 지급률 20%를 받은 것이 맞는지 추가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지난 3월 11일 A씨가 주치의로부터 받아 추가적으로 제출한 소견의뢰서. 사진=취재원 제공  

◆ 깊어진 ‘감정골’에 민사조정까지…보험사 갑질 행태 ‘사회문제’ 대두

이같은 사안이 민사조정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A씨와 한화손보의 깊어진 감정골도 한 원인이다. 다만 보험사가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보험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요구하는 일 등이 비일비재해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이 현실이다.

A씨가 지난해 말 고도후유장해진단을 받자, 보험사 직원과 손해사정사 등 세 명은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직원이 ‘다른 서류를 떼오라’, ‘겉모습만 봤을 때는 별로 아파보이지 않는다’ 등의 말을 하면서 감정적인 충돌이 시작됐다.

서류를 여기서 어떻게 더 제출하는지 A씨가 묻자, 한화손보 측에선 메디컬센터에 문의하라고 말해 관련 직원 3명이 A씨의 집을 찾아 상태를 보러오기도 했다. A씨는 이러한 조치에 모두 응했지만 사측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A씨가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게 되자, 이에 직원들도 감정적인 불쾌감을 키워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경 회사에 직접 찾아간 A씨에게 센터장은 자신이 월급을 3%나 감면받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내자, A씨는 자신 때문에 월급을 감면받게 된 부분은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보험비를 냈으니 받고자 한다며 청구를 하자, 센터장은 어떻게 자신이 그동안 지급을 승인해줬는지 잘 모르겠다며, 자신의 감정도 돌이킬 수 없이 상했다며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돈은 필요 없으니 소송을 취하하거나 합의서를 써달라고 하면 써주겠다, 대신 사과 한마디만 해주고 나 같은 사람이 안 나오도록 해달라고 하니, 센터장은 ‘이미 문제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선을 넘었으니 소송 취하가 안 된다, 그런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제를 담당했던 센터장은 지방으로 자리를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는 센터장 밑의 실무자인 과장과도 마찰을 겪었다. A씨는 “과장에게 조정신청서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유선상 그는 ‘맘대로 해라, 법원가서 얘기하시면 되고 판사님이 바보는 아니니까 고쳐달라고 직접 얘기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말에 A씨는 과장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해당 과장이 “녹음이 다 됐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동안 이 과정들을 지켜봐 온 손해사정사는 A씨에게 보험사 측에선 처음엔 합의서를 써주려는 모습도 있었다고 얘기해줬다. A씨는 “그 손해사정사도 제 사안에 대해 보험사가 합의서를 작성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감정적으로만 대응해 당황스러웠고, 조정신청서도 그가 말한 것과 내용이 달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같이 보험사가 한 개인인 고객을 상대로 민사조정·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근성 법률구조공단 변호사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태도로 고객이나 피해자를 보험사기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기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지급했어야 하는 보험금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그는 이렇게 되면 고객이나 피해자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고도 지적한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기준 보험사를 원고로 진행한 민사조정 기초건수가 10건, 신규건수가 45건에 이른다. 전체 15개 손해보험사 중 한화손보는 지난해 진행 중인 기초건수로는 3위, 신규건수로는 2위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본지가 지난 14일 만난 A씨는 현재 사측이 보낸 조정신청의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로 외부 활동은 주변인의 도움 없인 거의 하지 못하고 누워서 지낸다. A씨의 어머니 역시 암으로 투병 중이며, 그의 여자친구는 A씨의 곁에서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도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보험사가 소송을 이용해 보험금을 환수하고 유리하게 조정하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며 “힘없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승소하면 기부할 생각”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회사는 자신들이 이기면 이전에 지급했던 보험금까지 추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한화손보의 감사팀에도 문의한 결과 조정신청서에서 내용이 잘못된 부분은 일부 인정했지만, 소송이 끝나고 처리하겠다더라. 팔은 안으로 굽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손보 관계자는 A씨와 관련한 일체의 답변을 꺼렸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A씨와의 민사 조정기일은 내달 10일”이라면서도 “그분이 궁금해하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어떠한 질문도 답변할 수 있는 게 없고, 조정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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