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득실, 새누리-친노 Up VS 구민주-안철수 Down

 

[파이낸셜투데이=박선우 기자]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세상에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보관 중이던 대화록 발췌문과 전문이 모두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로 최근 모든 정치적 이슈가 국정원에게 쏠려 있고 그 중심에는 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역시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대화록 공개를 놓고 세간에 말이 많아지고 있다. 대화록 공개가 실체적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것 보다 정파 싸움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화록 공개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각 정파의 정쟁의 도구로 써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 박근혜 정부 정통성 논란 피해가고 주도권 잡고
친노-문재인, 구심점 만들고 화려한 부활 위한 승부수 던져

정치권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판도라의 상자였다. 그리고 그 판도라의 상자가 결국 열리게 됐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은 더욱 접근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원에서는 보관 중이던 대화록 발췌본과 전문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정파의 이해에 따라서 그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노 대통령, NLL 발언 놓고 동상이몽 

새누리당은 대화록을 공개하기 전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확실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포기 발언을 했다고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은 끝까지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약 60% 정도는 포기 발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논란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보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고, 연일 광화문과 시청 청계광장에서는 국정원 관련 보혁 집회가 일어나고 있다. 정파에 따라 보혁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면서 우리 사회의 분열의 주범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던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는 요구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논란이 잠식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판단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냥 바람일 뿐이다.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견해다. 그 이유는 열람은 할 수 있지만 국민을 상대로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대화록 원본을 입수했다고 하지만 세상에 공개할 수 없다. 즉, 애당초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대화록 원본 공개에 대해 힘을 실었다. 이 역시 여야의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승부수 던진 ‘문재인’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한 사람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 의원이 공개하자고 꺼낸 이유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순히 명예회복 차원이라도 그 파장은 상당하다. 

원본공개 요구서가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고, 이로 인해 열람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정파의 싸움을 낳게 한 꼴이 됐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국정원의 발췌록과 전문 공개로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비록 보수층과 새누리당에서 “포기 발언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포기 발언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NLL 포기 발언 논란을 다시 불을 지핀 형국이 됐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잃을 것이 상당히 많아 졌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전언이다. 

지금 민주당이 주력해야 할 것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맞다” “아니다”가 아니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DJ-구민주, 대화록 정국 주도권 친노에게 빼앗겨 침통
안철수, 신당 가치 확산해야 하는데 존재감 사라질까?

댓글 사건에 국정원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그리고 지난 대선 때 대화록을 과연 새누리당이 입수했으며, 대화록을 갖고 선거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규명해야 하는 게 민주당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해야 하는 타이밍 인데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 공격 포인트 놓쳤다? 

이번 시기를 놓치게 되면 실체적 진실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화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이슈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원본에 집중돼 있다. 

대화록 원본이 세상에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포기냐 아니냐의 논란은 결코 사그라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보수 측이나 진보 측이나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하기 때문에 논란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논란으로 인해 중대한 이슈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묻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의 존재감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접근하게 되면 민주당 지도부는 야권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런데 국가기록원 대화록 공개 이슈로 인해 그 주도권을 친노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면 민주당 지도부의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NLL 포기 발언으로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존재감이 약화되는 양상이다. 이렇게 되면서 친노의 존재감은 다시 세상 밖에 드러내고 있다. 보수로부터 공격받는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친노가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친노 지지층이 결집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 문재인 중심으로 ‘대동단결’ 

또한 이 결집으로 친노 세력의 부활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친노 입장에서 본다면 대화록 공개가 나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대화록 공개를 놓고 더 이상 여당과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 야당은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라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했었다. 

하지만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이제 야당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에 더 이상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즉, 야당이 국정원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약화시키는 꼴이 됐다. 

국정원의 공개는 국익에 반하는 행위라면서 쿠데타라고 비판했지만 더 이상 이제는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국가기록원의 원본 공개로 인해 민주당은 주도권 다툼에서 밀렸다. 친노에게는 부활의 빌미만 제공하고 실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 ‘나쁘지 않아‥친노 총공격’ 

새누리당 역시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국가기록원의 문서를 공개하는데 동조했지만 그로 인해 국정원의 공개에 대해 무마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일로 인해 공격의 대상이 명확하게 됐다. 국가기록원 공개로 인해 민주당 지도부와 안철수 의원 세력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된 반면 친노 세력은 부활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친노를 상대하면 된다. 친노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공개한다고 해도 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은 사그라 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해낼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이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다. 오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차기 총선에서 만약 친노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면 NLL 포기 발언 논란을 꺼내들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집토끼를 계속에서 집에 머물게 하면서 국정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NLL 포기 발언 논란이 거듭되면 될수록 당 입장에서 볼 때는 실 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 NLL 포기 발언이었냐 아니냐는 정치권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어차피 정파마다 이해득실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빚어진 이해득실을 어떤 식으로 따지느냐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즉 구 DJ세력과 구민주계와 안철수 세력으로서는 정치적 존재감을 살리고 야권 주도권 장악에 더욱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 돼버린 것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