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이 더 커보여?

[파이낸셜투데이 김진아 기자] 삼성에버랜드(경영전략담당 사장 이부진)의 웨딩 사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최근 삼성에버랜드는 서울대학교 내 웨딩홀 컨벤션의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간 푸드서비스의 일환인 연회식 사업만을 영위해오던 삼성에버랜드가 웨딩홀 주 사업자로 올라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업체가 받은 예약자 명단을 무상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상 수익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서울대 발전기금, 학내 웨딩홀 새 사업자에 삼성에버랜드 선정…기존 사업자 반발
‘예약자 명단 무상 승계’ 둘러싸고 발전기금-기존사업자 갈등…삼성에버랜드 ‘뒷짐’


삼성에버랜드가 웨딩홀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존 업체의 예약자 명단을 가로채려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1월 서울대학교 내에 있는 발전기금재단 컨벤션웨딩홀 사업자에 선정돼 올 4월부터 운영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기존에 웨딩홀을 운영하던 업체가 갑작스런 계약 종료에 반발하며 서울대학교 측과 마찰을 빚고 있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발전기금이 기존 업체에 올해 4월 이후 1년 치의 웨딩홀 예약자 명단을 무상으로 넘기라고 요구하자 발전기금을 상대로 법원에 조정신청을 한 것. 만일 예약자 명단을 넘길 경우 그 수익은 고스란히 삼성에버랜드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재계약은 커녕 ‘예약 명단 넘겨라’

논란의 중심이 된 웨딩홀 컨벤션은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산4-2번지의 서울대학교연구공원 본관에 위치하고 있다. 웨딩홀 150석, 피로연장 400석 규모의 이 웨딩홀은 재단법인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재단에서 사업체에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웨딩홀 주 사업자인 플래닝쿠튀르는 웨딩 플래닝 업무를 담당하고 피로연 사업은 삼성에버랜드에 하청을 맡기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지난 1월 4일 발전기금재단은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1월 19일 신규사업자로 삼성에버랜드를 선정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4월 1일부터 2년 동안으로, 재단 측은 이미 건물 내에 사업자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까지 게시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기존에 웨딩홀을 위탁 운영하고 있던 웨딩플래닝업체 (주)플래닝쿠튀르가 갑작스런 계약 종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07년 수의계약을 맺은 쿠튀르는 5년 계약 끝에 지난해 12월 재단으로부터 계약 만료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던 쿠튀르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재단이 올해 1월 진행된 공개입찰에서 기본 임대료 조건을 연 10억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기존에 쿠튀르가 내오던 연 4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결국 쿠튀르는 입찰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대신 연회식 사업을 해오던 삼성에버랜드가 사업자 자리를 꿰찼다.

쿠튀르는 삼성에버랜드에 사업자 자리를 내어줘야 했으나 문제는 쿠튀르가 이미 올 4월부터 내년 3월 사이에 해당하는 250건의 예약을 받은 상태라는 점이다. 발전기금으로부터 예약자 명단을 이전해줄 것을 요구를 받은 쿠튀르는 영업활동으로 받아낸 예약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단과 삼성에버랜드는 보상해 줄 의무가 없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계약서상에 계약 만료 시점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쿠튀르가 계약이 끝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쿠튀르 신경섭 대표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재단 측은 2007년 당시 5년으로 계약하고 2012년에 재계약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2010년엔 당시 재단 측에서 ‘문제없이 계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전기금을 내라고 해서 재계약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6천만원까지 냈는데, 갑자기 계약을 종료한 것은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어 “웨딩업 특성상 1년 동안의 예약을 미리 받는데 학교 측이 웨딩 프로세스를 잘 모르고 기존 업체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가 운영하는 동안 6억원 가량을 들여 강당을 리모델링하고 영업비용을 들여서 계약한 고객들인 만큼 현재 받은 예약까지 마무리 짓거나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쿠튀르는 기존 예약 승계에 대해 10억원을 보상하거나 2년간 계약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조정신청서를 지난 1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발전기금 측은 “2007년 계약 당시 ‘3년 후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다”며 “2010년에 임대료 인상과 발전기금 납부 중 쿠튀르 측이 발전기금을 내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한 “서울대학교는 건물임대주일 뿐 건물주가 영업권 등 프리미엄을 주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방관만 하는 삼성에버랜드

그런데 재단은 왜 지난 5년간 운영해오던 쿠튀르가 입찰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금액을 최저입찰가로 설정한 것일까. 재단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개인사업자인 쿠튀르가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가 왜곡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며 “이전에는 임대료를 무조건 매출의 10%로 계약했으나 그럴 경우 사업자가 매출액을 속이거나 방만 경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웨딩홀 평균 연 매출은 40억원으로, 쿠튀르는 매년 4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해왔다. 발전기금이 자체 조사를 통해 측정한 최저 수익은 14억원으로, 그동안 웨딩홀 주사업자인 쿠튀르가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챙겨갔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기존 업체가 성사시킨 계약을 전부 무상승계하려는 삼성에버랜드 측에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예약자 명단은 발전기금 측에서 받아서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쿠튀르와 계약한 것은 삼성에버랜드가 아닌 발전기금”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익금과 맞먹는 납부금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익을 가져갈 목적이 아니라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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