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꼼수? 묘수?

[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최근 재계에서는 얼마 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넥센을 두고 말들이 많다. 넥센은 얼마전 자회사인 넥센타이어의 주식 공개 매수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 지주사 체제로 전환에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강병준(73) 회장의 아들인 강호찬(41) 사장이 공개 매수에 참여,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넥센타이어 지분을 ㈜넥센의 주식과 맞바꿔 단숨에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특히 이번 거래는 주식스왑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강 사장은 사실상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경영권을 물려받은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넥센의 지주사 전환 목적이 애초부터 경영권 승계에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구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넥센 강병중 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강호찬 사장(오른쪽)
넥센 지주사 전환 과정서 강호찬 사장 지주회사 ㈜넥센 최대주주 등극
지주사 전환 동시에 경영권 승계 ‘일거양득’…‘공짜 경영승계’ 뒷말 무성

‘일거양득’, ‘일석이조’. 요즘 재계에서는 넥센을 가리켜 이런 표현들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넥센은 최근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하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또 다른 과제를 동시에 풀어냈기 때문이다. 한 번의 기회를 통해 여느 재벌기업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2세 승계 문제까지 해결한 넥센의 지주사 전환을 두고 ‘묘수’냐 ‘꼼수’냐 의견이 분분하다.

공개매수 통한 지주사 전환

넥센의 지주사 전환 의지는 지난 2009년 중반 무렵부터 관측됐다. 당시 ㈜넥센은 부산 및 경남 지역의 민영방송사인 ㈜KNN의 지분 20.58%를 자회사인 넥센타이어로부터 인수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측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년 반이 흐른 올해 초 넥센은 본격적으로 지주사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기준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면서 당해 지주회사가 소유하는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당해 지주회사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지주비율)의 50% 이상인 회사이다. 당시 넥센의 지주비율은 48% 정도였기 때문에 2%의 요건만 더 충족하면 무리 없이 지주사 기준을 채우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넥센이 ‘블록딜’이나 ‘장내매수’ 등을 통해 자회사의 주식을 끌어 모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넥센은 다른 방법을 통해 이 요건을 충족시켰다. 넥센타이어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을 취한 것.

지난 2월 9일 넥센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넥센타이어 주식 90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가격은 1만9,116원으로, 당시 넥센타이어 주가보다 10%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넥센이 해당 주식들을 현금이 아닌 지주사 전환 후 넥센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일종의 주식스왑(SAWP)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이번 공개매수에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금이 아닌 주식 교환인데다가 공개매수 가격도 그다지 높지 않아 주주들이 큰 매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총 842만주의 넥센타이어 주식 공개매수를 완료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이 과정을 통해 넥센은 넥센타이어 지분율을 기존 31.61%에서 40.48%로 늘려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전체 지주비율도 50%를 넘겨(58% 추정)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조건을 충족시켰다.

2세 승계위한 꼼수?

그런데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 2세로의 경영권 승계 역시 교묘히 이뤄졌다. 그룹의 창업주 강병중 회장의 외아들인 강호찬 사장은 이번 넥센타이어의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매수량의 대부분인 780만주를 신청했는데, 이를 넥센 신주 223만2170주로 교환 받으면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넥센 지분율이 기존 12.62%에서 50.51%로 대폭 늘어났다.

반면 강 회장은 보유주식 수가 49만6649만주로 변화가 없지만, 신주 발행에 따른 전체 주식 수 증가로 지분율이 기존 18.55%에서 9.76%로 절반가량 감소해 아들인 강 사장에게 최대주주자리를 넘기게 됐다.
물론 강 사장은 넥센타이어 지분율이 10.78%에서 2.56%로 낮아졌으나,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권이 강화된 만큼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강 회장에게서 강 사장에게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애초에 이번 지주사 전환의 진짜 목적이 경영권 승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영권이 자연스럽게 이양됐을 뿐만 아니라 주식스와프라는 방법을 통해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경우 선대에서 후대로의 증여를 거치거나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현금화해 지주회사 주식을 매입한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강 사장의 경우는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맞교환’을 통해 지주회사의 지분 과반수를 확보하게 됐다. 재벌기업들이 으레 겪는 증여세 부담 문제까지 깔끔히 해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2세 승계를 고민하는 다른 재벌 기업들이 넥센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넥센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넥센타이어 주식 공개매수는 ‘지주사 전환’이라는 순수한 목적 하에 진행된 일”이라며 “강 사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애초부터 목적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며, 지주사 전환 외에 다른 목적은 결코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일반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해 대주주인 강 사장이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된 것일 뿐,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