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집고 헤엄치기 식 땅장사?

[파이낸셜투데이 성현 기자] 동부그룹이 최근 김준기 회장의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 대규모 땅을 사들인 것을 두고 구설에 올라 난감해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계열사 동부발전을 통해 최근 복합에너지단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강원도개발공사가 소유한 삼척 방재산업단지 부지를 사들였다. 그런데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강원도개발공사가 그간의 관행을 깨고 민간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용지를 매각했고, 잔금 납부 편의도 봐줬다는 것이다. 동부발전과 강원도개발공사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기업들이 불확실한 사업여건으로 방재산업단지를 떠난 마당에 동부발전이 사업 추진을 강행한 저의에는 시세 차익이라는 노림수가 존재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동부그룹 사옥.

STX·삼성물산이 노리던 삼척 방재산업단지, 삼척시도 모르게 매입
불투명한 사업전망에도 사업 강행, 왜?…도의회 “시세 차익 노렸다”

지난 2월16일 열린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업무보고장에서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도의원과 그럴 수 없다는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원인은 동부발전이 사들인 부지 때문.

동부발전은 지난 1월9일 강원도개발공사가 소유하던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 소재 방재일반산업단지 78만2,046㎡를 394억원에 사들인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동부그룹은 무려 14조원을 투입해 ‘그린삼척에너토피아’로 명명된 복합에너지·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오세봉 의원(강릉, 새누리당)은 “강원도가 20억원 이상되는 가치를 지닌 공유재산을 매각할 경우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강원도개발공사는 동부발전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부지를 팔았다”며 매매계약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장철규 강원도개발공사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공유재산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원칙이 맞지만 이번 삼척 방재산업단지 매각과정에는 수의계약을 해야 할 사유가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비밀리에 성사된 매매계약

방재산업단지는 강원도와 삼척시, 강원도개발공사가 2007년 11월 실시협약을 맺으며 본격화돼 2010년 9월부터 기업유치 신청을 받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시행, 시공, 분양을 전담하고 삼척시는 토지보상 등을 맡았다.

방재산업단지는 냉각수 공급이 용이하고 삼척시가 원자력발전소 유치 신청을 하면서 관련 기반시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입지조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내년 말이나 돼야 부지 조성이 완료될 예정이지만 이 때문에 현재까지 84개 업체가 업무협약을 맺을 정도로 기업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오 의원은 이번 매매계약에 특혜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개발공사가 공개경쟁입찰이라는 기존원칙까지 깨가며 39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용재산을 수의계약 처리했다는 것이다.

▲ 방재산업단지.
오 의원은 여기에 더해 잔금 납부 방식이 동부발전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원도개발공사는 동부발전이 계약금 20%만 내면 나머지 80%는 5회에 걸쳐 연말까지 무이자로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지자체가 5,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매각할 경우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반드시 공개경쟁입찰로 처분해야 되고 민간업체가 잔금을 3회에 한해 분할 납부하도록 한 법률 규정과 비교해보면 강원도개발공사는 강원도 산하기관이면서도 동부에 상당히 후한 대우를 해줬다”고 비판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사업파트너인 삼척시도 펄쩍 뛰었다. 방재산업단지 사업의 주체지만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매매계약에 대한 일언반구조차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척시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척시가 발의해 단지 조성이 착수됐지만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매매 사실을 알았다”며 “김대수 삼척시장도 매매계약 직후 도에 정식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반면 강원도개발공사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률상 하자도 없고 부채 등으로 방재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중단돼 있는 가운데 동부 측이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보여 계약을 하게 됐다”며 고 해명했다.

오 의원 “동부 시세차익 노리고 매입했다”

사실, 방재산업단지는 STX를 비롯해 삼성물산, 동부그룹 등 여러 대기업들이 눈 여겨 보던 노른자위 땅이다. 실제로 STX는 삼척시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발전소 유치에 소극적인 반면 삼척시는 스스로 원자력발전소 유치신청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탄탄한 기반시설이 마련돼 있거나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라는 점에서다.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발전 사업을 낙점한 동부그룹에게는 그만큼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그러나 STX는 지난해 말 방재산업단지가 원전유치 후보지에 포함되면서 화력발전소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시선을 돌렸고, 삼성물산은 방재산업단지를 노리는 기업이 너무 많아 사업 착수가 지연될 것을 우려해 마음을 바꿨다.

결국 대체 부지를 물색하던 STX는 방재산업단지와 약 3km 떨어진 지역에, 삼성물산은 강원도 강릉에 발전산업단지 터를 잡았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동부발전의 이번 매입을 의아해했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삼성물산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개경쟁입찰을 예상했었다”고 밝혔고, STX 관계자는 “삼척에 원전이 건설될 경우 동부가 계획 모두를 실행에 옮기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며 “이 땅을 사들인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삼척시에서 원전유치 업무를 하는 관계자 역시 “지역에서 이번 거래를 두고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동부발전이 이런 뒷말까지 감수해가면서 방재산업단지를 매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동부발전이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부발전 매입 이후 지목이 일반산업용지로 변경되면 인근에 STX와 동부그룹이 조성하는 대규모 발전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시세가 크게 뛸 것이며, 설사 원전 건설부지로 편입되더라도 지목 변경으로 매매 금액보다 많은 보상금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어찌되더라도 동부는 수익을 거두는 모양새”라며 “동부 입장에서는 ‘땅 집고 헤엄치기’식으로 땅장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부발전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동부발전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특혜라는 도의회 측 주장은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시세차익 의혹에 대해서는 “방재산업단지가 원전유치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다른 기업들은 손을 뗐지만 동부발전은 매입을 강행했는데 이는 동부발전이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 곳에 원전이 들어서더라도 인근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는 말로써 사실상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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