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도 색상도 ‘따라하기’?

[파이낸셜투데이 김진아 기자] ‘올리비아’ 상표를 두고 두 패션기업 간 자존심 대결이 재연됐다. ‘올리비아 하슬러’ 상표를 사용하는 패션그룹 형지(대표 최병오)와 ‘올리비아 로렌’을 브랜드로 갖고 있는 세정그룹(대표 박순호)은 몇 해 전에도 두 브랜드 간의 겹치는 ‘올리비아’라는 상표 때문에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엔 올리비아 하슬러가 리뉴얼을 거치면서  같은 ‘보라색’ 사용한 것을 두고 맞붙었다.  세정 측은 자사가 먼저 보라색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형지가  같은 색을 사용해 고객들에게 혼동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정 “올리비아 로렌은 선호도 1위 브랜드, 고객 혼동 우려”
형지 “같은 색상 사용만으로 분별 어렵다는 것은 어불성설”

지난 2월20일 세정은 ‘여성복 선호도 1위 올리비아 로렌’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면서 올리비아 하슬러에 상표권 분쟁을 제기한 사실도 함께 알렸다. 세정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성 의류 브랜드 선호도 조사’결과를 인용해 올리비아 로렌의 인기를 강조했다.

지난 2월20일 세정은 ‘여성복 선호도 1위 올리비아 로렌’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면서 올리비아 하슬러에 상표권 분쟁을 제기한 사실도 함께 알렸다. 세정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성 의류 브랜드 선호도 조사’결과를 인용해 올리비아 로렌의 인기를 강조했다.

다시 불붙은 상표권 소송전

국내 총 18개 여성복 브랜드 중 전체 여성복 선호도 조사에서는 2위였으며, 가두매장 브랜드 순위만 고려한다면 올리비아 로렌이 1위라고 밝혔다.

또한 ‘선호도 1위’라는 점에 이어 유사한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올리비아 하슬러와의 상표권 소송 사실을 알려 우월함을 부각시키려는 듯 한 의도를 보였다. 실제로 세정은 ‘올리비아 하슬러는 올리비아 로렌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올리비아 로렌은 2011년 매출 2천억 달성, 여성복 가두점 브랜드 중 선호도 1위의 비교할 수 없는 브랜드입니다’는 문구와 경고표식이 그려진 안내문을 각 매장에 배포한 바 있다.

세정은 보도 자료에서 “이번 여성복 브랜드 선호도 조사를 통해 올리비아 로렌이 진정한 여성복 브랜드로의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며 이어 “최근 올리비아 로렌은 올리비아 하슬러와의 상표권 분쟁으로 소송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올리비아 하슬러가 가두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간판 색상을 올리비아 로렌과 유사한 보라색으로 변경한데서 비롯됐다.

세정은 “지난해 형지가 올리비아 하슬러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간판 색상을 올리비아 로렌과 비슷한 보라색으로 바꾼 탓에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형지가 간판을 바꿔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정은 지난해 8월경 형지를 상대로 ‘상표권 무효 및 부정경쟁방지법’ 소송을 제기, 다시금 소송전쟁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형지 측은 보라색 간판은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타겟 층의 고객이 선호하는 색이어서 바꾼 것이며 간판 색상이 동일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형지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라색 바탕에 브랜드 명을 넣은 상표도 올리비아 로렌 측보다 먼저 출원 신청을 했기 때문에 선출원 우선권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오너 간 자존심 대결?

세정과 형지간의 법정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해 전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소송을 형지가 제기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역전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형지는 세정에 ‘상표권 무효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세정이 올리비아 로렌을 선보인 것은 2005년 8월, 형지가 올리비아 하슬러를 내놓은 것은 2007년 8월로 형지가 더 늦게 브랜드를 런칭했으나 상표 등록은 오히려 앞섰기 때문이다.

형지는 세정보다 8개월 빠른 2006년 10월 올리비아 하슬러 상표를 등록했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KIPRIS) 확인 결과 ‘올리비아 하슬러’는 2006년 1월 특허청에 상표등록출원서를 신청했으며, 같은 해 10월 등록이 결정됐다. 형지는 이에 근거해 세정을 상대로 상표권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세정이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형지가 2심 재기를 요청했으나 합의하에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해 일단락됐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 간의 치열한 소송분쟁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세정그룹 박순호(66) 회장과 패션그룹형지 최병오(59) 회장은 같은 경상도 출신에 시장 안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순호 회장은 1974년 현재 세정그룹의 모태가 된 동춘섬유공업사를 설립했으며 최병오 회장도 1982년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의류도매업 크라운사를 창업하면서 의류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올리비아 로렌과 올리비아 하슬러 론칭도 시작은 비슷했다. 세정은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올리비아 로렌을 런칭했고 뒤이어 형지도 중저가 어덜트 여성복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올리비아 하슬러를 선보였다. 매장 수도 100여개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리비아 로렌이 TV 드라마 제작 및 협찬 등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올리비아 하슬러와 매출을 크게 앞질렀다.

일각에서는 세정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까닭이 올리비아 로렌의 매출이 급증한 데에 있다고 지적한다. 세정그룹은 지난해 1조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패션 업체 중 매출 1조원을 넘은 곳은 제일모직, 이랜드, LG패션,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에 이어 세정이 다섯 번째다.

총 매출 중 올리비아 로렌의 매출은 2천억으로 주력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공중파 CF와 현장 판촉 프로모션 등 연간 60억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책정해 인지도를 꾸준히 늘려온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올리비아 로렌과 올리비아 하슬러와 이름이 비슷해 두 브랜드의 구별이 잘 안된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심지어 같은 브랜드로 인식하는 고객이 늘어나자 세정이 매출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소송을 결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세정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소송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 중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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