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회장님 죽이지 마세요”

[파이낸셜투데이 김진아 기자]사조그룹(회장 주진우)이 중소기업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생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육가공업체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이 가금류업계 진출을 위해 기업 회생을 가로막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화인코리아 측에 따르면 사조그룹은 지난해 회생을 도와주겠다며 접근, 채권을 매입해 도리어 회생 인가를 방해했다. 결국 지난해 회생절차까지 기각당한 화인코리아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으나 최근 간신히 회생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또 다시 채권을 갖고 있는 사조그룹이 발목을 잡혀 꼼짝없이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중앙일보 2월 7일자에 게재된 화인코리아 광고


앞에서는 ‘도와주겠다’…뒤로는 채권매입·공장 경매 신청
화인코리아 “사조그룹, 자금력 이용한 횡포 그만해야”


지난 7일, 모 일간지 한 귀퉁이에 ‘죽이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띄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게재한 화인코리아는 전남 나주에 있는 닭·오리 가공업체로,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님 중소기업 죽이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사조그룹이 대기업의 자금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약탈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충분히 회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임에도 회생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화인코리아 측의 주장이었다.

▲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


사조그룹, 화인코리아 회생 막아선 까닭

같은 날 광주고법 민사2부(박병칠 부장판사)는 화인코리아의 부동산에 대한 경매 절차를 중지시켰다. 화인코리아의 법인 회생 절차 신청에 대해 법원이 가부를 결정할 때까지 채권자가 임의경매를 통해 이 회사의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화인코리아는 한시름 놓게 됐다. 투자나 채무변제 등을 통해 법인회생에 한 걸음 다가갈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 그런데 회생기회를 갖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화인코리아는 어째서 위와 같은 광고를 실었을까.

지난 1965년에 설립된 화인코리아는 이후 대규모로 점차 발전했으나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터지면서 매출이 급감해 2010년 1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후 현금 자산을 확충하는 등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인가 받으려 했으나 지난해 5월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채권자의 이익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신청이 기각됐다. 화인코리아는 청산되느냐 제 3자가 인수하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이 무렵 등장한 것이 바로 사조그룹이다. 당시 사조그룹은 공식적으로 화인코리아의 인수의사를 밝히며 입찰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이 회생절차를 방해해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사조그룹이 회생절차 진행 중인 화인코리아에 접근해 회생을 도와주겠다며 채권단에 대한 정보를 입수, 뒤에서 몰래 담보채권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 임직원 대표인 안이석 이사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조그룹에 상환한 부채를 찾아가라고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이를 받지 않고 오히려 법원에 (화인코리아의)부채 상환 의지가 없다며 파산신청을 밟으라고 하고 있다”며 “재벌기업이 자금력을 이용해 횡포를 부리지 말고 처음 약속했던 대로 회생개시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신수종 사업 M&A 위한 꼼수?

지난해 1월 화인코리아의 채권을 매입한 ‘애드원플러스’는 알고 보니 주진우 회장의 아들 주제홍 씨가 회사의 전 이사로 등록돼 있었다. 사조그룹 측은 계열사가 아니며 그룹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조그룹은 또한 지난해 3월 화인코리아의 핵심 공장인 제2공장에 대해 광주지방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화인코리아는 회생절차 신청이 기각된 것도 사조그룹이 회생인가 심문에서 ‘반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어렵게 마련한 회생의 기회도 사조그룹이 쥐고 있는 채권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회생계획이 인가되려면 담보권자의 4분의 3(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담보채권 59%를 보유한 사조그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인코리아는 회생개시만 되면 담보채권을 상환할 수 있으며 무담보채권도 원금 전액을 분할 상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담보채권 총액 약 256억원 중 사조그룹이 보유한 채권은 약 170억원으로 화인코리아의 현금과 부동산 매각 등 현금화자산을 합친 220억원이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기상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사조그룹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가결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사조그룹이 화인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회생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조그룹은 신수종 사업으로 축산분야와 육가공 식품사업을 선정하고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M&A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육가공업체 남부햄에 이어 햄류 전문제조업체 동진H&F를 인수하는 등 2년간 축산업체 7곳을 인수했다.

대단위 공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경매를 통해 기존 업체를 사들이는 것이 사업 경험·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투데이>는 사조그룹 측의 답변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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