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주민들은 멸종위기 몇 등급?

[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CJ그룹(회장 이재현)이 인천 굴업도에 추진 중인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인천시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수년 째 제 자리를 맴돌던 사업에 이번에는 환경부까지 가세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환경부는 최근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전환경성검토’를 다시 받아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절차를 밟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미 5년째 지연되고 있는 CJ의 굴업도 개발 사업은 재개 시점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일단 CJ는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굴업도 개발의 핵심 사업안인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을 비롯해 CJ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CJ측은 이토록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발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이 이재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C&I레저산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이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을 고려해 CJ측이 쉽사리 사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 이재현 CJ 회장
CJ, 계열사 C&I레저산업 통해 추진 중인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수년째 표류
‘골프장 건설’ 둘러싼 갈등 탓…사업 포기 않는 CJ, 오너일가 이익 때문?

CJ그룹의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원점을 맴돌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인천시에 CJ그룹이 추진하는 옹진군 굴업도 관광단지 지정 신청과 관련, ‘사전환경성검토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런데 사전환경성 검토를 다시 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된다. 인천시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벌써 수년째 사업을 미루고 있는 CJ그룹 입장에선 또 다른 악재를 마주한 셈이다.

굴업도 개발 논란 최대쟁점은 ‘골프장’

앞서 CJ는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C&I레저산업’(이하 C&I)을 통해 지난 2007년 4월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산업에 뛰어들었다. C&I는 골프장 조성 및 운영업과 콘도미니엄 운영업, 부동산개발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6년 6월 설립된 회사로, 이재현 회장 일가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당초 C&I는 총사업비 3,9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6년까지 굴업도에 골프장을 비롯한 숙박시설 등이 한데 어우러진 관광단지를 조성키로 계획을 세우고, 굴업도 전체 면적 52만평 중 98.5%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개발 사업은 초반부터 암초를 만나게 된다. 이 섬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먹구렁이와 황조롱이,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서식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0년 취임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의 핵심인 ‘골프장 건립’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C&I의 사업 추진은 사실상 ‘올스톱’ 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C&I는 결국 2010년 6월 관광단지 지정신청을 자진 취하했다가 지난해 10월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옹진군에 2차로 굴업도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이때 신청서와 함께 제출된 사전환경성검토 결과에 대해 환경부가 ‘C&I의 1차 사업 자진취소 당시 행정 절차가 종료돼 효력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평가를 받을 것을 통보하면서 사업은 또 다시 난항 속으로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정부의 지침이 내려왔으니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 골프장 건립을 비롯한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을 찬성하는 조윤길 옹진군수(왼쪽)와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는 송영길 인천시장(오른쪽)
주민 vs 환경단체, 시 vs 군, 야당 vs 여당…CJ ‘끙끙’

문제는 C&I가 환경부의 요구대로 새롭게 행정절차를 밟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개발 사업의 최대 핵심 사안인 ‘골프장 건설’ 때문이다.

C&I는 골프장을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골프장을 함께 건설해야 수익성이 맞는 다는 것. CJ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 사업안을 검토해 봤지만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녹색회를 비롯한 환경단체들과 인천시는 멸종위기종 동물 서식지 보호 등을 이유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도 지난해부터 골프장 난립을 규제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 민간사업자들의 골프장 건설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C&I는 골프장 규모를 기존 18홀에서 14홀로 줄이고 숙박시설과 건축면적 등도 축소해 자연 그대로의 녹지를 최대한 보존키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인천시는 “굴업도의 생태환경을 고려한다면 골프장을 제외하고, 숙박시설을 축소한 관광단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내부 갈등도 C&I의 개발 사업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시와 환경단체는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반면, 굴업도를 비롯한 개발지역 인근 주민들과 옹진군청은 ‘찬성’의 입장을 보이며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옹진군청 관광전략과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굴업도를 비롯한 인근 섬 지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세가 심각해 생계활동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C&I의 개발 사업은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데, 시와 환경단체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보호만을 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옹진군 7개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만9,000명의 주민 중 1만1,192명이 개발에 찬성 했다”며 “주민이 있기 때문에 군이 있고 시가 있는 것인데, 현재 시는 개발을 허가해 달라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합리적인 개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 굴업도 주민들은 “멸종위기 종인 1,2급 때문에 (개발이)안된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 주민들은 멸종위기 몇 등급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성토한 바 있다.

아울러 조윤길 옹진군수는 시의 반대 입장에 반발해 옹진군을 아예 경기도로 편입시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C&I의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 정치적인 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이다. 조윤길 군수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이며 송 시장은 민주당 출신 인사다. 이 때문에 C&I의 개발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갈등의 한복판에 낀 C&I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 출처=한국녹색회
오너일가 ‘호주머니’ 채우기 도구?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CJ는 굴업도 개발 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CJ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사업 철수에 대한 논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이미 5년째 표류 중이고, 게다가 재개 시점을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사업을 뚜렷한 계획 없이 그저 붙들고만 있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C&I의 지분 구조를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분은 현재 이재현 회장이 42.11%, 이 회장의 아들 선호군이 37.89%, 딸 경후씨가 2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CJ 오너일가가 회사 지분 10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굴업도 관광단지 사업이 재개될 경우 그 개발 이익은 이 회장 일가의 호주머니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게 되고, 이를 통해 이 회장의 자녀들이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그러나 CJ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C&I의 지분 구조와 굴업도 개발 사업은 전혀 연관이 없다”며 “C&I는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오너일가의 지분 구조를 이유로 굴업도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오너일가가 지분을 차지한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기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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