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다모아(www.e-insmarket.or.kr)는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한 곳에서 보험상품의 가격(보험료)을 비교해 보고 저렴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일명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으로 불린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다모아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를 앞장세워 2015년 11월 30일 개설했는데, 현재는 6종 (자동차보험, 단독실손의료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233개 상품이 등록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다모아에서 보험종류를 선택한 후 등록된 보험상품의 보험료를 비교하고 원하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보험다모아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 일부 보험사들과 보험설계사들조차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첫째, 보험다모아는 명칭부터 잘못됐다.

보험 ‘일부모아’를 ‘다모아’라고 과장했기 때문이다. 보험다모아라면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모든 보험을 보여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온라인 판매 상품만 보여 주고 있다. 금융위와 보험업계가 당초부터 욕심을 부려서 과장했다.

둘째, 보험다모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개혁을 외치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는데, 구색을 맞추려고 생보업계까지 끌어들였다.

당초에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처럼 보험사 구분 없이 보장내용이 동일한 온라인 상품의 보험료를 비교해서 제공하려고 손보협회가 주도했다. 이때 생보업계는 참여를 회피했다. 생보 상품은 보장내용이 각각 상이해 보험료 비교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융위 압박으로 마지못해 참여했다.

임 위원장은 보험다모아 시연행사(2015년 11월 23일)에서 핀테크 홍보대사(임시완)와 함께 시연했고,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하며 ‘온라인 보험쇼핑시대가 본격 열린다’고 했다. 그 후 열린 보험다모아 기능 개선 시연회(2016년 6월 27일)도 마찬가지였다.

반복된 언론 보도로 보험다모아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금융감독원은 “보험다모아가 출범 1년만에 방문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홍보(2016년 11월 30일)했다. 최근에는 손해보험협회가 “보험다모아는 개설 당시 등록된 상품수는 70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233개로 3배 이상으로 늘었고, 지난해 보험다모아 방문자는 일평균 3409명으로 전년 2582명에서 3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에서는 온라인 보험 시장의 규모가 5년간 4배 커졌다는 등 눈에 띄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우 초라하다.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서 초회보험료 증가율이 다른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일 뿐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온라인보험의 초회보험료 비중은 전체의 0.1% 미만에 불과하고, 그나마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온라인 가입비율이 다소 높아 원수보험료 기준 2.6%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핀테크를 활성화한다며 보험다모아를 추진해서 호들갑 떤 것이 아닌지, 생색내기와 실적 달성용으로 추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셋째, 온라인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소비자에게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저렴한 보험료와 가입의 편리성이 있지만, 단점이 더 많으므로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즉, ① 온라인보험은 수수료(사업비)가 반드시 저렴하지 않다. 일부 상품은 설계사 판매 상품과 동일하다 ② 온라인보험은 보험사의 주력상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③ 온라인보험은 소비자 스스로 약관을 이해해야 하므로 잘 모르고 가입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특히 생명보험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내용이 어려워 무작정 동의하고 가입하면 피해를 입는다 ④ 보험 가입 후 유지 관리 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보험금 청구 시 보험설계사의 조력을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넷째, 보험다모아가 실효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또 있다.

우선, 일각에서 ‘다 모아도 요란한 빈 수레’, ‘보험다모아 사이트 외면하는 보험사’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가 적고, 이마저도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면 훨씬 적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협회는 보험다모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네이버 연계를 시도했지만, 비용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해 말 무산됐다. 난항을 겪다가 다음과 협약을 체결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조회건수는 극히 미미하다. 보험다모아 출범 당시 마지못해 참여한 보험사들이 상당수였고, 일부 보험사들은 네이버에 연계하더라도 판매 유인 효과가 의문이라며 추가적 비용 지출을 꺼리고 있다. 더구나 보험설계사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온라인보험을 포함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될수록 설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의 보험료를 비교하려면 기왕에 운영중인 보험협회 홈페이지의 공시실에서 보험 종류별, 판매 채널별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와 보험업계가 멀쩡한 공시실을 놔두고 보험다모아를 별도로 만든 이유가 여전히 궁금하다.

금융위와 보험업계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다면 보험다모아를 ‘온라인보험 다모아’로 명칭을 변경하고, 온라인보험 특성에 적합한 일부 상품만 선별해서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험사들이 자율 경쟁을 통해서 보험료를 조속히 인하하고, 그 효과를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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