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잘못인지 따져보자

[파이낸셜투데이 성현 기자] 대신자산운용(대표 온기선)과 효성캐피탈(대표 김용덕)이 부실 펀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법정공방을 벌인다. 대신운용은 최근 효성캐피탈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자사가 개설한 부동산 특별자산펀드가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는데 해당 사업자에게 브릿지론을 해준 효성캐피탈이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금융회사인 만큼 사활을 건 치열한 법리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 본사

대신, 희대의 펀드매니저 횡령사건으로 줄소송 맞아 ‘몸살’
대신 “효성이 부실대출 했다” vs 효성 “모든 책임은 대신이 지기로 합의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효성캐피탈을 상대로 24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지난 2007년 10월 개설한 D특별자산펀드 등 7개 펀드가 손실을 낸 것과 관련해 사업주에게 브릿지론을 해준 효성캐피탈의 대출심사가 부실해 초래된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심사를 소홀히 한 효성캐피탈에게도 책임이 일부 있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효성캐피탈은 2007년 10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해당 펀드 사업주에게 브릿지론을 해준 바 있다.

발단은 희대의 횡령사건

브릿지론이란 주로 중소기업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출 방식이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은 신규사업을 시작할 때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보면 초기투자비용이 부족하거나 급하게 목돈을 써야할 경우가 왕왕 있다. 자본금이 넉넉하지 못한 영세업체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일.

이 고비를 넘기는 묘책으로 기존 대출을 근거 삼아 또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2차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는데 이게 바로 브릿지론이다.

소송에 빌미가 된 펀드들의 경우 한국증권금융과 중소기업은행이 1차 대출은행이며 브릿지론은 당연히 효성캐피탈이 해줬다.

그런데 이번 소송에는 대신자산운용이 ‘특별자산펀드 개설 6개월 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당한 펀드매니저 횡령사건이 얽혀 있다. 당시 대신자산운용은 물론 자산운용업계 전체를 뒤흔들었던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당시 대신투신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권모 팀장은 전 직장인 마이애셋자산운용에 다니던 지난 2007년, 자신이 관리하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펀드’ 등 20여개 펀드가 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한가지 꾀를 냈다.

신규 고객들의 투자금을 기존 펀드에 쏟아넣어 손실을 메꾸는 수법이었다.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

하지만 이렇게 투자한 다른 펀드들도 권 팀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의 돌려막기는 대신자산운용으로 회사를 옮긴 2009년 2월까지도 계속됐다.

그 사이 횡령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795억원에 달했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금액도 276억원에 이르렀다.

이 사건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금감원이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대한 특별조사를 나서게 만들었고 대신·마이애셋자산운용 임직원 17명의 직원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금융투자협회와 관련기관들이 자금통제방법, 사업성 검토 시 외부전문가 평가 의무화 등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모법규준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신자산운용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투자과정 대부분이 비밀로 부쳐지는 특별자산펀드 특성상 고객들의 신뢰는 운용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펀드매니저 한명에 의해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대신자산운용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질적 피해도 뼈아팠다. 희대의 횡령사건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을 이어 지난 2010년 7월까지의 손해배상금만 372억원에 달했다. 이후 대신자산운용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시정조치 대상(150%)에 근접한 154%까지 하락했다.

▲효성캐피탈 본사

함구하는 대신과 결백 주장하는 효성

여하튼 대신 측 주장대로 브릿지론 담보설정 등에 대한 효성캐피탈의 부실 심사가 있었다면 그것은 효성 측의 잘못이다.

하지만 효성캐피탈은 전적인 책임은 대신에 있다고 주장했다.

효성캐피탈 고위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신 측은 펀드 사업주가 브릿지론을 신청할 당시 대출된 자금을 곧바로 예치(상환)시키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대출이 이뤄지기 전 우리 계좌로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며 “대출을 하는 자리에 법무법인 관계자도 동석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은 브릿지론을 실행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사업주가 초기 자본이 없어 대출을 필요로 했지만 자산운용사로서 대출을 해줄 수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말이었다.

또한 브릿지론 특성상 대출 신청과 결정이 하루 이틀 사이에 결정돼 제대로 된 심사를 못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브릿지론 대출은행은 기존대출은행이나 중재기관의 재무구조·신뢰성 등에 근거해 대출을 해준다는 일반론을 폈다.

뿐만 아니라 추후 발생하는 책임도 양도·양수계약서 등을 통해 대신이 지기로 합의했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끝으로 “대신 측은 자신의 직원과 펀드에 대한 관리감독 부재로 빗어진 사건에 효성을 걸고넘어지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쯤 되면 대신자산운용의 반박을 들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가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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