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간 갈등·카뱅과 비교·정치 스캔들 등 삼중고… 버전2.0 차별화 먹힐까?

지난 27일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단 설명회에서 심성훈 은행장이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출범 6개월을 앞둔 케이뱅크가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성과 보안을 강화한 ‘케이뱅크 2.0’을 공식 발표했다. 케이뱅크2.0은 뱅크온디맨드(Bank On Demand)를 기반으로 고객 수요에 초점을 맞춰 편리한 금융 생활을 제안하는 은행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케이뱅크는 ‘금융계의 넷플릭스’를 목표로 2020년까지 흑자 전환을, 2022년까지 누적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사업 영속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특히 최근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인해 케이뱅크의 장기적 플랜이 달성 가능할지에 대한 의심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은산분리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는 스스로 사업을 유지할 만한 체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케이뱅크 등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케이뱅크는 체크카드 개설 수 47만좌에 수신 8400억원, 여신 6600억원 등 여·수신 자산 1조5000억원을 기록해 연간 목표로 한 액수를 초과 달성했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성과를 정리하고 장기플랜을 설명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성과를 밝힘과 동시에 하반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고 그간 중단했던 ‘직장인K 마이너스 대출’ 상품의 판매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가 4월 출범한 이후 비교적 시장에 연착륙을 했으나 이제는 ‘케이뱅크 2.0’이라는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2020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22년에는 누적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걸림돌’들은 어떻게 뛰어넘을까?

이처럼 케이뱅크가 출범 6개월 만에 장기 플랜을 발표한 데는 그간 시장 안팎으로 ‘사업 영속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직장인K 마이너스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대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탓에 여신 자산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면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란 시장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은 업계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지난달 1000억원 증자를 의결했지만 다날 등 7개 주주사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실권주가 발생하자 한국자산신탁을 자회사로 둔 부동산 전문기업 엠디엠(MDM)을 제3의 주주사로 선정하고, 부족한 130억원 남짓한 금액은 KT가 전환주를 통해 채우는 식으로 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내년 초 추가로 1500억원의 유증 의사를 밝힌 상태라 제대로 된 증자가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중장기 경영전략을 밝힌 날을 유상증자 납입일과 같은 날로 정한 것은 이 같은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제2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의 ‘상대적 박탈감’도 분명 해소해야 할 문제다. 케이뱅크가 6개월 만에 올린 성과를 카카오뱅크는 출범 보름 만에 훌쩍 뛰어넘은 상황에서 시장 안팎으로 ‘케뱅보단 카뱅’이라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날 케이뱅크가 공개한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차별화된 방카슈랑스도 ‘카카오뱅크와는 다르다’는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효조 케이뱅크사업총괄본부장은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아직 은행권에서 완전한 구현은 어려운 상태로 케이뱅크가 업계 최초로 시도한다”며 “복잡한 금리우대 조건을 없애고 주말 실행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 밝혔다.

주주사인 한화생명과 함께 준비 중인 방카슈랑스도 기존 상품과는 다른 저가형 보장성 상품과 환급률이 높은 저축보험 상품군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은행법 상 은산분리 완화 조치가 없이는 케이뱅크 뒤에 달린 ‘물음표’는 떼기 힘들 전망이다. 대출 상품을 지속 판매하기 위해선 자본금 확충이 필수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지금과 같은 유상증자를 계속 이어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심 은행장이 이날 밝힌 ‘여신 쿼터제’도 결국 ‘대출 여력이 부족하면 여신을 중단하겠다는 걸 잘 포장한 것 아니냐’며 ‘반쪽짜리 은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에선 케이뱅크 출범 과정에서 정치 스캔들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적격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혜택을 입은 것인데, 여당 몇몇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기간 이를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어 케이뱅크에겐 당분간 혹독한 시간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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