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참아!

[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대한전선(회장 손관호)이 단단히 뿔이 났다. 증권가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악성 루머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위한 잰 걸음에 한창인 대한전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가에는 대한전선이 조만간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사측은 즉각 “사실무근”의 입장을 밝히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한동안 계속되는 주가하락세를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참다못한 대한전선은 칼을 빼들었다. 이번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내 반드시 발본색원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주채권은행 측과 협력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대한전선 손관호 회장
재무구조 개선작업 진행 중인 대한전선, 워크아웃설에 ‘진땀’
루머 유포자 고소 및 조기 유동성 확보 방안 마련 등 선제대응

지난 16일 대한전선에 예기치 못한 악재가 들이닥쳤다.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증권가에 대한전선이 곧 워크아웃에 돌입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진 것이 화근이었다. 이 같은 루머는 투자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고, 대한전선의 주가는 이날 한때 전일대비 14.61% 낮은 2,865원까지 급락했다.

사색이 된 대한전선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발 빠른 조치에 나섰다. 사측은 즉각 “워크아웃 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번 악성루머의 근원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강경대응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이날 대한전선의 주가는 전날 종가인 3,355원보다 11.33% 급락한 2,975원에 장을 마쳤다.

재무개선작업 중 터져 나온 워크아웃설

대한전선의 주가하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9일 종가는 2,630원이었고, 20일과 21일에도 각각 2,775원과 2,810원에 장을 마쳤다. 19일을 기준으로 미미하게나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달 초부터 워크아웃설로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인 15일까지 평균 3,400원대의 주가를 유지하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맺고 한창 노력 중인 와중에 느닷없이 워크아웃설이 터져 나와 회사로서도 상당히 당황스럽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로 대한전선은 현재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앞서 대한전선은 주력사업인 전선사업이 국내 시장에서 포화상태에 이르자 지난 2000년 이후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렸다. 2002년 무주리조트를 시작으로 쌍방울, 명지건설, 남광토건, 온세텔레콤을 인수했다. 2007년에는 5100억원을 들여 세계 2위 전선업체인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지분을 사들였다.

그러나 빚을 내가며 무리하게 진행한 M&A가 결국 화를 불러왔다. 2006년 80%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2007년 말 180%, 2008년 290%로 늘더니 2009년에는 350%까지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무려 2조3,300억원에 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대한전선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대한전선은 2009년 6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뒤 주요자산 매각과 주식 처분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와 프리즈미안 지분 매각, TMC 투자지분 매각 등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해 들어서도 주요 자산 매각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부영주택에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에 매각했고, 4월에는 계열사인 티이씨리딩스 소유의 부산 신호지구 부동산을 부동산개발업체인 ㈜휴먼터치에 1,500억원에 매각했다. 아울러 필리핀 세부 리조트와 노벨리스코리아의 지분도 각각 224억원과 1,20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 12일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공장부지를 SK D&D에 1,900억원에 매각키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워크아웃설 대체 왜?

그렇다면 대한전선은 이 같은 재무구조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워크아웃설에 휩싸이게 된 것일까.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앞서 이뤄진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에서 찾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대한전선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존 BBB 등급을 유지했지만 하향검토 대상으로 선정했다. 비영업부문의 정리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하고 있지만, 자산매각 시기 및 성과의 불확실성, 단기화된 차입구조 및 잠재채무 부담 등으로 인해 당분간 유동성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대한전선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 현재 이 회사의 순차입금은 1조7,101억원이며, 부채비율은 552%에 달한다. 안정적 부채비율 수준인 100%을 지나치게 웃도는 수치이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도래하는 3,000억원 규모의 채권상환이 불투명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워크아웃설이 흘러나왔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 설윤석 부회장
하지만 대한전선은 이 같은 우려가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앞선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과 오는 28일 들어올 노벨리스코리아 지분매각 자금 등으로 내년 초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상환이 충분히 가능하고, 현재 선운산골프장을 비롯해 대경기계 남부터미널 부지매각도 추진하고 있어 유동성 확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

여기에 더해 대한전선은 워크아웃설 직후 더욱 다양한 재무구조 개선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한전선은 지난 20일 회사채 발행 등 시장자금 조달 시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계열사 하나대투증권이 대표주간사로서 최소 30%를 총액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나대투와 유동성 조기 확보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대한전선은 이번 워크아웃설을 악의적인 루머로 판단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을 취할 방침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번 루머는 주가하락에 따른 차익을 노린 일부 공매도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어 지난 21일 오전 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막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와 같은 피해를 보는 기업이 나오지 않게 하기위해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전선은 현재 오너 3세인 설윤석 부회장(31)을 필두로 3세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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