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납비리 관련 영수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조민수 기자] 오토바이나 트랙터에 쓰이는 저가 윤활유를 전투기·헬기 등 군용 특수장비 윤활유로 속여 납품한 군납업체 관계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납업체 K화학 대표 이모(58)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K화학 직원 정모(33)씨와 이모(26)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 등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에서 제조한 저가의 오토바이용 윤활유를 미국 유명회사 제품으로 위장해 방위사업청에 공급하는 등 43차례에 걸쳐 모두 1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4년 12월 국내 화력발전소에 엔진용 '터빈 작동유'를 납품할 때에도 국내 저가 제품을 미국산으로 속여 납품하는 등 모두 23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국내에서 저가 상품을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 현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당 제품에 위조 라벨지 등을 붙여 미국 유명 회사 제품으로 속였다. 이 제품을 국내로 재수입하면서 수입신고필증, 시험성적서 등 관련 서류도 위조해 제출했다.

모조품 윤활유가 사용된 공군의 한 항공기의 경우 진동과 엔진 실린더 헤드균열 등 손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운항 중 추락 위험이 있어 조기 회항하는 사례도 있었다.

해군 헬기에 사용된 모조품 윤활유는 수분 함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장기 사용 시 기체가 손상되는 위험성이 발견됐다. 군함에 사용된 모조품으로 인해 추진 제어장치의 전자 기판이 녹는 등 군의 주요 무기와 장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력발전소 측은 납품 받은 모조품 유압유를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모조품 유압유를 사용할 경우 화재 발생 위험이 매우 높고 정품 유압유로의 교체작업이 20~30일 걸리는 등 90억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와 1일 910만㎾/h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군에서 제품 검수 시 특별한 검수절차 없이 수량, 포장상태, 파손여부만 육안으로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씨 등이 추가적으로 모조품을 납품했는지 여부와 군 내부 관계자와의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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