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최근 SPC그룹이 우유·낙농품 제조회사를 설립해 그 이유가 주목을 받고 있다. SPC는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우유나 낙농품 제조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우유 개발이 완료되면 생산된 유제품은 파리바게뜨 매장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설립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오가고 있다.

▲ SPC 허영인 회장


타업체 “우유값 인상에 결정정인 영향” 예고 
유업체 커피전문점, SPC와 ‘유혈경쟁’예상


파리바게뜨와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그룹(회장 허영인)과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지난 7일 ‘SNS데어리’라는 이름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SNS데어리는 우유나 낙농품 제조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 조상호 삼립식품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을 맡았고 최석원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정태수 BR코리아 부사장, 최윤재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 등이 이사로 등재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지난 6월 유가공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었다. 이 회사는 서울대와 SPC가 5억원씩 투자해 설립됐으며 수년 내에 자본금을 30억원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강원 횡성에 젖소 수십 마리를 보유한 목장을 확보해 기능성 우유를 개발하고자 시험 중이다. 이르면 연말께 개발을 마치고 내년 초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며, 브랜드 이름과 가격대 등을 연구 중이다.

제빵업계에 닥쳐온 우유값 대란

SNS데어리는 기능성 우유 개발이 완료되면 집유 낙농가를 확대하는 한편 유가공 시설을 갖춘 업체에 위탁해 유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파리바게뜨 매장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SPC그룹은 제품 원료인 원유와 매장에서 자사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는 우유를 합해 하루에 60∼70t을 소비하는데 이 중 일부를 대체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PC의 유가공 제조 회사 설립에 우유값 인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8월 낙농가와 우유업체들은 원유 가격을 138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2008년 이후 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원유 가격이 3년째 동결되고 있어 낙농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원유가가 오르자 우유업계도 “원가 상승으로 하루에 수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잇따라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지난 달 국내 최대 유업체인 서울우유가 우유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으며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유를 주원료로 쓰는 빵과 커피음료,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제빵업계의 경우 버터, 치즈 등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길어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재고를 미리 확보했지만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원가를 낮출 방법이 없다며 난처해하는 모습이다.

SPC그룹의 경우 지난 8월 이미 파리바게뜨 등 일부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당장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유업체 전반에 우유값 인상이 퍼져나갈 경우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 또한 유업체는 보통 1년 단위로 업체 간 계약을 맺고 있어 당분간 기존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나 계약 조항에 따라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유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금방 눈에 띄는 소비자 대상 제품(B2C) 대신 커피전문점 같은 기업간 거래 제품(B2B) 가격을 우선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SPC가 우유 제조회사를 설립한 것은 우유값 인상에 대한 부담을 타파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중간단계인 유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우유를 공급받는 편이 가격 절감에 효과적이기 때문. 시장 안팎에서도 큰 폭으로 상승한 우유값의 원인은 복잡한 유통구조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중간 단계 마진을 제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파스쿠찌’, ‘잠바주스’ 등과 경쟁이 불가피

우유값 인상 외에도 SPC그룹을 압박하는 요인이 또 있다. 매일유업 등 유업체가 직접 커피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 매일유업은 지난 2009년 커피전문점 ‘커피 스테이션 폴 바셋’을 백화점 내에 오픈했다. 서울우유도 일본 도토루와 손잡고 커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우유는 앞서 동서식품과 OEM 계약을 맺고 스타벅스 컵 커피를 제조해왔으며 이번 도토루와의 계약을 통해 커피 전문점 도토루를 국내에 들여온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기존 우유 사업과 더불어 커피·아이스크림·베이커리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비칠 정도로 ‘커피사업’에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사업은 SPC그룹의 커피 전문점인 ‘파스쿠찌’, 스무디 브랜드인 ‘잠바주스’ 등과 영역이 겹치면서 그동안 우유를 공급받았던 유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아직 서로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차츰 많은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이뤄진다면 출혈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SPC가 서울대학교와 함께 제조사를 만든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사실 서울대학교와의 교류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07년 SPC는 서울대학교에 산학 협동 연구용 건물의 건축기금 45억원을 출연해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 연구동’을 건립했다. 연구동은 대학의 연구들의 공간으로 활용됐으며 SPC그룹과 산학 협력 연구도 진행되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번 우유 제조사 설립이 미리 예견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SPC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SNS데어리 설립은 우유값 인상과는 관계없으며 커피 전문점 시장 경쟁은 이른 판단”이라며 “시중에 유통될 우유는 아직 연구개발 중이나 서울대학교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연구동 건립과 관련해서는 “당시 연구동의 건립 목적은 SPC의 기초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만든 것”이라며 “우유 제조사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설립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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