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지분 매각금지 올해 끝…수입판매 비중↑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한국GM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철수 망령’이 GM본사의 오펠·복스홀 매각 영향으로 되살아난 모양새다. 가뜩이나 일감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량까지 감소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GM의 지분 매각금지가 끝나는 상황이라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주요외신에 따르면 PSA는 GM의 자동차 브랜드인 오펠과 복스홀, GM 유럽 금융사업을 22억유로(약 2조6800억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로 GM은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철수 이후 4년 만에 유럽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GM의 유럽시장 철수는 한국GM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GM에서 생산한 수출 (반조립·CKD 포함) 물량 중 3분의 1가량을 오펠과 복스홀 등에 공급했던 만큼 수출길이 막힐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16개 국외법인 가운데 15개 법인이 유럽 사업부인 한국GM은 쉐보레의 유럽 시장 철수 시점인 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잠했던 한국GM의 ‘철수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한국GM은 해외에서 직접 수입한 차량의 판매를 늘리고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수출 물량까지 감소한다면 한국은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실제 2015년 출시한 임팔라가 지난해 완전 수입판매로 전환된 이후 캡티바도 후속모델을 북미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판매하기로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MPV시장 1인자 올란도도 단종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GM의 전략을 감안한다면 한국 시장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GM은 그동안 GM본사가 유럽은 물론 러시아와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시장 등에서 철수하는 와중에도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특별결의 거부권’ 덕분에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의 매각과 합병, 분할 등의 주요 사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항으로 분리돼 최소 33.0%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지만 산업은행과 GM은 주주 간 미달하는 지분으로도 특별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결의 거부권이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이라 이 이후에는 한국GM이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산업은행에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아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바가 없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GM에서 생산량 증대와 같은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철수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철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한국GM이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국내 완성차 브랜드에 비해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비춰 봤을 때 발을 빼기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철수설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게 없고 철수설도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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