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고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최근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의 카드 사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해 말 롯데는 교통 결제 카드인 ‘캐시비’를 출시했는데, 이 카드의 정체를 놓고 설왕설래다. 단순한 교통카드가 아니란 것이다. 롯데는 이 카드에 롯데멤버스 기능까지 탑재해 롯데백화점을 비롯 롯데의 유통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게끔 그 범위를 대폭 확장시켰다. 하지만 이런 폭넓은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캐시비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는 교통카드 부문 활성화를 위해 중소형 스마트카드업체를 여러개 인수해놓고서는 정작 그룹 내 유통 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불교통카드 사업 뛰어든 롯데, 유통 부문 결제도 능통?
교통수단 결제 보다 소액 결제 확대로 ‘정체성 의문’ 


지난해 말 롯데의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 계열사인 ‘(주)마이비’에서는 통합선불 교통카드인 ‘캐시비’를 선보였다. 캐시비는 단순히 교통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결제와 롯데멤버스 기능까지 결합됐으며 그 범위도 점점 넓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이용처가 많아질 경우 대중교통요금 지불 보다 소액결제가 증가해 신용카드에 준하는 파급력을 가지게 돼 본래의 목적인 ‘교통카드’라는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선불교통카드사업 진출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는 교통카드 사업 시장 2, 3위를 차지하고 있던 이비카드와 (주)마이비를 차례로 인수했다. 교통카드 시장은 본래 한국스마트카드와 이비카드, 마이비의 3강 구도를 이루고 있었으나 롯데가 이 두 개사를 인수해 기업결합하면서 2개사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비카드는 시장점유율 21%, 마이비는 16%로 한국스마트카드(53%)에 이어 37%의 시장점유율로 2위에 해당한다. 롯데는 또한 각 지역의 교통카드 회사를 끌어 모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집단 공시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주)인천스마트카드, (주)한페이시스, 경기스마트카드(주), 부산하나로카드(주), 충남스마트카드(유) 등 총 7개의 교통카드 회사가 롯데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 중 마이비 지분은 롯데정보통신이 45.07%, 롯데카드가 4.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비카드 지분은 롯데카드 95%, 롯데정보통신이 5%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 지분이 100%인 회사이다. 지난해 12월 마이비와 이비카드는 공동 브랜드인 캐시비를 출시했다.

세븐일레브,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 소액결제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그룹 통합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겸비된 카드이다. 또한 캐시비로 결제하면 롯데포인트가 적립되는 롯데멤버십 서비스도 추가해 더 많은 소비자가 롯데 유통점에서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매일 사용하게 되는 교통카드의 특수성을 이용한 것이다.

▲ 캐시비 사용으로 롯데멤버스 포인트가 쌓이면 제휴사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무늬만 교통카드?

그런데 교통수단 외의 분야에서도 결제가 용이한 이 카드에는 롯데의 꼼수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소액이긴 하지만 결제통로가 점점 증가해 ‘교통카드’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카드론이 급증하면서 신용카드 업계의 공격적 마케팅이 도마에 올랐고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발급과 과열경쟁을 막았다. 때문에 롯데가 교통카드와 유통부문 결제를 결합한 새로운 카드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신용카드의 높아진 시장 진입 장벽을 돌파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후불교통카드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 뒤 유통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금융 계열사 등 그룹 내 모든 계열사와 연계한 스마트카드 사업도 본격화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롯데의 독자적인 유통 결제시스템을 만드는 계획을 롯데정보통신에서 담당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그룹 인프라를 스마트카드 기반으로 재구축하여 롯데 계열사끼리 적립 포인트를 주고받기 용이하도록 유통 단말기를 개발 중이다.

이처럼 기존에 있던 선불교통카드와는 달리 결제 통로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 또한 롯데 계열사에만 국한되어 있어 ‘캐시비’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마이비와 이비카드의 기업 결합 시 교통카드 사업을 하는 것을 전제로 했으나 새로운 사업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롯데 계열사에 한해서만 결제하도록 강요했다면 거래상 지위 남용은 될 수 있으나 기업결합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과 같은 유통업체를 적극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비카드 홍보팀 관계자 역시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캐시비는 교통카드를 기반으로 롯데포인트 서비스가 접목시킨 것”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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