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해 보니 높은 가격 ‘납득’…변속기 인상적

▲ 한국GM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사진=한국GM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쉐보레 크루즈가 9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크루즈 소유자들의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 이들만큼 신형 크루즈의 변화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2년 전 크루즈를 구입, 이용중인 기자가 시승 행사에서 직접 타보고 느낀 올 뉴 크루즈의 이모저모와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을 짚어봤다.

1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8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올 뉴 크루즈’ 시승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서울 남산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 천문대를 잇는 왕복 140㎞의 코스에서 진행됐다.

◆ 9년의 세월, 이제는 안녕

제품 설명과 질의응답을 마친 후 배정받은 ‘올 뉴 크루즈’ 앞으로 다가갔다.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달 출시행사에서 신형 크루즈를 만났었지만 직접 경험해볼 생각을 하니 기대감이 앞섰다.

전반적으로 기자가 타고 있는 2015년형 크루즈와 비교했을 때 전체 길이는 늘어났지만 보닛은 짧아졌다. 내부 공간 확보를 위해 운전석을 앞으로 빼 낸 ‘캡 포워드’(Cap Forward) 디자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상품성을 확보하기 위한 GM의 전략이지만 기존 크루즈만의 개성을 잃은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 사진=이건엄 기자

헤드라이트와 조합된 주간주행등(DRL)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LTZ트림 기준). 기자가 소유하고 있는 2015년형 크루즈는 DRL이 범퍼에 위치해 있고, 할로겐 전구가 적용된 헤드라이트 때문에 다소 저렴한 느낌을 준다. 2016년형에서는 DRL일체형 프로젝션 헤드라이트를 선택할 수 있다.

짐을 싣기 위해 트렁크를 열었다. 2015년형 크루즈의 경우 운전석 쪽에 있는 버튼과 무선 키 버튼 외에는 트렁크를 열 방법이 없었다. 반면 올 뉴 크루즈는 다른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트렁크 문에 달려 있는 버튼으로 열 수 있어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짐이 많은 상황에서 열쇠를 꺼내거나 운전석에 있는 버튼을 누르기에는 상당히 번거롭기 때문이다.

트렁크 용량도 인상적이다. 올 뉴 크루즈의 트렁크 공간은 469ℓ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기존 크루즈보다는 약 20ℓ가 늘어났다.

짐을 다 싣고 주행을 위해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시승한 크루즈는 1.4 가솔린 터보 LTZ 모델로 모든 욥션이 갖춰져 있는 ‘풀옵션’ 차량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운과 그레이 투톤으로 이뤄진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는 멋스러움을 더했고, 크롬과 유광 블랙으로 처리된 센터페시아, 기어콘솔, 계기판 등이 어우러져 세련됨을 강조했다. 이전세대 크루즈의 LTZ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는 투톤 인테리어가 박한 기어봉과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다소 저렴해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자가 가장 만족했던 올 뉴 크루즈의 인테리어 요소는 바로 기어스틱이다. 이전 세대 크루즈는 일반 막대형태로 돼 있어 투박하고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루즈 동호인 사이에선 ‘닭다리’라 불리며 천대(?) 받기도 했던 부분이다. 반면 올 뉴 크루즈는 기어스틱을 가죽으로 감싸 훨씬 멋스러웠다. 기존 크루즈 소유자들이 직접 구매해 설치했던 쉐보레 알페온의 기어스틱과 유사했다. 덕분에 이같은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 올 뉴 크루즈 기어콘솔. 사진=이건엄 기자

계기판은 신형 말리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립 컴퓨터와 좌우로 배치된 RPM게이지, 속도게이지가 이전 모델보다 시인성을 대폭 향상 시켰다.

기존 크루즈의 단점을 일부 계승한 것은 옥에 티였다. 요즘 대부분의 운전자가 설치하는 블랙박스는 보통 룸미러 바로 뒤에 위치한다. 운전 시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것이 미관상 좋기 때문이다.

반면 크루즈의 경우 룸미러 뒤에 레인센서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일반 차보다 아래에 카메라를 달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시야를 가렸다. 올 뉴 크루즈도 마찬가지로 레인센서가 같은 위치에 있어 블랙박스 설치 시 불편이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 또 통풍시트를 채택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 올 뉴 크루즈도 이전세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룸미러 바로 뒤에 레인센서가 위치해 있어 블랙박스 설치 시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건엄 기자

◆ 고질병 고친 크루즈, ‘호랑이 등에 날개 달다’

하지만 이같은 단점은 주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말끔히 잊혀졌다. 올 뉴 크루즈에는 신형 1.4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153마력, 최대 토크 24.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충청남도 보령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한 ‘GEN3’ 변속기가 맞물려 있어 경쾌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실제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벗어나 서울-춘천 고속도로에서 달리기 시작하자 동급 모델에선 느끼기 힘든 가속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는 충분한 마력과 토크가 바탕이 된 점도 한몫했지만 기존 크루즈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 받았던 변속기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기자가 타고 있는 크루즈는 1.8ℓ 자연흡기 모델이라 직접적인 성능 비교는 어려웠지만 2단에서 3단기어로 바뀌는 시점에 오는 변속 충격과 느린 변속타이밍은 확실히 개선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속도가 붙어 깜짝 놀랄 정도였다.

▲ 쉐보레 올 뉴 크루즈에는 1.4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있어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 토크 24.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이건엄 기자

기존 크루즈의 장점으로 꼽히는 고속 안전성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미국 모델에 적용된 멀티링크는 장착되지 않았지만 GM특유의 기술력으로 고속 주행 중에도 하체를 단단히 잡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시승 코스 말미에 등장한 중미산의 굽이진 언덕에서도 강점인 핸들링 성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스티어링휠의 즉각적인 반응 덕분에 급커브 구간도 무리 없이 통과했다.

대거 채택된 안전사양은 기존 크루즈와 비교를 불허했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과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전방충돌 경고시스템, 자동주차 보조시스템, 전좌석 안전벨트 경고 시스템, 급제동 경고 시스템, 스마트하이빔 등 없는 게 없었다. 다만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의 경우 특별한 경보음이 없는 상황에서 핸들을 돌려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신형 크루즈가 중미산의 굽이진 언덕을 빠져나가고 있다. 올 뉴 크루즈에는 R-EPS와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이 장착돼 기존 크루즈보다 월등한 코너링 능력을 보여준다. 사진=이건엄 기자

시승을 마친 후 크루즈의 가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비싸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옵션 보다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행성능과 기본기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기존 크루즈가 다소 부족한 옵션과 노후화 된 플랫폼으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던 만큼 실속과 상품성을 모두 챙긴 올 뉴 크루즈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싶다.

황지나 한국GM 부사장은 "준중형 시장이 가격에 민감하지만 엔트리 트림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급 사양을 원하는 고객들도 많다"면서 "신형 크루즈가 준중형의 세그먼트를 넘어서는 요구를 갖고 있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형 크루즈는 지난달 17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해 지난 7일까지 2000여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국GM은 신형 크루즈를 내세워 올해 내수 판매 최대치를 찍겠다는 각오다. 회사는 올해 역사상 최대인 19만4000대를 판매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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