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한강랜드 경영권 둘러싼 검은 커넥션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C&한강랜드(이하 한강랜드)의 경영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한강랜드의 지배권을 획득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강랜드 측은 회사의 전 대표와 이랜드 간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들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갈등의 이면에는 한강랜드의 경영권을 둘러싼 이랜드와 이랜드의 계열사 이월드(옛 우방랜드), C&그룹 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그 실타래를 풀어봤다.

▲ 이랜드그룹 사옥


이랜드, “한강랜드 지배권 되찾았다” 선언…한강랜드 맹반발
한강랜드 “전 대표와 이랜드 간 뒷거래 있다” 항소 및 검찰 고발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30일 한강랜드의 경영권을 그룹의 계열사 이월드가 갖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이월드가 한강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의 소’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민사 16부(부장판사 이종석)가 지난달 29일 “한강랜드가 지난 2009년 8월 실시한 제3자 유상증자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랜드는 또한 “재판부가 소송 종료 판결을 내려 이번 결정이 최종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강랜드는 이 같은 이랜드의 발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송이 끝난 것도 아닐뿐더러, 회사의 전 대표와 이랜드 간의 뒷거래 의혹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강랜드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을 살펴야 한다.

분쟁의 발단

현재 이랜드가 한강랜드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고 지목한 그룹 계열사 ‘이월드’의 전신은 ‘우방랜드’이다.

우방랜드는 옛 C&그룹의 계열사였지만, 지난해 3월 이랜드에 매각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한강랜드 역시 C&그룹의 계열사다.

그렇다면 한솥밥을 먹던 계열사끼리 분쟁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7년 2월, 당시 C&그룹에 속해있던 우방랜드는 레저계열의 수직적 지배구조 수립을 통한 시너지 증대 및 한강랜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 한강랜드 지분 50.77%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C&그룹은 한강랜드가 지난 2009년 8월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63.99%를 사들임으로써 이 회사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시에 우방랜드의 지분율은 24.85%로 줄어들었고 최대주주 지위도 상실됐다.

이때까지는 아무런 말썽이 없었다. 하지만 2009년 12월 이랜드가 당시 M&A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던 우방랜드 인수에 관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매각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던 지난해 2월 우방랜드가 “C&그룹이 자사의 동의 없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며 한강랜드를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 한강랜드 전경


한강랜드의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랜드는 우방랜드 인수를 통해 한강랜드까지 거머쥐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맞게 된다.

1심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우방랜드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반발한 한강랜드는 올해 1월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한강랜드 전 대표의 수상한 행보

그런데 돌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강랜드를 이끌어오던 임종정 전 대표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강랜드는 올해 7월 70억원 규모의 현물 출자를 추진했다.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유람선 이용객 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은 사업 구조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실제 한강랜드는 지난 2006년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07년 7억원, 2008년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이어오고 있었다. 지난해 손실액은 49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약 100억원의 채무도 있다. 한강랜드로서는 현물출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임 전 대표가 돌연 현물출자에 반대하고 나섰다. 출자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강랜드 경영진은 7월 14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임 전 대표를 만장일치로 해임시켰다.

그러나 불과 4일만에 예기치 못한 악재가 찾아들었다. 신주발행 무효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 와중에 돌연( 7월 18일) 임 전 대표가 항소심을 독단적으로 취하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한강랜드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법인등기부등본 상 대표자 변경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와 이랜드간 뒷거래 의혹

임 전 대표의 이 같은 수상한 행보에 대해 한강랜드 측은 현재 이랜드의 임 전 대표 간의 ‘검은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한강랜드 고위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임 전 대표가 이랜드 직원과 통화한 이후 현물 출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항소를 취하했다”고 주장했다.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이랜드가 ‘경인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운영사로 선정된 한강랜드의 경영권을 집어 삼키기 위해 임 전 대표를 포섭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강랜드는 지난 8월 임 전 대표의 업무상 배임 및 이랜드와의 접촉 여부, 공모 여부 등을 밝혀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임 전 대표가 항소를 취하했다면 서울고법은 어떻게 2심 판결을 내린 것일까.

한강랜드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판결난 것은 유상증자 효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해임된 임 전 대표의 항소 취하가 과연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종판결’이라는 이랜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도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항소심 취하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이지 본안에 대한 판결은 아니다”라며 “본안에 관한 소송은 대법원 상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랜드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강랜드 측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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