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한국경제 ‘먹구름’ 예고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정유년 새해 한국 경제 앞길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암흑기를 예고하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이 내놓은 내년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2.1~2.5%. 올해 2.6~2.7%보다 낮다. 최근 5년간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전망치는 더 암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내년 한국 산업을 전망해 봤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올해 전망치 2.7%보다 0.2%포인트 낮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는 2.4%, 하반기는 2.7%로,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띠겠다고 예상했다.

내년 국내 경제가 움츠러드는 주된 이유는 올해 성장을 견인했던 건설투자가 대폭 둔화하고 가계부채 부담과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산업연은 분석했다.

◆ICT 산업 침체 지속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현경연은 내년 내수 경기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며 민간소비는 증가세가 정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그간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건설투자 역시 부동산에 대한 과잉공급과 가계부채 관리 등이 부각될 우려에 따라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 부문도 대내외 수요 부진, 산업구조조정, 내수 경기 침체 등의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요건들이 상존해 있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별로 보면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더욱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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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연은 ‘호황’, ‘회복’, ‘후퇴’, ‘침체’ 등 4단계로 전망을 내놨지만 ▲자동차 ▲철강▲기계▲정보통신기술(ICT) ▲건설 ▲석유화학 ▲조선 등 한국의 주요 산업 7곳 중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조선업은 내년에도 불황이 지속되는 ‘침체’로, 건설과 석유화학은 올해보다 사정이 나빠지는 ‘후퇴’로 전망된다. 그나마 철강, 기계, 자동차, ICT가 약간 ‘회복’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경기 회복 지속, 신흥국의 회복세 등으로 생산과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해외 현지생산 증가, 글로벌업체간 경쟁 심화 등으로 증가세는 제약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의 ‘2017년 자동차산업 전망’에 다르면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 수요는 176만대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전망치 180만3000대 보다 2.4% 줄어든 수준이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저금리와 저유가가 지속하고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주요 차급 신차 출시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의 신차 구입 지원 정책 종료와 가계부채 상승, 고용 부진에 다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2.1~2.5%, 올해比↓
내수경기 부진 지속, 소비 더욱 위축

차급별로는 SUV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준대형 신차 판매는 늘고 소형승용차와 경차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재인증을 받아 판매를 재개하면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차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수입차 비중은 사상 최고인 13.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국내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주요 신차로는 ▲제네시스 G70 ▲르노삼성 SM3 후속 ▲클리오 ▲한국지엠 크루즈 후속 ▲쌍용차 렉스턴 후속 ▲BMW 5시리즈 ▲볼보 S90 등이 꼽혔다.

ICT 산업은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 등은 올해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경쟁이 격화되면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들은 2017년 ICT산업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지난 20일 ‘IT기업이 전망하는 2017년 경제 및 ICT시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CT산업 경기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6%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35%는 ‘침체국면 가속화’라고 응답했다. ‘회복세 점차 확대’라고 응답한 사람은 9%에 불과했다.

내년 ICT산업의 주요 키워드로는 인공지능(AI)이 1위로 뽑혔다. 이어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지능형‧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제4차 산업혁명, 5G통신, 핀테크‧스마트금융서비스, 로봇‧로보틱스, 사이버보안 순으로 톱10에 포함됐다.

올해 사악 최악의 수주절벽에 직면한 국내 조선산업은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은 설비매각과 인력감축 등을 통해 ‘버티기’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없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검토 중에 있는 등 도크(Dock) 3개를 폐쇄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플로팅 도크 2개 매각과 함께 생산능력 30%를 축소하고, 삼성중공업은 도크 1개 가동 중단, 부동산 매각, 그리고 2018년까지 최대 40%를 감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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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마케팅마저 어려운 중소 조선사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성동조선해양은 내년 2분기부터 통영조선소의 제1야드를 가동중단하고 제2야드 1개만으로 선박을 건조할 예정이다. SPP조선은 내년 2월 이후 일감이 없어 조선소 문을 닫고 매각을 준비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다대포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대선조선은 현재 영도, 다대포로 나뉘어진 공장을 다대포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은 내년 한국의 선박 수주량이 254만1000CGT(표준환산톤수)로 2011~2015년 연평균 수주량(1056만3000CGT)의 24.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6~2020년 평균 수주량도 최근 5년 평균치의 33.6%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건설업, 공공‧민간 수준 둔화

건설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공공부문 수주가 줄어들고 주거용 건축부문 과잉 공급 해소 지연 등으로 민간부문 수주도 둔화세로 전환 될 전망이다.

불황‧위축‧절벽‧후퇴…‘총체적 난국’
문 닫는 조선사에 불똥 튄 철강사

2017년 SOC 예산은 전년대비 8.2% 감소한 21.8조원으로 책정됐다. 2016년 이후 민간 부문의 대규모 토목수주 증가와 공기업의 부채 문제 부각 등으로 인해 민간 부문과 공기업의 토목공사 발주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산업은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철강 과잉공급이 일부 해소되지만 세계적인 과잉공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조선‧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의 불황 지속으로 회복세는 미약할 전망이다.

기계산업은 대내외 설비투자 수요 증가로 생산은 개선되지만 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인해 개선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은 내수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의점진적 상승과 구조조정 본격화, 수출 부진 지속이 부정적 요인으로 자용해 후퇴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심상찮은 2017년 부동산
시장 좌우할 주요 변수 4가지


내년도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공급과잉, 금리인상, 부동산 규제 강화, 19대 대통령 선거 등 여러 변수로 시장 상황 예측이 쉽지 않다.

2017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7만가구에 이른다. 지난 1999년(36만9541가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최근 입주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2년(17만9031가구)과 비교 하면 두 배 정도 많은 물량이다. 더욱이 2018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41만 가구에 달할 예정이다. 2년 동안 총 78만여 가구가 공급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중장기(2013~2022년) 아파트 공급계획은 연평균 27만가구 정도로 2017~2018년은 국토교통부 중장기 공급계획 물량보다 10만가구 이상 많이 공급되는 셈이다. 일부 지역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것은 입주 물량 증가→아파트 전셋값 하락→역전세난→급매물 증가→아파트 매맷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 부동산 규제 강화 등 다른 변수가 추가되면 부동산시장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물론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시중은행들이 미리 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8‧25 가계부채 대책’과 ‘11‧3 주택시장 안전 관리 방안’ 등 정부가 부동산 정책기조를 ‘부양’에서 ‘규제’로 선회하면서 앞으로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LTV‧DTI 등의 추가 규제 카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금융과 세제 부문에서 ‘잔금대출 규제시행’, ‘디딤돌 대출 기준 축소’,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 및 증여세 신고세액공제 축소’ 등 새로운 규제가 시장에 적용된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미래를 약속하는 후보자의 공약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통상 선거철이 되면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그에 따른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시장은 대선 때면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공약에 힘입어 반짝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2017년 12월 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는 과거와는 다를 전망이다. 과거 개발 위주의 부동산 관련 공약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치러진 총선과 대선에서는 주거 복지와 안정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 주를 이루었다. 19대 대선 역시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저성장 탈출, 가계부채 해결, 양극화 해소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 개발 위주의 공약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실제 2000년 이후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 해에 집값을 보면 선거 이슈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함께 진행된 2012년 전국 아파트값은 3.27% 하락하기도 했다. 선거 이슈 보다는 전반적인 경기 여건과 부동산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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