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에 코 빠뜨렸다?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지역 최고의 명품백화점’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개점한 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 대구점이 오픈 첫날부터 오점을 남겼다. 개점 전부터 우려시됐던 최악의 교통체증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물론, 백화점 내부에서 하루 동안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사고 이후 백화점 측이 취한 태도이다.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빈축을 사고 있다. 오픈 행사에만 무려 매출 96억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무책임한 태도로 스스로의 행보에 흙탕물을 튀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백화점 측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일 기록적 매출실적 불구 곳곳에 오점 남겨
우려됐던 교통체증 현실화, 연이은 안전사고 발생…안일한 대응 구설

지난 8월 19일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에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연면적 11만9,000m²(약3만6000평), 영업면적 5만6,100m²(약 1만7000평)에 지하 6층 지상 10층, 주차대수 632대에 달해 ‘지역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또한 명품백화점과 영패션전문관인 유플렉스(U-PLEX), 전문영화관(CGV) 등 복합쇼핑몰 형태로 구성돼 쇼핑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부푼 꿈 안고 ‘출발’

그간 대구·경북지역에는 상권의 규모에 비해 명품 등 고품격 쇼핑몰과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등장으로 해당 지역의 쇼핑·문화에 대한 욕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높은 기대치에 맞게 현대백화점 대구점 측도 대구·경북지역 1위의 백화점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무려 2,000억원이며, 2012년 5000억원, 2013년 6000억원의 매출을 순차적으로 달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오픈 행사에서 기록한 매출액도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청사진에 서광을 비췄다. 공식 개점일인 19일에만 무려 53억8,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인근에 위치한 경쟁사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지난 2003년 개점 당시 세웠던 매출 기록 42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프리오픈 행사를 가졌던 17일과 18일에 벌어들인 각각 20억3,300만원, 21억6,100만원의 매출액을 합하면 3일간의 오픈행사에서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합쳐 95억7,500만원에 달한다.

현실화 된 최악의 교통체증

하지만 곳곳에서 발생한 악재들이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기분 좋은 출발에 오점을 남겼다.가장 먼저 나타난 문제는 교통대란이다. 프리오픈행사가 시작됐던 17일을 기점으로 대구점 주변도로는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특히 현대백화점 앞 편도 6개차로 가운데 2개차로는 백화점 주차장 진입대기 차량과 택시, 버스가 뒤엉키면서 거의 마비상태를 보였다.

이 같은 교통대란은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공사 초기인 2009년부터 줄곧 제기돼 온 문제다. 더욱이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현대쇼핑이 대구점과 140m 떨어진 인근에 차량 330대를 주차할 수 있는 4층규모의 주차타워를 세우면서 교통대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현대쇼핑의 주차타워를 둘러싸고 올해 초 현대백화점과 대구시 간의 특혜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1차 순환선 내에 숙박·문화·판매·위락시설을 건축할 때 부설주차장의 설치대수에 제한을 둬 도심의 주차억제 정책을 유도하는 주차상한제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건축물의 부설주차장이 아닌, 노외주차장이나 일반주차장은 주차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 현대쇼핑의 주차타워가 사실상 현대백화점의 주차장으로 이용될 개연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주차상한제를 무시한 채 건축허가를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시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별도 법인이 운영하는 주차장이기 때문에 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의혹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려됐던 교통대란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선 또 다시 특혜의혹에 불이 당겨질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연이은 안전사고

교통대란 외에도 오픈일에 연거푸 발생한 안전사고도 문제시 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오후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주저앉는 등 안전에 오점을 남겼다.

이보다 앞서 오전 11시경에는 현대백화점 9층 에스컬레이터 진입구에서 할머니를 따라 온 3살 황모군이 5m 아래 8층으로 굴러떨어져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해당 아동은 약간의 타박상만을 입은채 안정제를 투여받고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백화점 측의 안일한 대응 방식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오후에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정지 사고를 책임자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아 실무담당자들이 사고발생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는 것. 특히 3살 아동의 추락사고와 관련해서는 백화점 측이 주요 언론사에 보도자제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한 매체의 보도로 알려지게 되면서 사고은폐 의혹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대구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점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실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일부 언론에서 마치 ‘백화점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식으로 보도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고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만약 보도자제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체 어떤 언론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사고와 관련된 해명을 하면 할수록 백화점 측의 고의적인 책임회피식으로 몰아가고 있어 더 이상의 답변은 곤란하다”며 “다친 아이가 빨리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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