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올라갈라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요즘 삼성테크윈 김철교(58) 신임 사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 6월 삼성테크윈의 내부비리 적발에 대한 지휘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오창석(61) 전 사장을 대신해 구원투수로 등장, 조직을 다잡는 작업에 매진중인 김 사장의 행보에 예기치 못한 암초가 속출한 까닭이다. 최근 삼성테크윈은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벨리에 위치한 건물을 연구소 시설로 신고했다가 임의로 일반 사무실로 둔갑시켜 장기간 사용해온 사실이 들통나 최대 수십억원대의 세금추징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의 조직 다잡기 방식에 내부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첫 걸음부터 난항을 마주한 김 사장의 마음의 짐이 점점 무거워 지고 있다.

▲ 삼성테크윈 김철교 신임 사장
경기도·성남시 합동 세무조사서 사무실 용도 임의변경 들통…세금추징 위기
김 사장 경영스타일에 내부적인 불만 있다는 지적도…연이은 악재에 ‘진땀’

지난 6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그룹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룹의 자체감사 결과 삼성테크윈의 내부비리가 적발돼 이건희 회장을 분노케 한 것이다. 화가 단단히 난 이 회장은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며 내부 비리를 뿌리 뽑으라는 불호령을 내렸고, 이 일로 삼성테크윈 오창석 당시 사장은 스스로 직위에서 물러났다. 비리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지휘자로서의 책임을 진 것이다.

이후 조직의 재정비를 위해 김철교 신임 사장이 삼성테크윈의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그러나 부정부패를 척결하라는 이 회장의 지시를 받고 삼성테크윈의 내부기강 잡기에 나선 김 사장의 행보에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먹물을 튀기고 있다.

취득세 감면하려다 덜미

최근 삼성테크윈이 연구소 시설로 신고했던 건물을 임의로 일반 사무실로 둔갑시켜 사용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성남시는 지난달 11일 삼성테크윈에 대해 합동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1,200억원을 투자해 성남 분당구 판교테크노벨리에 지하 3층, 지상 7층, 연면적 5만8000㎡(약 17만5,000평) 규모의 R&D센터를 신축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신축건물로 이전하면서 R&D센터 건물 전체의 91% 정도를 연구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신고했으나, 이중 일부를 당국에 신고한 것과는 다르게 일반 사무공간으로 몰래 사용해 오던 것이 이번 세무조사에서 들통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구공간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취득세가 감면된다. 이 때문에 삼성테크윈이 취득세를 덜 목적으로 ‘꼼수’를 써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정해진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최고 3배에 이르는 취득세가 추징되는데, 이에 따라 삼성테크윈에 대한 추징금은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최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테크윈이 규정을 어겨 사용해온 공간의 면적 및 추징금의 규모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정당국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무조사를 담당한 분당구청 세무1과 조사2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세금추징액이나 구체적인 사안은 내부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업계의 진단대로 삼성테크윈이 수십억원대의 추징금 처벌을 받게 된다면 김 사장으로서는 여러모로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신임 사장에 오른지는 아직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과거의 일과는 연관이 없지만, 어찌됐든 현재 지휘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 사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공식통보를 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후 통보를 받는다면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 조직 다잡기에 내부불만?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에게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 그의 조직쇄신 방식에 내부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 삼성테크윈은 지난 6월 내부비리 적발 이후 오창석 사장과 임원 8명이 직위에서 물러나고 부·차장급을 포함한 직원 80여명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그런데 김 사장이 취임 직후 계속해서 후속 문책 인사를 진행하고 있어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현재 주말마다 날을 잡아 하루씩 공장을 순회하며 강도 높은 점검을 진행 중이다. 또한 생산라인의 책임자들 역시 매주 생산라인을 돌며 감독 수준을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현장경영’이라는 명목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삼성테크윈 내부에서 경영진이 기존 인력을 일부 비리 연루자와 연계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일부 새어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룹 감사팀 출신인 김 사장의 인사와 경영 스타일에 조직 분위기가 냉랭해 졌다는 것.

하지만 삼성테크윈은 이 같은 지적은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6월 그룹의 감사 결과에 따라 지적된 문제들을 고쳐나가는 중인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수만은 없지 않는가”라며 “이를 김 사장과 연결해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거나 김 사장에게 내부적인 불만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김 사장은 삼성테크윈의 새 사령탑에 오른 직후 장비사업을 강화해 그룹 내 대표 장비공급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그의 앞길에 놓인 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삼성테크윈을 그룹을 대표하는 장비공급 업체로 이끌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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