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일은 안녕하십니까?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한국GM의 준중형 차량 ‘크루즈’가 누유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전신인 ‘라세티 프리미어’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지만 제조사의 함구령에 8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개선된 점은 없는 듯하다. 특히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 아닌 주행거리 3만㎞이하의 비교적 새차에서 누유가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어 초기품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크루즈 동호회인 ‘클럽크루즈’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누유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연식과 파워트레인(동력계) 여부와 관계없이 차량의 하부 앞부분에서 누유가 발생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크루즈의 경우 차량 앞부분 하부에는 변속기(미션)와 오일팬(엔진오일 저장장치)이 장착돼 있다. 이 부분에서의 누유는 미션오일 혹은 엔진오일일 가능성이 높다.

◆ 신차에서 발생?

물론 연식이 어느 정도 된 차량에서의 누유, 그 중에서도 미션오일이나 엔진오일의 누유는 그리 드문 현상이 아니다. 어떤 차량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열과 마찰력으로 인해 부품들이 마모돼 오일이 샐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크루즈의 누유가 유독 문제가 되는 점은 그 빈도수가 잦고 출고한지 얼마 안 된 신차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출고한지 1년도 안된 크루즈의 누유 사례다.

#1 인천에 사는 사회초년생 A씨는 지난해 4월 고심 끝에 생에 첫차로 크루즈를 구입했다. A씨는 구입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크루즈의 누유 문제를 인지했지만 “나는 아니겠지”라는 심정으로 크루즈를 선택했다. A씨는 차량 구입 후에도 정기점검과 소모품 교체 등 차량관리에 심혈을 기울였고 1만㎞까지는 별 탈 없이 운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무심코 차량 하부를 본 A씨는 경악했다. 미션과 오일팬이 검은 기름때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곧바로 서비스센터로 찾아 갔고 미션오일 누유가 의심돼 미션오일의 누출을 막아주는 리데나 씰의 교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식·엔진·주행거리 차별 없는 ‘뽑기 운’
제조사 ‘나 몰라라’…소비자만 ‘부들부들’

 

▲ A씨 크루즈 정비이력서.

A씨는 1만4000㎞밖에 주행하지 않은 차량에서 왜 누유가 발생했냐고 항의했지만 차량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리데나 씰을 교환했지만 이후에도 누유는 또 발생했고 2달 뒤인 지난달 21일 A씨는 오일팬 교환을 받은 뒤에야 겨우 누유를 잡을 수 있었다. A씨의 차량은 2015년형 크루즈 가솔린 1.8 LT(디럭스)모델이다.

A씨의 경우 주행거리 1만4000㎞에 출고한지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누유현상이 발생했다. 한국GM에서 보장하고 있는 10년 5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2 B씨는 2014년 자신의 크루즈에서 엔진오일 누유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결함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렸다. 당시 B씨는 주행거리가 5200㎞ 내외인 2014년형 크루즈 1.8 G2 LTZ 차량을 사업소에 입고시켰다. 처음엔 미션 누유로 간주하고 미션 샤프트와 토크 컨버터에 위치한 리데나 씰을 교체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엔진 오일 누유 문제로 판명됐다. 이에 한국GM측은 누유문제에 대해 외부로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B씨 차량의 엔진을 교체해줬지만 주행거리 8500㎞를 채우기도 전에 다시 누유가 발생했다.

B씨는 소비자 보호원과 국토해양부에 크루즈의 누유 문제가 있음을 접수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 입고의 연속

▲ C씨의 크루즈 차량 하부모습.

#3 C씨는 2014년 크루즈 동호회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차량에 발생한 누유에 대해 하소연했다. C씨의 차량은 2031년형 크루즈 디젤 2.0모델로 당시 구입한지는 1년 5개월 밖에 안 된 상태였다. 하지만 C씨는 1년 5개월 동안 누유관련 문제로 세 차례나 서비스센터에 방문해야 했다. 첫 번째는 2013년 12월 엔진오일 누유 문제로, 두 번째는 2014년 4월 미션오일 누유문제로 수원사업소에 차량을 맡겼다.

C씨는 두 번의 수리로 누유 현상을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2014년 5월 2일 전라도 전주를 여행하던 도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른 근처 서비스센터에서 점검 도중 누유흔적이 다시 발견됐다.

C씨는 “차를 들어봤더니 앞선 두 번의 누유발생위치와 같은 곳에 오일이 맺혀있었다”며 “이정도면 리콜대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수리내역서를 모아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A씨와 B씨, C씨 모두 보장기간을 3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누유가 발생했다. 심지어 A와 B씨는 초기의 누유가 잘못 진단돼 미션과 엔진오일 관련 부품을 모두 교환했다. 물론 보상기간 내에 발생한 결함이기 때문에 모두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찜찜할 수밖에 없다. 누유가 또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전부터 크루즈의 누유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 번에 누유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누유 발생이 우려돼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누유 미미해도 추후 큰 문제 발생가능”
초기부터 지적받은 결함…한국GM ‘묵묵부답’

이에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션오일이나 엔진오일이 새는 양이 미미하더라도 추후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누유가 발생하기 전 꼼꼼히 체크해 지정 서비스센터에서 신속하게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차에서 누유가 발생한다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조립이 잘못 됐거나 차량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소비자가 대응하기 전 제조사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19460km를 주행한 크루즈 하부 모습.

◆ 제조사 ‘묵묵부답’

자동차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크루즈 누유에 대해 구조적 결함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출시 초기부터 크루즈에 장착된 ‘GEN1’미션은 구조적인 문제로 미션 내부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한다는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이 열로 인해 미션오일이 변질되고 리데나 씰이 팽창돼 누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GM에 답변을 수없이 요청했으나 알아본다는 형식적인 말만 돌아올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과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