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파일 없으면 ‘무용지물’인데도 ‘별도 구매’

[파이낸셜투데이=박서연 기자] 유명 토익 교재 출판업체인 해커스가 듣기 교재에 반드시 필요한 녹음 파일을 별도로 돈을 받고 파는 행태에 수험생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파일이 없으면 사실상 아무데도 쓸 수 없는 교재임에도 따로 돈을 내게 만드는 ‘상술’에 따가운 눈총이 쏠린다.

◆책값+2900원

2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외국어 교재 전문 업체 해커스는 토익 듣기 교재와 별도로 MP3 파일을 팔고 있다.

듣기 교재라는 특성상 음원 파일이 없으면 사실상 해당 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어쩔 수 없이 MP3 파일을 추가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MP3 별도 구매라는 점이 눈에 띄게 표기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해당 교재들의 전면 표지 어디에서도 ‘MP3 별도 구매’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교재들의 인터넷 정보 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겉표지 뒷면 오른쪽 하단에 조그마한 글씨로 별도 구매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 뿐이다.

해커스의 주력 토익 교재인 ‘해커스 토익 보카’와 ‘해커스 토익 리스닝’, ‘해커스 토익 중급 리스닝’, ‘해커스 토익 실전 1000제 1·2·3’ 등은 모두 이처럼 듣기 MP3 음원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기본 음원 파일의 가격은 전부 2900원이다.

듣기 녹음 파일을 따로 구매하면 실질적인 책값은 크게 올라간다. ‘해커스 토익 실전 1000제 3’ 교재의 경우 책의 기본 가격은 1만1900원. 이에 2900원의 MP3 파일을 별도로 구매하면 총 1만4800원으로 기본 책값 대비 24.4% 늘어난다.

같은 경우 ‘해커스 토익 중급 리스닝’의 교재의 실질적 가격 역시 1만2900원에서 1만5800원으로 22.5% 늘어난다. ‘해커스 토익 리스닝’은 1만8800원에서 2만1700원으로 15.4% 증가한다.

해커스는 이와 별도로 수험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추가 금액을 받고 ‘변종 듣기 파일’도 제작해 팔고 있다.

실제 토익 듣기 시험 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녹음했을 뿐 다른 차이가 없는 ‘하드버전’ MP3파일은 3900원이다. 하지만 음성파일의 속도를 조작하는 기능은 대부분의 음원 재생 소프트웨어에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사실상 별 필요도 없는 ‘조작’을 해 놓고 기본 음원보다 1000원이나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실제 고사장에서 나는 소음과 비슷한 잡음이 녹음된 ‘고사장버전파일’과 여름을 가정해 매미소리를 함께 녹음한 ‘매미버전’ 등 다소 황당한 녹음 파일들을 1900원에 별도로 팔고 있다.

‘해커스 토익 리스닝 책’을 구매한 한 수험생은 “문제를 푸는데 반드시 필요한 녹음 파일은 별도 구매 하라는 거냐”라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나친 '장삿속'"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따로 판매하는 음성파일이 없다면 리스닝 책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정성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음성파일을 별도로 판매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책이 책으로서 기능을 하게 만들어 달라”고 토로했다.

◆합리적 가격?

해커스의 관계자는 “학습자에게 테이프와 MP3 중 선택의 기회와 폭을 넓혀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모든 교재의 MP3 컨텐츠는 해커스 연구팀과 훈련을 거친 원어민 성우팀이 최상의 녹음 파일을 제공해 드리고자 심혈을 기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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