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도 사연도 각양각색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전국 유명 대학교에는 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는 건물들이 하나씩은 있다. 기업들이 기부와 이미지제고, 홍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직접 지어주는 조건으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새 건물을 증축하는 데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들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해당학교 관계자나 일부 학생들만이 알고 있을 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학과 기업의 ‘합작’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알아봤다. 첫 번째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다.

지난 26일 오후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와 북쪽으로 걸었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신촌의 번화가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500m쯤 지나니 길 건너 연세대학교 정문이 보였다. 대학교 전경은 우려와 달리 깔끔했다. 최근 연세대가 개교 130주년을 맞이해 학교 정문에서 본관까지 이르는 길을 재정비하는 ‘백양로 재창조 공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연세대에는 포스코브리지와 GS칼텍스산학협력관, 삼성관, 연세·삼성 학술정보관, 금호아트홀 연세, 대우관, SK글로벌학사, 우정원 등 기업의 도움을 받아 건립된 건축물이 8개에 달한다. 기자는 사전에 조사한 건물리스트와 캠퍼스 안내판을 대조해 동선을 짰다.

◆ 첫 방문은 포스코

▲ 포스코브릿지.

정문에서 제일 가까운 포스코브리지를 첫 방문지로 선택하고 ‘캠퍼스 투어’를 시작했다. 100여m쯤 걸어 올라가자 왼쪽 방향에 신기하게 생긴 다리가 눈에 띄었다. 철골 구조물이 다리를 지탱하고, 대부분 유리로 구성돼 있었다. 1992년 2월, 포스코건설이 착공해 그해 8월에 완공된 포스코브리지다. 포스코브리지는 현재 공학관과 제1공학관을 이어주는 다리로 사용되고 있다.

공학관 3층으로 자리를 옮기자 작은 문화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다리의 양쪽 입구는 전시관처럼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단순히 건물과 건물을 잇는 통로가 아닌 작은 갤러리로 활용하기 위해 지었다는 게 연세대 측의 설명이다.

기하학적인 모양의 다용도 통로
졸업 후 모교 선물은 ‘산학협력관’
▲ GS칼텍스 산학협력관.

포스코브리지를 나와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GS칼텍스산학협력관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 1층 머릿돌에 새겨진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라는 문구였다. 연세대 화공과 60학번 출신인 허 회장은 GS칼텍스산학협력관 건립을 주도했다. GS칼텍스는 2008년 연세대 화공과와 산학협력(MOU)를 체결하고 9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GS칼텍스산학협력관을 2009년 완공했다.

GS칼텍스산학협력관은 현재 기존 공학관에 입주하지 못한 교수들의 연구실과 실험실로 활동되고 있다. 화공과 실험실이 많아 화재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후문이다.

건립 당시 허 회장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에너지는 영원한 숙제이며 이를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며 “산학협력을 통해 연료전지 분야의 상용화를 앞당기자”고 취지를 밝혔다.

▲ 삼성관.

GS칼텍스 산학협력관을 둘러본 뒤 바로 삼성그룹과 관련된 ‘삼성관’으로 이동했다. 삼성관이라는 이름의 유례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연세대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한 것과 관련이 깊다. 이를 인연으로 삼성그룹은 삼성관 건립비용 109억원 중 50억원 이상을 부담했고 생활과학대학의 이름을 삼성관으로 정한 것이다. 실제 삼성관 지하에 있는 기부자 목록에 삼성그룹이 포함돼 있다.

삼성관은 캠퍼스 서쪽 끝에 위치해서 그런지 인적이 드물었다. 길가에 남아 있는 녹지 않은 눈들이 이를 반증했다. 외관상으로는 아치형 입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연희전문대학 시절 건립된 구형 건물들(스팀슨관, 언더우드관)의 근대식 건물 양식을 이어 받은 듯 한 느낌이었다. 또 삼성관은 1999년에 지어진 비교적 얼마 안 된 건물로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받았다. 현재는 생활과학대학을 비롯해 생활환경 대학원이 들어서 있다.

◆ 건물도 2개로 1등

▲ 연세·삼성 학술정보관.

삼성관 이외에도 연세대에는 삼성그룹과 관련된 건축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이다. 연세·삼성 학술관은 삼성관에서 동쪽으로 300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건물로 중앙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건축비용의 절반 이상이 삼성그룹의 기부금으로 충당돼 현재의 이름을 가지게 됐다. 학생들 사이에선 ‘신중도(신중앙도서관)’로 불리고 있다. 초기 건립 계획 당시 ‘제2 중앙도서관’, ‘개교 120주년기념 제2 삼성학술정보관’ 등 길고 난해한 이름으로 지칭됐던 것을 학생들이 줄여서 표현했던 것이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측은 줄임말로 ‘학술정보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대로 내려온 ‘클래식사랑’…‘아트홀’ 건립
통 큰 기부 뒤에 숨은 높은 기숙사 이용료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의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한 내부 시설이다. 2008년에 완공된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은 중앙도서관에 비해 월등한 시설을 자랑한다. 덕분에 매년 시험기간 때마다 학술정보관은 시험공부를 위해 오는 학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실제로 2011년 중앙도서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갔을 당시 모든 학생이 학술정보관으로 몰리면서 엄청난 혼잡이 발생한 바 있다.

▲ 금호아트홀 입구.

‘금호아트홀 연세’는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에서 남쪽으로 100m정도 떨어진 백양누리 안에 위치해 있다. 다른 건물들과 달리 모든 시설이 지하에 있는 백양누리는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도를 몇 번이고 확인한 뒤에야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금호아트홀 연세는 최근까지 진행된 ‘백양로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연세대 총동문회 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클래식 연주회와 공연을 목적으로 지어진 390석 규모의 금호아트홀 연세는 150억원이 건축비용으로 투입됐다. 이 중 100억원을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기부형태로 부담했고 나머지 50억원을 연세대 측이 충당했다.

사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아트홀 건립을 선택한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선대 故 박성용 회장 때부터 내려온 그룹차원의 클래식 사랑 때문이다. 실제 故 박성용 회장은 상당한 클래식 애호가로 듣는 것도 좋아했지만 영재육성에도 관심이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박성용 회장의 장례식에 재계보다 클래식계에서 조문을 더 많이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배경이 뒷받침 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본사와 광주 등에 금호아트홀을 만들어 신예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 대우관.

과거에 공중분해 된 대우그룹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도 있다. 바로 상경계열 대학이 들어서 있는 대우관(김우중 기념관)의 이야기다. 대우관은 금호아트홀에서 북쪽으로 450m거리에 떨어져있다. 기숙사 건물을 제외하고 정문에서 가장 먼 건물이기도 하다. 이름의 유래는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우그룹에서 따왔다. 이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56학번 출신을 인연으로 한다. 김 전 회장은 대우관 건설 당시 기부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냈고 그래서 상경대학 건물 이름이 대우관으로 결정된 것이다.

대우관에 느낀 가장 큰 특징은 풍광이다. 또한 앞마당에 위치한 넓은 뜰 덕에 하나의 고성을 보는듯했다. 문제는 거리와 추위다. 정문에서 대우관까지의 거리는 약 900m로 신촌역부터의 거리를 더하면 1.5km에 달한다. 여기에 높디높은 언덕까지 더해져 체감 거리는 더욱 길어진다. 450m떨어진 금호아트홀에서 출발한 기자의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또 1996년에 지어진 비교적 신식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난방 효율이 떨어져 건물 내부에서도 상당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 SK글로벌학사.

마지막으로 기자가 방문한 곳은 SK글로벌학사와 우정원이다. 두 건물은 모두 기숙사 건물로 우정원은 내국인, SK글로벌학사는 외국인 전용 기숙사다. 우정원과 SK글로벌학사는 각각 부영그룹과 SK그룹에서 지어준 건물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아호인 ‘우정(宇庭)’에서 이름이 붙여진 우정원은 연면적 6600㎡(2000평),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내부에는 장애우용 기숙사를 포함해 총 3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74실과 스터디룸, 세탁실, 체력단련실 등 다목적 교육·편의 시설을 갖췄다. 총 건축 비용은 100억원으로 부영그룹으로부터 전액 지원받았다. 하지만 비싼 이용료로 인해 많은 학생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비교되는 월 이용료

실제 지난해 1학기 기준 우정원의 월 이용료는 70만원으로 연세대 주변 원룸의 월세 평균인 56만원보다 10만원 이상 비쌌다. 그러나 비싼 기숙사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생 식당, 매점, 프린트실 등 제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반면 SK그룹이 연세대에 지은 SK국제학사의 월 사용료는 2인실 기준으로 글로벌 하우스가 44만원, 인터내셔널 하우스가 36만원 정도로 우정원 이용료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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