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도덕적 해이라는 말을 뜻하는 ‘모럴 해저드’는 보험사기에서 비롯됐다. 보험 가입자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행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법에서는 보험의 무효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시간에 이어 보험의 무효 사유 중 하나로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에 대한 사례를 추가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공광길 RMS손해사정 이사

피보험자 B씨는 2008년 3월경 당뇨와 고혈압을 진단 받고 계속해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중 그 해 9월,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보험가입 후 4년이 경과한 2012년 당뇨의 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만성신부전으로 인해 혈액투석을 받던 중 지난 6월부터 입원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B씨가 입원치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회사는 B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피보험자가 보험가입 전 이미 당뇨와 고혈압을 진단 받고 계속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었고 이후 당뇨로 인한 신부전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했기 때문에 이미 보험가입 전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만성신부전이 비록 당뇨와 인과관계가 있고 보험가입 전에 진단을 받았으나 당뇨 및 고혈압 진단 그 자체가 보험사고가 객관적으로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당뇨 및 고혈압이 입원치료를 요하는 신부전증 등의 합병증으로 반드시 진행한다고 할 수도 없는 점에 비춰 최초로 입원치료를 한 날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험회사는 왜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한 것일까요?

아마도 보험가입 후 4년이 경과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와 보험금청구권이 제한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 확정의 효과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나하는 추측이 듭니다.

이는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보험약관에는 보험 가입 전 과거 5년 이내 진단 받은 질병은 보험가입 후 담보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동 조항은 동일한 질병에 대한 보장을 제한할 때에만 해당되므로 위의 사례처럼 당뇨가 아닌 만성신부전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보험약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보험회사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기본적인 원칙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남기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 상담접수는 홈페이지 우측상단 독자게시판이나 이메일 ftsolomon@ftoday.co.kr을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