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겠다던 대기업의 분식집 습격사건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범 LG계열의 종합식품유통 대기업 아워홈이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워홈이 일부 민생품목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생품목을 넘보지 않겠다며 호언장담한 바 있다. 당시 아워홈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약속하며 문제의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소기업적합 업종을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 ‘골목대장’으로 군림

아워홈은 1987년 LG트윈타워 사원식당에서 위탁급식을 시작으로 사세를 확장하던 중 2000년 LG그룹 유통사업부에서 분리됐다. 아워홈은 창업 9년 만에 연 매출 1조를 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외식기업으로 우뚝 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은 1조2727억원으로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후 아워홈은 공격적인 영토 확장을 통해 단체급식사업에서 식자재유통과 외식, 식품제조 등 전방위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아워홈은 식품사업전반을 아우르는 순환구조를 구축해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문제는 사업영역 대부분이 골목상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중소상공인들과 경쟁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국감에서 불거진 순대와 청국장 판매논란이다. 2009년부터 순대 소매사업을 유지하던 아워홈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상생 협력을 하겠다며 철수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아워홈이 자사 브랜드 손수를 통해 순대볶음과 청국장찌개 등의 가공식품을 팔면서 사업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꼼수 논란을 부른 바 있다. 2012년에는 도시락 전문매장을 선보이며 이미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된 도시락 시장에도 뛰어들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지속되자 아워홈은 지난해 10월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차원에서 소상공인들의 생계와 밀접한 민생 품목인 순대·청국장 사업을 전면 철수하고 기술이전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중소기업에 사업을 이양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 전 부사장은 “앞으로 민생품목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 구지은 전 아워홈 부사장

하지만 구 전 부사장의 말이 무색하게 현재 아워홈 공식 인터넷 쇼핑몰인 ‘아워홈 몰’에서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떡볶이 떡과 김치는 물론 대표적인 민생품목인 떡볶이와 호떡을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워홈이 말로만 중소상인과 상생, 동반 성장을 외칠 뿐 뒤에서는 발 빠르게 민생품목을 출시하며 야금야금 골목상권의 자리를 갉아먹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워홈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와 체결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상생협력을 위한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상생 합의안대로 지난해 10월부터 순대와 청국장 생산을 중단했고 지금 문제가 되는 국물떡볶이와 떡볶이 떡의 경우 가공식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상생협력 품목과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지정된 떡볶이 떡은 특별한 조리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떡을 의미하는 것이지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처럼 별도의 조리과정이 필요한 가공제품은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대상FNF과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다른 대기업들도 떡볶이나 떡볶이용 떡을 판매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에 출시한 씨앗호떡의 경우 아예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떡볶이 떡과 어묵, 김치,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순대, 면류, 도시락 등을 지정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팀장은 “구 전 부사장의 말은 허언에 가깝다며”며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간의 비난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피해가기 위기 모면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이르면 다음달 4일 실시예정인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감서 안한다더니…가공식품으로 둔갑
공염불 ‘동반성장’ 신제품 잇따라 출시

◆ 규제 허점 피해 신제품 출시

이처럼 식자재시장이 대기업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잠식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식자재유통업체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는 실정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서민과 밀접한 식자재를 중소적합업종으로 지정해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신제품 출시 등 대기업의 꼼수는 그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아워홈의 경우 2011년 중소기적합업종으로 분류된 두부를 3kg짜리 대형 판두부로 당당히 출시했다. 동반성장위워회가 규정한 중소기업정합업종에 해당하는 대형 판두부는 7.5kg 제품을 뜻하기 때문에 3kg 제품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해당되는 품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실제로 대기업이 이를 위반해도 이를 제지할 만한 강력한 수단이 없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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