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끌어 모으는 신家의 창조경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1년 간 유예기간을 거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올해 들어 본격 가동됐기 때문이다. 당장 그룹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든지 오너 일가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1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아직 구조 개선이 시급한 계열사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에 그룹 오너 일가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개정된 법을 위반할 경우 총수 일가는 최대 3년의 징역형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일감 몰아주기 구조 개선이 시급한 대표 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롯데정보통신이 최근 5년 동안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만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총 매출의 무려 80%를 차지하는 규모로, 사실상 수익의 대부분을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분석한 결과, 롯데정보통신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별도기준 총 2조54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79.9%인 2조337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5년 동안 올린 수익 1000원 중 무려 799원을 그룹 내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더욱이 롯데정보통신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줄기는커녕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롯데정보통신의 2014년 매출은 5607억원이었고 이 중 계열사 매출은 4680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은 83.5%에 달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인 2013년에는 전체 매출 6008억원 가운데 76.0%인 4568억원의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기록했다.

이전에도 롯데정보통신의 내부거래 비중은 꾸준히 80%대를 유지했다. 2012년의 경우 연매출 5124억원 중 4165억원을 계열사 간 거래로 기록해 지난해 다음으로 높았다. 2011년에는 매출 4626억원 가운데 3649억원이 내부거래로, 비율은 78.9%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10년 역시 4091억원의 매출 중 80.1%인 3275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이며 내부거래 비중 80%대를 나타냈다.

◆내부거래 빼면 ‘헛헛’

롯데정보통신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것이다. 이 중 내부거래 부분을 빼고 계산해 보면 감소폭은 35.6%로 다섯 배 넘게 늘어난다. 결국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에 전적으로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롯데정보통신의 연매출 가운데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을 빼 보면 ▲2010년 816억원 ▲2011년 977억원 ▲2012년 959억원 ▲2013년 1440억원 ▲2014년 927억원 등이다.

롯데정보통신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계열사 물량을 받아 영업활동을 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로 주고객이 그룹 계열사들이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은 1996년 12월 28일에 설립된 비공개 법인이다. 이후 2004년 10월 13일에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같은해 11월 29일 롯데전자주식회사와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인 12월 31일자로 최종 합병됐다.

◆상장 대박? 오너 대박!

롯데정보통신의 내부거래가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신격호 롯데그룹 촐괄회장의 세 자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정보통신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으며 꾸준하게 상장설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SDS의 사례처럼 ‘상장 대박’을 이룰 경우 오너일가의 주식 가치는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신동빈·신동주·신영자 남매가 보유한 롯데정보통신의 주식 수는 128만2960주이며 지분율은 15.0%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롯데정보통신의 주식 64만1480주를 보유 중이며 지분율은 7.5%로 세 남매 중 지분율이 가장 높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4만1480주, 신영자 이사장은 30만주를 보유 중이며 지분율은 각각 4.0%, 3.5%다.

이밖에 롯데리아(34.5%)와 대홍기획(28.5%), 롯데제과 (6.1%), 호텔롯데(2.9%), 롯데칠성음료(1.5%)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쥐고 있다. 결국 롯데정보통신이 그룹의 지원으로 성장을 거듭할수록 이들의 주식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롯데정보통신의 증시입성은 가시권에 들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본격적인 IPO 추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 상장 태스크포스(TF)와 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적절한 상장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주관사 선정 이후 줄곧 실사 등 상장 준비작업을 진행해 온 만큼 내부 의사결정만 나오면 즉각 상장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실적 악화 등의 여파로 상장이 지연됐지만 올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롯데정보통신은 2013년부터 상장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5년 전 야심차게 인수한 자회사 현대정보기술(지분율 52.3%)의 적자 누적에 발목이 잡히면서 상장을 미뤘다. 현대정보기술은 피인수 이후 매년 롯데정보통신의 이익을 잠식했다. 특히 2013년에는 184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내며 롯데정보통신 적자(219억원)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롯데정보통신 최근 5년 매출 중 내부거래 80%
몰아준 수익 제외하면 ‘빈털털이’…의존도 심각
신동빈 등 3남매 지분 15%…IPO 앞두고 ‘미소’
일감 나누겠다더니 되려 상승…약속어긴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약속 어긴 회장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롯데정보통신의 내부거래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가 당장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은 아니다. 내부거래 규모는 상당하지만 오너 일가 지분율에 있어 처벌 기준에 약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본격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에 대해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규제한다.

해당 계열사에 연간 200억원 이상 일감을 몰아주거나 다른 계열사가 국내 매출액의 12% 이상을 몰아주면 규제를 받는다. 이를 어길 경우 총수 일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비중은 기준을 훨씬 초과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처벌 기준 보다 약간 적어 법망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지는 것은 2년 전 신동빈 회장이 스스로 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3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에서 3500억원 수준에 해당하는 일감을 중소기업에 공개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그룹의 내부거래율은 61.9%로 전년 60.5%에서 1.4%포인트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이 호언장담한 ‘내부거래율 축소’ 대상 계열사는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대홍기획 등이다. 문제는 신 회장의 약속한 뒤 1년이 지난 지난해 이들 4대 업종에서 내부거래율이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높게 집계됐다는 점이다.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율이 전년 대비 1.6%포인트 떨어져 92.4%를 기록하긴 했지만 나머지 3개 업종 계열사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롯데건설의 내부거래율은 전년 대비 1.9% 상승한 42.9%를 기록했다. 이는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해 일감을 몰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흥기획의 지난해 내부거래율 역시 60.6%로 전년(55.0%)보다 5.6%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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