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임대인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해야”

전세사기가 판을 치면서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꾼들이 반환보증보험을 악용하면서 반환보증보험 변제금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온 국민이 피해자가 된 상황이다. 이에 임대인의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7일 발표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반환보증보험 총 가입 실적은 약 282조원이며 가입건수는 129만건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2015년 가입대상을 미분양주택에서 민간임대로 확대한 것이 2016년부터 가입실적이 급증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또 최근에는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입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23년 가입실적은 전년보다 7만7000건(16조원)이 늘어나 역대 최고 수준인 71조원이 됐다. 2013년 765억원의 932배다.

반면, 임대사업자용 반환보증보험 가입비중은 0%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반환보증보험 제도 도입 초기인 2013년~2014년에는 사업자용 가입실적의 비중은 80%를 차지했다. 2015년에 20% 이하로 떨어지더니 2017년부터는 1%, 2019년부터는 0%까지 떨어졌다. 특히 2022년 사업자용 가입실적은 전무하다.

10년간 사업자용 가입실적은 1만건(2조3000억원)인데 비해 임차인용 가입실적은 128만건(279조원)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용 가입실적은 사업자용보다 건수는 117배 많고, 금액은 119배 많았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전세제도에 불안감을 느낀 임차인이 반환보증보험에 적극적으로 가입했고, 임차인의 가입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하자 사업자용은 가입 필요성이 없어져 버린 것”이라며 “보증금 미반환을 예방하는 책임이 온전히 임차인에게 전가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7일 발표한 2013~2023년 9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실적.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7일 발표한 2013~2023년 9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실적.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또 경실련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와 깡통주택 발생 등이 임대보증금 가입실적 변제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이 반환보증보험과 임대보증금보증의 가입실적금액과 대위변제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반환보증보험 가입실적 금액은 198조5000억원, 대위변제금액은 4조2000억원으로 가입실적 대비 대위변제 비율은 2.1%이라고 밝혔다.

반면, 임대보증금보증의 가입실적 금액은 106조7000억원, 대위변제금액은 7261억원으로 가입실적대비 대위변제비율은 0.7%에 불과했다. 반환보증보험의 3분의 1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임대보증금보증의 가입실적 대위변제율은 1.9%로 상승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임대보증금보증의 대위변제 발생이 적은 이유로 임대인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점을 지적했다.

임대보증금보증은 임대사업자에게 의무 가입 사항인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자치단체에 등록신청서를 제출하고 5년 이내 임대사업 부도가 발생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의 100분의 10 이하의 과태로가 부과된다.

반면, 반환보증보험은 임차인이 선택적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담보인정비율 등 요건만 갖추면 책임질 사항이 없다.

반환보증보험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례.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반환보증보험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례.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임차인의 반환보증보험 가입 실적과 대위변제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엔 전세사기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봤다. 

경실련은 HUG가 임대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세사기꾼들은 반환보증보험을 임차인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악용했다”며 “HUG가 반환보증보험을 대폭 개선하지 않는다면 반환보증보험은 사기치기 좋은 보험 상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이러한 자료를 분석·발표하며 ▲전월세 신고제·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임대인의 반환보증가입 의무화 ▲전세자금대출에 DSR 적용 ▲장기공공주택 대거 공급 등을 제안했다. 

특히 모든 임대인에게 반환보증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격이 없는 임대인이 임대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되면서 전세 피해가 줄어들고, 임차인에 대한 보호범위도 확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경실련은 반환보증가입 보증료를 모두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채권-채무관계로 볼 때 임차인은 엄연한 채권자이며, 임대인은 채무자”라며 “임대인은 주택임대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대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전적으로 임대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임대인이 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청년·출산가구에 전세대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과 임차인이 거주중인 주택을 매입시 1년간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추후 청약시 무주택자 지위를 부여한다고 밝힌 것을 등을 거론하며 “전세대출을 갭투기에 적극 이용하라고 권장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무분별한 전세자금 대출을 막기위해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전세제도는 무주택 서민이 주거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개발정책에 힘을 쏟지 말고, 관리 가능한 전세제도를 만드는데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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