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 펄스 대표이사. 사진=펄스
설명환 펄스 대표이사. 사진=펄스

“신뢰하지 않는 회사는 수임하지 않는다. ‘믿고 좋아하는 고객과 일하자’는 주의인데, 그랬을 때 결과물에 진심이 담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가뜩이나 딱딱한 경영 자료에 진심을 담고자 인간적으로 다가간다.”

설명환 대표(48)는 26일 파이낸셜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23년 차 기업전략 설계 전문가로 펄스의 CEO를 맡고 있다. 자본주의가 꽃피운 IR(Investor Relations)의 최전선에서 일한다. 상장기업 IR은 물론, 국내 주요 경제지들의 경영 자문도 맡고 있다. 펄스 설립 2년 차, 이제 그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설 대표는 “전략은 ‘팔리는 콘텐츠’에 있다”고 정의한다. 깊은 통찰력과 전문지식이라도 자본과 거래되지 않는 전략은 혼자만의 착각, 혹은 자기만족에 그치기 쉽다. 그런 면에서 설 대표는 가장 시장친화적인 전략을 만드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 스스로 냉철한 분석가이자 창조적인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는 세상의 관심사를 글로 쓰는 ‘설명환 it(그것) 읽기’라는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필력이 없다.”고 말하지만, 각 칼럼에는 IR과 마케팅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숨어 있다. 그의 글을 빛내는 것은 전략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생각에 생각을 거쳐 짜낸 것이다. 멍하게 있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잠이 부족할 정도로 몰입하는 편이다.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일이 잘 안 된다고 해도 타격이 없을 정도로만 베팅한다. 성공했던 일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미리 준비한 것이다. 남이 볼 때는 쉽게 된 것 같은데 쉽게 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항상 절실했다. 물론 제 전략에는 그런 절실함이 드러나진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도 예고편만 보면 재미있듯이, 편집된 타인의 삶은 쉬워 보이고 부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는 안 보이는 곳에서 수백 번 도전하고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펄스도 그렇게 도전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묵묵히 일 하는 동안 스타트업, 주주연대, 사모펀드운용사 등이 상담을 요청해 왔고, 최근에는 상장사를 고객으로 맞았다”며 “한 계단씩 올라왔다. 펄스는 한 번도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없는 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IR업계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재무적 접근 기업 혹은 홍보 관점의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장단점이 있다. 설 대표는 20여 년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에 재직하며 두 업무를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두 가치를 모두 제공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펄스의 시스템은 고객의 전 사업 영역을 재무제표와 입체적으로 연결시켜 시각화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IR회사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금융권 심사역이나 대기업 IR담당 출신이 책상 하나만 있으면 회사를 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보다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어 “모든 현장을 직접 뛰고, 한 번도 경쟁 PT에서 진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일감을 과하게 수임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펄스는 업무의 질을 위해 한 명의 프로(컨설턴트)가 최대 3개의 고객까지만 맡는다. 통상적으로 1명의 컨설턴트가 5~7개의 고객을 관리하는 다른 회사들과 차별된다. 설 대표 역시 본인에게 배당된 고객사 업무는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수행한다.

그는 “IR을 제대로 하려면 할 게 많다”며 “자본시장법 검토, 전환사채(CB)와 같은 부채와 자본의 변동 요소, 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 분석, 업종의 동향, 논술, 디자인 등의 전문지식과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IR이 안된다”고 전했다.

설 대표가 기업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창하지 않고 현실적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다. “개인의 행복, 밸런스도 중요하다. 직장인 때부터 주말 없이 일하다가 이제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며 “작년에는 매주 강화도 농장에 내려가 제철 나물을 캐서 30박스를 지인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설 대표의 말은 이렇지만, 여전히 일벌레다. 그는 지난해 새벽에 퇴근할 정도로 일에 파묻혀 여권 기한이 만료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해외출장도 못 갈 뻔했다.

“어떤 면에서는 집요하지만, 어떤 데는 무관심하다”는 그는 직원들에게도 무심한 듯하지만 전 직원들에게 띠어리(Theory) 수트를 선물하거나, 직원 부모님 생일엔 손 편지와 함께 와인을 보낸다고 한다. “평소에 잘 못 챙기니까 그렇게나마 마음을 전한다. 회식보다 효율적이다.(웃음)”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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