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콘서트 ‘동행’ 개최…컬처 시리즈 일환
장애 예술 지원부터 재단 후원까지 다각도로
“효성 사회 공헌 키워드 동행·나눔·공감”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동행’ 스틸컷.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동행’ 스틸컷. 사진=인아츠프로덕션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마이케나스>는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직접 발로 뛰어 경험하고 취재하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영어로 장애인은 ‘디스에이블드 퍼슨Disabled Person’으로 적는다. 하지만 요즘은 ‘퍼슨 위드 디스어빌리티Person with Disablity’로 다시 불린다. 장애를 강조하기보다 ‘사람인데 장애를 가졌다’로 표현하는 게 더 옳다는 게 최근의 가치관이다.

국제연합UN의 장애인 포용 전략과 그에 따른 언어 지침에 따르면 ‘디퍼런틀리 에이블드Differently Abled’도 틀린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더는 ‘장애우’도 그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저마다 다 능력도 다르고 온정이 필요한 게 아닌데, 이런 완곡한 표현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면서도 결국 그 원인은 하나로 모인다. 사람을 사람으로서 바라보기. 장애인은 나·너·우리의 사람이지 시혜적 존재가 아닌 데 귀결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피스트 곽연우입니다. 여러분에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이에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멋진 꿈이 있거든요.”

초대 손님인 가수 이상우가 이 대답이 기특했는지 또 한 번 되묻는다. “뭐가 있다고요?” 지난달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동행’에서 중학생 연우 양은 다시 “멋진 꿈”이라는 답을 청중에게 또박또박 전했다.

효성그룹이하 효성의 문화·예술 후원 사업인 컬처 시리즈가 벌써 여덟 번째 차례를 맞았다. 효성의 메세나 사업 중 일부인 이 시리즈는 이번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토크 콘서트를 후원하며 특별히 ‘동행’을 부제로 내세웠다.

무대 오른편에도 이를 강조하듯 ‘함께 걷는 우리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라는 현판이 내걸렸다.

이날 공연에는 장애 여부를 떠나 음악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는 연주 단체인 가온솔로이스츠도 동행했다. 효성 측은 먼저 열린 간담회에서 “회사의 이념과 가온솔로이스츠의 이념, 평소 오 박사님의 사고思考가 삼박자로 맞아떨어졌다”며 이 셋의 동행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효성은 사회적 약자 후원에 더해 취약 계층의 문화 지원에도 전력을 기울이는 기업이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구 잠실창작스튜디오 장애 예술인 지원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 제작 지원 ▲온누리사랑 챔버 오케스트라 및 푸르메재단 지원 등 분야도 여러 가지다.

효성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난 2015년부터 10년째 후원 우수 기관에 선정됐으며, 무엇보다 첫 인증 이후 이번까지 인증이 연장된 곳은 효성을 포함한 총 6개 기업에 불과하다.

◆장애 예술인 후원으로 사회적 책임 실현

지난 2018년부터 효성은 장애 예술의 가치 확산을 위해 서울문화재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창작 지원비와 전시 비용 등 매년 1억원씩2019년까지 5000만원을 후원금으로 전달 중이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2007년 개관한 국내 최초 시각·예술 분야 장애 예술인 창작 스튜디오다. 이 돈은 입주 예술가들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굿모닝 스튜디오’에 전액 사용된다.

이에 2020년 시가 선정한 민관 협력 우수 기관에 선정돼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받았고, 2023년 10월에는 제72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시상식에서 문화·예술 부문서 상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현우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집무실 벽에 걸린 그림이 김 작가가 그린 ‘퍼시 잭슨, 수학 드로잉’이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현우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집무실 벽에 걸린 그림이 김 작가가 그린 ‘퍼시 잭슨, 수학 드로잉’이다. 사진=대통령실

효성은 지난해까지 6년간 총 38명에게 재료비와 기획 전시회 등의 프로그램을 후원했으며, 역대 입주 작가 중에는 발달 장애 화가이자 배우인 정은혜와 용산 대통령실 벽에 그림을 건 발달 장애 화가 김현우 등이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에도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속적으로 장애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효성이 큰 도움이 된다”는 말로 감사를 표했다.

효성과 함께하는 올해의 작가도 지난 2020년 신설했다. 한 해 동안 주목할 만한 작업을 펼친 장애 예술인을 선정하는 상이다. 지난해 수상자로는 장애를 또 다른 창작의 가능성으로 이해했으며 본인만의 방식으로 소리를 시각화했다고 평가받은 이진솔 작가가 선정됐다.

효성은 2017년부터 ‘문화 복지 확산을 돕는 사회적 기업 지원’에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를 선정, ‘빌리 엘리어트’를 시작으로 ‘우리들’ ‘남매의 여름밤’ ‘태일이’ 등 7년간 총 13편의 영화를 시청각 장애인용으로 재제작했다. 처음에는 최대 1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했으나, 이듬해부터 이 액수는 2000만원까지 늘어났다.

배리어프리란 시각 혹은 청각에 장애가 있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시각 장애인에게는 화면 음성 해설을, 청각 장애인에게는 모든 소리 정보를 자막으로 공급한다.

2018년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제8회 서울 배리어프리 영화제 개막식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효성에만 있는 14년간의 컬처 시리즈

효성 메세나 활동 및 장애인 재능 계발의 시초인 온누리사랑 챔버 오케스트라 후원은 2014년부터 지속됐다.

발달·지적 장애 아동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효성나눔봉사단장이기도 한 조현상 부회장이 직접 발굴해 제안한 단체로, 효성은 연주회와 악기 및 단복 구매비, 장학금 등 여러 부문을 후원 중에 있다.

메세나 활동이자 기업의 나눔 실천인 이 활동에 관해 조 부회장은 협약식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앞으로 효성만의 특화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요요 마가 지난 2010년 4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효성
첼리스트 요요 마가 지난 2010년 4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효성

효성은 컬처 시리즈의 일환으로 2014년·2016년·2018년·2023년 네 차례에 걸쳐 이들과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 요요 마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수업은 조 부회장이 아내인 비올리스트 김유영 씨와 요요 마의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2010년 처음 티칭 클래스를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더 성장하라는 뜻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단원들은 요요 마와 그가 이끄는 실크로드 앙상블 단원에게 직접 연주 지도를 받고, 본 공연도 관람하는 수업을 가졌다. 예상외의 성과도 있었다. 이에 그중에는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실제로 음악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있다고 효성 측은 전했다.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뒷받침하는 비영리 공익 재단인 푸르메재단과는 효성이 치료비를 지원하는 장애 아동·청소년과 그 가족 등을 초대해 2015년부터 ‘푸르메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도 장애인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해 장애인 인식 개선에 목적을 둔 행사다.

이뿐 아니라 이 재단과는 2013년부터 그룹 임직원 가족과 효성에 지원받는 장애 아동·청소년 가족이 1박 2일간 동반 여행을 떠나는 ‘효성과 푸르메재단이 함께하는 가족 여행’도 진행하고 있다. 한 가정씩 짝을 이뤄 김치도 담그고 송어도 잡는 식의 체험 활동이다.

장애 가족에게는 긍정적 가족 관계 형성의 시간을, 임직원에게는 사회적 소외 계층과 더불어 사는 법을 학습할 계기를 제공한다. 특히 효성은 사각지대인 비장애 형제를 위한 심리 치료와 특기 교육도 실행해 상대적 소외도 방지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창작극 활성화 기여

장애 외 메세나 활동에도 열심이다. 보호 단체 아름지기 집행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조현준 회장의 관심을 토대로 문화재 사회 공헌에도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학창 시절 건축학과 교수를 꿈꾸기도 했다는 조 회장은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 복구 작업에 참여할 정도로 그 열정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지속해서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많은 시민이 문화·예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고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한 적도 있다.

사진=효성
사진=효성

이에 임직원과 그 자녀가 20여년간 환경·문화 지킴이로 창덕궁 정화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창덕궁 대조전과 희정당의 내부 보존 관리 등을 위해 기업에서 1억3500만원도 후원했다. 2021년에는 대조전과 희정당 내 조명 및 인테리어 복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노고를 인정받고 문화재 사회 공헌 우수 기업에 지정됐다. 

이 밖에 지난 1977년 설립된 연극계 대표 극단인 연우무대를 후원해 한국 창작극의 활성화를 도모 중이고, 사단법인 아리인과 손잡고 학교 폭력 방지 및 생명 존중 교육을 뮤지컬로 지원하는 등 소외 계층 대상 메세나 활동을 지속 중이다.

◆희망은 꿈꾸는 자에게 찾아온다

오 박사와 가온솔로이스츠를 향한 박수가 멎고, 토크 콘서트 끝 곡으로 그룹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 선곡됐다. 주위의 조소와 현실의 벽에 굴하지 않고 제 꿈을 세상에 펼쳐 보이겠다는 화자의 각오가 대중에 크게 유행한 노래다. 

이번 콘서트를 연 이유로 공존하는 가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고 싶었다는 오 박사는 장애 예술의 본질로 희망과 조화調和를 화두로 꺼냈다.

발달 장애인이 그가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비장애인과 곡을 연주하는 것과, 관객 역시 이에 ‘동행’하는 마음으로 협조하는 것이 곧 조화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오 박사는 말한다.

‘나눔으로 함께하겠습니다’란 사회 공헌 슬로건 아래 효성은 그 나눔으로 수혜자 스스로가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 후원을 실천하고 있다. 과거 조 회장은 “기업은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효성 최고 경영진의 신조기도 하다.

그중 효성 사회 공헌의 두 축인 문화·예술 후원과 취약 계층 지원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는 것에 관해 최형식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는 파이낸셜투데이에 “효성 직원들이 배리어프리에 직접 참여해 재능 기부를 하는 게 그 시너지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성의 사회 공헌 키워드는 동행과 나눔, 공감”이라며 “대표성 있는 사람 몇몇만이 아닌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내 지주사 추가 신설과 관련해서는 “메세나 증감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선을 그었다.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동행’ 스틸컷.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동행’ 스틸컷. 사진=인아츠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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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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