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1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희 옛날에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 농담이야”라고 말하고, “여러분 이게 농담입니까. 생선회칼로 기자 허벅지를 찔러대는 것이 농담입니까. 겁박한 것 아닙니까”라고 외치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그런데 해당 발언에 대해 정치권의 비난이 쇄도했다. 새로운 미래의 이낙연 전 총리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로 5·18 당시 신군부의 시민 학살을 묘사했다. 황 전 수석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비유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과 태도가 참담하다“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대표가 발언하는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와중에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이라면,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왜 높아지는 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2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3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4.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나타난 광주/전라 지역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47%였다. 일반적으로 어떤 지역이 특정 정당의 지역 기반이라고 둔다면, 그 지역에서의 해당 정당 지지율은 60%는 넘어야 한다. 그런데 60%는 고사하고 50%를 밑돌고 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호남 지역에서의 이런 지지율은 단순히 지역 기반의 와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호남 지역은 민주당에게 정통성의 기반을 제공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런 수준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정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광주/전라 지역에서의 지지율을 다시 반등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조국혁신당이 등장했고, 광주/전라 지역의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필적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 호남 지역의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은 32%를 기록했고, 더불어민주연합은 35%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재명 대표는 조국 대표보다 강한 톤으로 발언하며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 즉,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때문에,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강원도 유세 당시 이재명 대표가 ‘강원 서도로 전락’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렇듯 선명성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선거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거 전략은 일반적으로, 먼저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고, 그다음에는 중도층으로 지지층을 확대하며, 마지막 단계로 막말 등 돌출 변수에 대한 위기관리에 주력하는 순서로 구사돼야 한다.

그런데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게 되면, 두 번째 단계, 즉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외연 확장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궁극적으로 합쳐질 대상이니, 지나친 경계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잘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총선 이후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원해도, 이재명 대표는 이런 요구를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친문 대다수의 공천 탈락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연출하며, 겨우 ‘친명 주류의 민주당’을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의 상징적인 인물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조국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올 경우, 대선을 두고 이 대표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추가되는 셈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 본인도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잠재적 대권 경쟁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 대표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보면, 조국 대표는 ‘지민비조’를 통해 민주당과 공조하며 의석을 확보하고, 이를 교두보로 민주당에 입성하려 하겠지만, 이런 조국 대표의 생각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조국 대표 때문에 민주당은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이것이 선거에 득이 될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조국 대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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