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가 1년새 급락…CB 최저조정가액 하회해 투자자 ‘원금회수’ 수순
작년말 보유 현금 126억원에 불과…갚아야 할 빚 100억원 달해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기업 키이스트가 재무적투자자(FI)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자금난에 빠지게 됐다. 회사의 주가가 예년 대비 크게 하락해 전환사채(CB)에 투자한 FI의 잠정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대로 낮아지면서다.

키이스트는 지난해 재무적 여력이 악화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에 응하기 위해 보유현금 대부분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키이스트 측은 단기적으로 유동화 가능한 금융자산 등을 2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어 큰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키이스트는 권면 100억원 규모로 발행한 4회차 CB 중 65억원을 지난 18일 조기에 상환했다.

작년 3월 18일 발행된 4회차 CB는 다수의 사모펀드를 포함해 ▲제이스투자자문 ▲BNK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이 FI로 인수에 참여했다. 1년이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FI 측은 전환청구권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결국 투자자들은 주식전환 대신 원금 회수를 선택했다. 회사의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사실상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4회차 CB의 경우 계약 당시 최초 전환가액이 1만2579원으로, 리픽싱(시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의 최저한도는 8806원으로 설정된 바 있다. 키이스트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624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 대비 30% 하락한 가격이다.

FI는 CB계약 당시 이자율을 0%로 책정하면서 회사측에 우호적인 자금조달을 단행했다. 이자수익을 포기할 만큼 회사의 주가 상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베팅했지만, 결과적으로 1년간 투자금을 묵히고 원금회수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문제는 키이스트 측의 상환 여력이다. 통상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투자자들의 주식전환을 가정하기 때문에, 전량 상환을 염두에 두기는 어렵다. 실제로 키이스트는 조달자금 100억원을 모두 스튜디오플로우 주식을 취득하는데 소모한 상황이다.

키이스트의 재무현황은 지난 1년간 악화 흐름을 보였는데, 특히 보유 현금의 감소가 뼈아프다. 작년말 키이스트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6억원 대비 29%가량 감소했다.

잔여 현금 126억원에서 1분기 운영자금과 금번 4회차 CB 100억원 상환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동성 고갈에 처했다. 당장은 FI측과의 협의를 통해 100억원 중 일부인 65억원을 먼저 상환한 모양새지만, 잔여 물량 상환과 향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이 시급해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고려하지 않았던 FI 풋옵션에 직면해 자금난에 빠지는 기업들이 자본시장에 꽤 있다”면서 “기업 경쟁력이 하락한 만큼 추가 투자유치가 쉽지 않아 상당히 불리한 조건의 자금조달에 동의하거나 주주배정 증자 등 극단적 선택으로 몰리는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말했다.

키이스트 관계자는 “회사의 캐시플로우(현금흐름)상 단기에 유동화 가능한 자산 규모가 200억원 정도 된다”며 “당장 재무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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