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반도체 승부수로 미래성장동력 확보
밥캣·에너빌리티 기반 2024년 ‘20조클럽’ 진입
28일 주총서 박정원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 상정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이 그동안 그룹을 짓눌러오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해 19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10년 만의 ‘20조 클럽’ 부활이 예상된다. 두산그룹 부활의 배경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도전정신’이 자리했다. 박 회장은 협동로봇과 반도체를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건설기계, 발전 등 주력 사업의 안정적 상승을 이끌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박정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임기는 3년으로 2027년까지. 지난 7년간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박 회장은,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10년 임기 회장에 오르게 된다.

업계는 박 회장의 연임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회장의 ‘도전’에 힘입어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우상향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조1301억원, 1조4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27.6%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72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말까지 200%를 넘겼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55.5%로 낮아졌고, 지난해말에도 152.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말 순차입금은 3조2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6% 감소했다.

박 회장이 2년 연속으로 내세운 그룹 경영 키워드는 ‘도전’이다. 중후장대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두산그룹은 그룹의 무게 추를 반도체와 AI, 로봇으로 옮기고 있다.

두산그룹은 2022년 3월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를 인수했다. 두산테스나는 현재 국내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1위 업체다. 고객사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있다.

두산테스나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8년 18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608억원으로 늘었다.

두산은 2026년까지 반도체 부문 등에 1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기계 분야와 함께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라며 “두산테스나가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톱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협동로봇을 핵심 사업모델로 삼는 두산로보틱스도 두산그룹의 신동력 핵심으로 꼽힌다. 협동로봇 시장은 2030년 세계 시장 규모가 118억달러(약 1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3년 만인 2018년 제품을 출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순위는 4위다. 지난해 10월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주식 상장도 마쳤다. 두산로보틱스는 공모자금 4212억원 중 2850억원을 자율주행로봇(AMR) 등 기업인수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은 올 상반기 3000톤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착공,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무탄소 에너지 개발사업 전문 자회사 두산지오솔루션도 설립했다.

기존 사업분야 역시 견조한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등공신은 소형 건설기계 사업을 하는 두산밥캣이다. 두산밥캣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두산밥캣의 전년도 매출은 9조7589억원, 영업이익은 1조3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2%, 29.7% 증가했다. 미국 내 인프라 투자 증가로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원전, 캐스크 수주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해 3분기 기준 5조900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하면서 그룹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7조6519억원, 영업이익은 22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1%, 35.4% 증가했다.

박 회장은 올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화두로 삼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한 해로 만들자”며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다.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형모듈원전(SMR) 포함한 원전 분야 사업기회 확보 ▲가스터빈 해외시장 개척 ▲건설기계 분야 신기술로 새로운 수요 창출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분야 전방산업 트렌드 변화 적시 대응 ▲협동로봇 경쟁자와 격차 확대 등 주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주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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