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저렴한 커피 브랜드 탄생으로 경쟁력 모호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통해 굿즈 제작…완판 이어져
“마케팅·디저트 메뉴 강화, 제품 본질 경쟁력 확보”

 문창기 이디야커피 대표이사. 사진=이디야커피
문창기 이디야커피 대표이사. 사진=이디야커피

국내 최대 점포 수를 보유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보던 이디야커피(이하 이디야)가 업계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디야보다 저렴한 저가 커피 브랜드가 탄생하면서 입지가 애매해진 것이다. 지난해 첫 해외 가맹점 진출,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애매한 입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이디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이디야 국내 매장 수는 3000여개로 집계됐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매장수는 2885개였고 2021년에는 3018개로 신규 점포가 133개가 늘었다. 그러나 2022년 기준으로는 3019개로 1년 사이에 신규 점포 출점이 크게 둔화됐다.

반면 2010년 저가 커피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현재 메가커피의 점포 수는 2800여개, 컴포즈커피는 2500여개를 운영 중이다.

이디야는 사업을 20년 넘게 영위하면서 점포 수를 3000여개로 늘렸다. 그러나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사업 개시 10여년만에 점포 수 2500여개를 돌파했다. 이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짧은 시간 내에 그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커피 가맹점 신규 개점 수는 ▲컴포즈커피(573개) ▲메가커피 (417개) ▲더벤티 (269개) ▲빽다방 (258개) ▲이디야 (218개) 순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업계 매장 수 1위인 이디야가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디야는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며 국내 가맹점 수 1위에 안착했다. 국내 커피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스타벅스, 탐앤탐스, 할리스 등 4000~6000원대 프리미엄 브랜드가 시장에서 성장할 때 이디야는 평균 2000~3000원대 가격을 유지하며 점포 수를 늘려갔다.

첫 해외 가맹점 괌 1호점. 사진=이디야커피
첫 해외 가맹점 괌 1호점. 사진=이디야커피

하지만 최근 최저가를 내세운 커피 브랜드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동시에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디야는 중저가 브랜드가 됐다. 2018년 이디야는 일부 메뉴 가격을 약 300~400원가량 인상해 2800원이던 아메리카노는 현재 3200원이다. 여기에 식음료 부문도 소비의 양극화 영향이 더해져 애매한 존재로 전락했으며 이 사이에 소비자들은 고물가 등을 이유로 최저가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이디야는 2022년 매출액 2778억원으로 전년(2021년) 대비 14.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47.4% 감소했다.

이디야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점포 수 1위로 접근성도 좋아 중고등학생, 대학생, 카공족(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이디야는 소비자가 장시간 카페에 체류하면서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해 겨울에는 붕어빵과 호떡, 베이글, 버터 프렌치토스트 등 베이커리·디저트 메뉴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사진=이디야커피
이디야가 다양한 소비 연령층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코리아와 협업을 통해 굿즈를 한정 출시했다. 사진=이디야커피

이디야는 저가 커피와 다른 차별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사용하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와 달리 이디야는 다양한 소비 연령층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코리아와 협업을 통해 굿즈를 한정 출시했다. 학생부터 마니아층까지 공략하면서 입고 초기 완판을 기록해 두 번째 협업도 진행했다. 최근에는 넥슨 블루 아카이브와 협업을 통한 포토카드, 굿즈 등이 완판되기도 했다.

이디야는 현재 업계에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와 저가 커피 브랜드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보다 국내 가맹점 매출 증대가 우선이라는 주장에 이디야는 가맹점 매출 상승을 위해 제품 본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월 문창기 이디야커피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전면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겠다”며 “단순히 인테리어나 디자인의 변화를 넘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