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인터 ‘부활 조짐’…건설·에너지 ‘불황의 터널’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지난 3월 권오준 회장의 취임 이후 분위기 쇄신에 나선 포스코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엇갈린 성적표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길었던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부활 조짐을 보이며 향후 행보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떨어지는 실적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포스코에너지는 경영 안정성마저 악화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포스코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50.4%로 전년동기(153.7%)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82.7%에서 87.3%로 4.6%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경영건전성은 다소 악화 흐름을 보였지만 두 지표 모두 큰 변동은 없는 편이었다.

수익성 역시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며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포스코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누계기준)은 5.06%로 전년동기(4.97%)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매출도 같은기간 45조3352억원에서 48조4135억원으로 6.8% 증가했다.

포스코의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원재료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원가절감효과와 광양 제 4 열연 라인 가동 등으로 계절적 비수기 임에도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 3분기 실적을 이끈 것은 해외철강 사업 안정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 판매의 증가다.

실제 포스코의 조강생산량은 지난 2분기 926만톤에서 3분기 952만4000톤으로 증가했고 제품판매 역시 854만2000톤에서 867만3000톤으로 늘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호조 및 계절적 요인 등으로 4분기 철강수요가 전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며 다음 분기에도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권오준 회장의 경영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3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동안의 확대 정책을 버리고 조직슬림화와 내실경영 등 철강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계열사 및 비효율 자산 정리, 고객 요구에 맞춘 기술·인력 시스템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등을 통해 수익력 증대에 애써왔다.

◆ 대우인터, 미얀마 가스전이 ‘효자’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에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희망의 불꽃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여전히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올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05.9%로 전년동기(101.0%) 대비 4.9%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237.7%에서 60.9%포인트 오른 298.6%를 기록했다.

유동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늘어난 부채 비중은 여전히 숙제다. 반면 수익성 지표는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 1.65%는 0.94%였던 전년동기 보다 0.71%포인트 오른 수치다. 매출도 1년 사이 11조9732억원에서 15조1625억원으로 26.6% 급증했다.

포스코 영업이익률 소폭 개선…4분기도 ‘기대’
‘미얀마 효과’ 대우인터…영업이익률 0.71%p↑

대우인터내셔널 성적 상승의 ‘일등공신’은 미얀마 가스전 수익이다.

대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얀마 가스전의 올해 3분기 가스 판매 영업이익은 69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6% 증가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얀마 가스전 수익이 지속적으로 늘어 영업이익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가스전 현금흐름 증가에 따라 동해 대륙붕6-1S광구, 미얀마 AD-7광구 등 E&P사업 및 해외 민간발전사업 등 신규사업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돌입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무역부문의 실적이 둔화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레이딩 부문은 원 달러 환율 하락과 비철금속 시황 부진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며 “기계·인프라·자동차부품 매출 감소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포스코건설 실적 부진에 ‘골머리’

포스코건설은 실적 악화에 근심이 가득하다. 수익성이 점차 떨어져만 가는 가운데 경영안정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포스코건설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46.3%로 전년동기(141.0%) 대비 23.3%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199.5%에서 194.0%로 5.5%포인트 내렸다.

부채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을 늘리며 안정성을 유지한 셈이다. 반면 수익성은 신통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3.59%로 4.82%였던 전년동기보다 1.23%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역시 7조3192억원에서 7조1304억원으로 2.6% 줄었다.

수익 악화 포스코건설, 경영안정성 확보 ‘주력’
포스코에너지 매출 13.3%↓…분위기쇄신 나서

더욱이 올해 해외 수주마저 국내 주요 건설사 중 ‘꼴등’을 기록하는 등 향후 전망마저 어두운 상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의 수주 현황을 바탕으로 상위 10개 건설사(현대건설·SK건설·삼성물산·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대림산업·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의 목표액 대비 수주액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포스코건설이 26.4%로 가장 낮았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초 해외수주 목표액을 72억 달러로 책정했으나 지난달까지 19억달러에 그쳤다.

올해 초 포스코건설은 ▲해외수주 다변화 ▲글로벌 사업 수행의 인프라 확충 ▲건실한 재무구조 구축 등을 3대 핵심키워드로 잡고, 이미 진출한 국가에서는 사업 내용을 다변화하고 인접 국가로 시장을 넓혀 해외수주 지역과 발주처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월 정동화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이같은 기조가 다소 흔들렸고 모기업인 포스코가 철강시장 불황 장기화에 내실다지기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에너지 수익성·경영상태 악화 ‘이중고’

이름 그대로 포스코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에너지 역시 떨어진 성적에 시름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경영 상태마저 악화돼 ‘적신호’가 켜졌다.

포스코에너지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27.5%로 전년동기(170.9%) 대비 43.4%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161.5%에서 200.7%로 39.2%포인트 급상승하며 200%를 넘어섰다. 이처럼 경영안정성 지표들은 뚜렷한 악화를 보였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에너지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7.91%로 전년동기(8.33%) 대비 0.42%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역시 2조2131억원에서 1조9189억원으로 13.3% 감소했다.

이에 포스코에너지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3일 창립 45주년을 맞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글로벌 종합에너지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선포식을 가지고 새로운 비전인 ‘비욘드 에너지, 베터 라이프(Beyond Energy, Better Life)’를 발표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최근 포스파워를 설립해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비전이 필요해졌다”며 “새 비전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임직원 모두가 변화하는 내·외부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변화의 의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CEO 주목!]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지난 3월 대우인터내셔널의 새로운 수장이 된 전병일 사장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취임식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던 전 대표는 이제 회사의 제2 중흥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우인터내셔널 수익성 개선은 미얀마 가스전의 힘이다. 회사가 10년간 투자했던 가스전이 마침내 생산을 개시하면서 든든한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2004년부터 차례로 발견한 미얀마 해상의 쉐(Shwe)와 쉐퓨(Shwe Phyu), 미야(Mya) 3개 가스전의 추정매장량은 약 7억 배럴로 이는 국내 천연가스 연간소비량의 약 3년치에 해당하는 양인 동시에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직접 개발한 자원 중 최대 규모다.

최대 생산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약 20년동안 3500억~4000억원의 세전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기를 맞은 대우인터내셔널을 어디로 어떻게 이끄느냐는 이제 전 사장의 역량에 달렸다. 미얀마 가스전에 그치지 않고 회사를 종합사업회사로 키울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게 임무다.

전 대표는 지난 9월 임원 및 팀장급 140여명과 1박 2일간의 전략토론회를 열어 머리를 맞댔다. 미얀마 가스전 등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한 대우인터내셔널이 재투자를 통해 대도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사업 포트폴리오의 청사진을 그리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동안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틀을 깨고 팀장급으로 대상을 확대해 진행된 첫 번째 토론회이기도 했다. 실무자들의 의견까지 모두 수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 사장은 석유가스 등 자원개발 사업과 IPP(Independent Power Plant)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 식량, 광물, 에너지강재,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6대 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현재 회사의 주력과 차기 성장동력까지 고려한 회사의 전략이다.

전 대표는 “교병필패(驕兵必敗)의 교훈을 명심해 미얀마 가스전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2020년까지 대우인터내셔널이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종합사업회사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전진하자”고 격려와 다짐을 했다.

이에 업계는 대우 출신의 해외경험이 풍부하고 영업능력까지 정평이 난 전 대표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회사의 제2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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