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앞 구찌 팝업에 샤넬 영업 중단
샤넬 “계약 위반사항…갤러리아에 유감”
갤러리아 “샤넬·구찌 입장 조율하겠다”

내달 1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아 샤넬 매장 앞에서 구찌 팝업이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허서우 기자
내달 1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아 샤넬 매장 앞에서 구찌 팝업이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허서우 기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에서 영업을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샤넬 매장 앞에 타사의 팝업이 설치됐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매장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나타나고 있어 한화갤러리아가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 내 샤넬 매장 앞에서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의 팝업이 내달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구찌의 팝업이 이뤄지는 기간에 샤넬코리아 측은 가시성과 운영 환경에 지장을 준다며 28일부터 영업 중단에 나섰다.

다만 이 구역에는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디올을 비롯한 타 브랜드의 팝업이 진행된 바 있어 이번 구찌 팝업으로 인한 영업 중단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샤넬 매장 앞에 설치된 ‘샤넬 부티크 운영 임시 변경’ 안내문. 사진=허서우 기자
샤넬 매장 앞에 설치된 ‘샤넬 부티크 운영 임시 변경’ 안내문. 사진=허서우 기자

현재 샤넬 매장 앞에는 ‘샤넬 부티크 운영 임시 변경’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내용에는 “쇼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을 하지 않는다”며 “본 기간 동안 구매/교환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인근 거리의 서울 플래그십 방문을 부탁드린다”고 적혀있다. 이와 관련돼 샤넬 매장 직원은 “언제까지 영업을 중단하는지 아직 전달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부티크 환경에 대한 당사와의 계약을 명백히 위반하며 25년간의 영구 부티크 운영을 통해 양사가 공유해 온 오랜 파트너십을 중대하게 저해하는 갤러리아의 이러한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샤넬이 위치한 갤러리아 이스트(EAST) 1층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우측과 좌측 양쪽에 샤넬 패션 부티크·샤넬 주얼리 매장이 위치해있다. 이 가운데 공간에 구찌 팝업이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허서우 기자
샤넬이 위치한 갤러리아 이스트(EAST) 1층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우측과 좌측 양쪽에 샤넬 패션 부티크·샤넬 주얼리 매장이 위치해있다. 이 가운데 공간에 구찌 팝업이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허서우 기자

실제로 샤넬이 위치한 갤러리아 이스트(EAST) 1층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우측과 좌측 양쪽에 샤넬 패션 부티크·샤넬 주얼리 매장이 위치해있다. 이 가운데 공간에 구찌 팝업이 운영될 예정으로 샤넬은 시선 분산 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팝업 운영 전 샤넬을 비롯한 브랜드에 고지를 하지만 각 브랜드만의 입장차가 존재할 수 있다”며 “백화점에서 봤을 때는 소비자 동선에 문제가 없어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협의했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이 국내 매출 1조원을 넘을 정도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결정이 국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장기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은 쇼핑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시기에 샤넬 국내 매출도 급증했다. 국내에는 10여 개의 샤넬 매장이 있으며 갤러리아 내 샤넬 매장은 1997년 개점한 국내 1호 매장이다.

2021년 샤넬 국내 매출은 1조2237억원, 영업이익 2489억원으로 전년(2020년) 대비 각각 31.6%, 66.9% 증가했다. 당시 샤넬은 4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으며 2022년도에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어 2022년에는 국내 매출 1조5913억원, 영업이익 4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 66% 증가했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제품 공급은 부족하고 오히려 가격 인상을 통해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가 더욱 상승한다는 점을 노린 결정이다. 잇단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샤넬 매장 앞에서 오픈런(개장하자마자 줄을 서는 행위) 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샤넬이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에서 영업을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샤넬 매장 앞에 타사의 팝업이 설치됐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허서우 기자
 샤넬이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에서 영업을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샤넬 매장 앞에 타사의 팝업이 설치됐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허서우 기자

샤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혹스러운 건 갤러리아와 소비자다. 갤러리아 내 샤넬을 방문했다가 영업 중단 안내문을 보고 돌아가는 소비자도 여럿 있었다. 이에 샤넬은 1층 매장 중단으로 소비자의 교환·환불 문제를 2층 별도 공간에 마련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팝업과 관련해 두 브랜드 간 입장차가 있어 조율하는 과정 중 샤넬이 갑자기 영업을 중단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양사(샤넬, 구찌)가 갤러리아에 입점돼 있는 브랜드로 조율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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