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해소 위한 극단적 구조조정
"기존주주 주가희석 막대한 수준으로 발생할 가능성"

투비소프트가 적자 누적에 따른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감자 결정을 내렸다. 당장 자본금을 자본으로 이전함으로써 형식적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하려는 전략이지만, 이어지는 헐값 유상증자에 기존 주주들의 주가희석 우려가 확대되며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29일 코스닥 시장에서 투비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29.85% 내린 289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에 충격을 준 핵심 요인은 당일 공시된 5:1 무상감자(80%)와 헐값 유상증자 소식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에서 무상감자는 결손금 누적으로 자본이 쪼그라든 한계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금을 자본으로 이전하는 재무적 구조조정 방안이다.

다수의 보통주를 1개로 병합하는 동시에 기준주가 역시 배수로 조정되기에 기존 주주의 실질적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의 재무 현황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확정적 신호를 다수의 투자자에게 인지시켜 주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투비소프트의 경우도 그간 실적 악화로 결손금을 누적시켜왔지만, 지난해말 결산실적을 기점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하회하는 자본잠식이 발생했다. 회사 입장에서 자본잠식은 무상증자를 단행하기 위한 명분이 되기도 한다.

전일(28일) 투비소프트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자본잠식 상황을 공개했으며, 하루만에 감자를 결정하면서 회사의 재무적 위기를 시장에 공식화했다. 투비소프트 측은 표면적으로 감자 결정 사유를 ‘결손금 보전’으로 밝히고 있다.

실제로 투비소프트는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손금 규모를 작년 3분기말 기준 1165억원까지 누적했다. 이는 같은시기 기업의 총자산 953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감자 절차 후 자본금 약 392억원 중 314억원가량이 자본으로 이전되며, 자본금은 78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날 투비소프트 주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 요인을 감자에 더한 유상증자 소식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어려운 재무상황은 시장에 선반영돼 이미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감자 후 유상증자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이날 하한가의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감자로 인해 기존주주들의 주식수는 급격히 쪼그라드는 반면, 유상증자에 참여할 외부투자자는 헐값에 대량의 신주를 인수해 지분율을 급격히 올리게 되는 구조다.

투비소프트 현재 총주식수는 7850만5003주인데, 4월 12일 무상증자 이후에는 1570만1000주까지 줄어든다. 이어지는 100억원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신주는 1094만919주다. 유증 배정자인 모다자산운용이 단숨에 기존 최대주주인 리얼인베스트(8.63%)를 제치고 41%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모다자산운용에 배정되는 신주 발행가액은 914원으로 책정됐는데, 주가가 하한가를 맞기 전인 28일 종가(412원)에 5배수(무상증자 기준주가 조정폭)를 적용한 2060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헐값 수준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계에 달한 기업이 재무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시나리오중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감자 후 유증”이라며 “벼랑끝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새 투자자에게 싼 값에 다수의 신주를 보장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주가 희석이 막대한 수준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