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성과급 줄어들자 트럭 시위
총수일가 배당금 늘린 것도 불만의 한 원인
업계 1위 자리 놓고 ‘간판 갈이’ 전쟁 중에 악재될 듯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직원들이 본사를 상대로 트럭 시위에 나섰다. 직원들은 사비를 모아 1톤 트럭에 전광판 설치해 본사 앞에서 26일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전광판에는 “두 얼굴의 영업이익 / 밖으로는 자랑거리 안에서는 핑계거리”라고 적혀 있다. 성과급이 줄어들어 마음이 상한 것이다. 더구나 총수 일가의 배당은 늘어났다는 사실이 직원들을 시위로 내몬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가 기업 구성원의 중추로 떠오르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직원들의 불만 표출은 일상화되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그럼에도 BGF리테일의 시위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CU가 GS25의 턱 밑까지 추격해 편의점 1위 자리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내부 분란이 생긴 것이다.

BGF리테일은 작년에 매출 8조1948억원, 영업이익 253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0.3%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9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 늘어났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그런데 직원들의 성과급은 2022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은 3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푸념을 내놓고 있다.

왜 그랬을까?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가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회사 측 입장을 알 수 있다. 민 대표는 이메일에 “계열사를 제외한 BGF리테일의 영업이익·경상이익 등의 2023년 실적이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연결기준으로는 영업실적이 좋지만 BGF리테일만 떼놓고 보면 악화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성과급도 감소하게 됐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BGF리테일의 연결대상 회사를 보면 물류와 창고업을 하는 BGF로지스와 식품제조와 유통 사업을 하는 BGF푸드, 그리고 근로자 파견 사업을 하는 BGF휴먼넷 등이 있다. 대부분이 BGF리테일과 연관돼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다. 그런데 성과급 지급 기준을 연결기준으로 하지 않은 것은 직원들의 원성을 살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홍석조 회장 일가, BGF와 BGF리테일서 배당금 246억원

BGF리테일 직원들을 더욱 뿔나게 만든 것은 배당을 통해 총수 일가는 더 많은 돈을 챙겼다는 사실이다. BGF리테일은 올해 1주에 4100원 현금 배당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BGF리테일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주사인 BGF가 30%를 가지고 있고, 홍석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23.37%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 달 주총에서 배당 안이 확정되면 BGF는 213억원, 홍 회장 등 총수 일가는 166억원의 배당을 받게 된다.

여기에다가 지주사 BGF는 홍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의 지분이 69.62%에 달하는데 올해 1주당 배당금을 작년보다 9.1% 올린 120원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홍 회장 일가는 BGF에서도 80억원 정도의 배당을 받게 된다. 두 회사를 합치면 홍 회장 일가가 받게 될 총 배당금은 246억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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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넉넉한 배당을 준다고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BGF리테일과 지주사 BGF 모두 총수 일가를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50%를 넘는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을 얘기하기는 생뚱맞아 보인다.

편의점 CU와 GS25의 1위 다툼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다. GS25는 작년에 매출이 5.9%늘어 8조2457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8조1948억을 앞질렀지만 그 차이가 509억원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두 회사 간의 매출격차가 9130억원이었고 작년에는 164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24년에는 누가 1위가 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점포 숫자로 따져서는 CU가 2020년 이후 GS25를 앞질렀다. 작년 말 기준으로 CU는 만7762개로 GS25의 1만7390개보다 372개가 많다.

◆ 포화상태 편의점, 서로 뺏고 빼앗기는 ‘간판 갈이’ 전쟁 중

편의점 CU의 운영사인 BGF리테일. 사진=BGF리테일.
편의점 CU의 운영사인 BGF리테일. 사진=BGF리테일.

현재 국내 편의점은 5만개를 넘어섰다. 50미터 내지 100미터인 편의점 신규 출점 거리 제한을 감안하면 전국 어디에도 새롭게 편의점을 낼만한 곳은 없다. 결국 기존 편의점의 계약 만료 기간이 되면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략 1년에 10% 정도의 편의점이 계약 기간이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5천 개 정도의 편의점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진다.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간판 갈이’ 전쟁이다. 목 좋은 ‘알짜 점포’를 차지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각종 지원 안을 제시하지만 ‘간판을 바꿀지 말지’ 결판은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에게 달려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CU 직원들이 ‘돈’에 마음 상했다. 성과급이 줄어들어 뿔났고 총수일가는 배당을 늘렸다는 것이 삐지게 만든 것이다. 과연 올해가 지난 뒤 내년 이 때쯤 편의점 순위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파이낸셜투데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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