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동문 26명, 대통령 경호처 고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경호원들이 ‘입틀막’으로 과잉 제지를 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벌써 3번째 대통령실 ‘입틀막’ 과잉 경호 논란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졸업생에 이어 지난 1일 의사회 회장도 ‘입틀막’을 당한 채 끌려나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얼마 전 21일 알려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주재한 민생토론회 현장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이른바 ‘입틀막’을 당하고 양팔을 붙들려서 끌려 나간 일이 발생했다. 임 회장은 당시 ‘필수 의료패키지’와 관련해 의견을 내려다가 경호원으로부터 끌려나간 후 현장에서 퇴거불응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임 회장은 이후 분당경찰서로 이송돼 4~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 연구개발(R&D)예산 복원을 요구한 졸업생이 대통령실 경호원들과 졸업생으로 위장한 경호원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사지를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졸업식 손님이 주인공을 내쫓은 셈이다.

지난달 18일에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입틀막’을 당한 채 강제 퇴장을 당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당은 연일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계를 카르텔로 몰아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했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카이스트 졸업식을 찾아가 주인공인 졸업생에게 ‘입틀막’을 시전했다. 이게 바로 적반하장식 행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계의 미래를 암흑으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카이스트 졸업생을 향해 침묵하라고 하느냐”며 “이게 민주주의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대통령 앞에서 잘못을 따질 수 있겠나.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북한식 유일체계를 꿈꾸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0일 “제가 대학 다닐 때 들었던 생각 중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하나 있는데, 소위 사과탄 가방을 멘 백골단,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며 “사과탄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백골단은 1980년 이후 시위현장에서 청바지를 입고 헬멧을 착용한 채 시위나 파업 농성 현장 등에서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며 폭력을 행사한 조직을 일컫는다.

◆ 대통령실·여당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문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통령실 경호처를 고발하러 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복된 과잉 경호 논란에도 대통령실은 경호원칙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강성희 의원을 행사장에서 내보낼 때도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퇴장조치한 것에 대해서도 “경호처는 경호구역 내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표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신민기 카이스트 석사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것을 언급하며 정치적 의도라고 반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카이스트 졸업생 퇴출 조치가 있었던 다음날인 19일 “신민기 대변인의 행동은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시 방식이 아니다.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사 방해 행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카이스트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교 구성원 모두의 축제인 학위수여식장에서 주인공인 졸업생이 다소 정제되지 않은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물리적 폭력으로 제압하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대학 캠퍼스 안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카이스트 학생·교직원 4456명은  “인권 침해이자 과잉 대응”이라며 대통령실에 사과를 촉구했고,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지난 20일 대통령 경호처를 대통령경호법 위반과 폭행·감금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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